

소중한 생명의 나눔과 이음
장기이식센터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장기 기능을 소실한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 방법은 장기이식이다.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한 이유도 뇌사자 1명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고귀한 나눔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고자 함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누군가의 삶의 끝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시작을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로서 이 숭고한 순간을 아름답게 지켜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통합과 집중을 통한 유기적인 협업의 힘
장기이식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완성도를 높여야 하며, 환자 한 명당 많은 인력이 필수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의료 분야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장기이식 수술이 이루어지는 이유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9년 장기이식을 시작한 이래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장기이식 분야는 한 사람의 의사, 한 개 임상과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초창기 외과부 이식중환자외상외과에서 시행해오던 업무를 환자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대외적으로 장기이식 관련 업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장기이식센터를 출범했다. 이식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이식환자의 장기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이식중환자외상외과를 주축으로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중환자의학과 등 관련 임상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센터 소속 전담 코디네이터 2명과 진료 지원 간호 인력이 센터를 구성하고 있다.
장기이식센터가 중점적으로 이식수술을 시행하는 주요 장기가 간과 신장이다. 간경변, 간암, 말기신부전 등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와 신장내과를 찾는 환자 비중이 높아 이들을 위한 심층 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에 맞는 이식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장기이식센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통합과 집중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각 과 간 유기적인 협조를 도모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것이 수술 건수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장기이식센터를 이끄는 주만기 센터장은 센터 구성원들을 비롯해 신경외과, 중환자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과와 유기적인 협조가 잘 이루어진 덕분에 거둔 성과인 만큼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지막 선물’을 전하는 전달자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5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뇌사자 수술을 가장 많이 진행한 의료기관이다. 간이식과 신장이식에 집중해 수술 영역을 확장해왔고 뇌사자 발굴과 관리에 집중한 것이 수술 건수 증가를 이끈 배경이 됐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국가적인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뇌사장기 기증자 관리 및 장기기증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증문화 조성과 장기이식 의료 분야 발전에 힘쓰고 있다.
장기이식센터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완성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뇌사 추정자 발굴부터 가족 상담, 기증 결정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올 상반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의 기증 건수는 10건으로, 전국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괄목할만한 성장에 보건복지부도 놀랐다고 하는데, 손선영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그간의 지속적인 기증 발굴 노력과 KODA협약이 시너지효과를 거둔 결과라고 설명한다. 손 코디네이터는 ‘장기이식은 누군가 떠나면서 또 다른 누군가의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며, 그 과정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거미줄과 같은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장기이식과 관련한 모든 과정이 원활하도록 응급의학과, 호흡기내과를 비롯해 여러 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한 마음이라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사명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소중한 장기를 받은 수혜자들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큰 보람인 만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선물을 숭고한 마음으로 전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내실 있는 장기이식센터를 목표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장기이식 분야에서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식 건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도 했지만, 이식수술 후 환자는 물론 기증자의 삶의 질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환자 만족도를 높여 좋은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간이식, 신장이식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이식중환자외상외과를 중심으로 원스톱 수술이 가능한 전문팀이 꾸려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최신기술을 적용해 어려운 이식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 주효한 결과이기도 하다.
“후발 주자로서 장기이식이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관련 의료진과 간호국, 행정부의 도움으로 안정세를 찾아갔고 지금은 간이식과 신장이식 모두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환자와 기증자의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주만기 센터장은 환자의 기존 질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 개개인의 질병, 가족관계, 경제상태, 사회생활 등을 파악해 이식수술 후 환자가 건강했을 때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내실 있는 센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장기이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뇌사 판정, 뇌사자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 의료진과 이식중환자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상호 협력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식환자를 위한 빠르고 집중적인 관리로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살리고, 고귀한 나눔 정신을 널리 기리도록 노력하겠다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의 묵직한 포부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mini interview

이식환자를 위한
집중적인 관리가 강점
이식중환자외상외과 주만기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5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뇌사자 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경외과, 중환자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를 비롯한 많은 의료진의 노고 덕분이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식수술 및 관리는 인력의 집중적인 투입이 핵심입니다. 한 건의 뇌사자 이식수술을 진행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1박 2일 근무를 해야 하는데 거의 매주 수술을 진행하다 보니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맡은 임무를 수행해주신 모든 구성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술 건수나 실적 증대가 아닌 내실 있는 장기이식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만큼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이식환자들에게 빠르고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한 센터를 만들고자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