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응급진료센터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과 맞닥뜨리면 우리는 응급진료센터를 찾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필요로 하는 누구에게나 항상 최고의 응급진료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연간 약 4만 명이 찾는 응급진료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1년 365일 24시간 가장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곳. 바로 응급진료센터다. 응급한 상태로 내원하는 환자를 연중무휴로 진료한다. 정성필 센터장을 필두로 응급의학과 유제성 과장을 포함해 전문의 9명과 전공의 8명, 이병헌 파트장을 포함한 간호사 38명, 기능원 11명, 응급구조사 7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외에 응급진료센터 소속은 아니지만 원무과, 영상의학과를 비롯해 안전요원과 협진으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여러 임상과 의사들이 협력하여 일하고 있다. 2022년에만 응급환자 약 4만 명이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찾았다.

응급진료센터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래 진료가 없고, 개인병원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주말이 더욱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교대근무로 운영 중이다. 또 일반 병동이나 중환자실과 달리 환자를 초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찾은 상황이라면 환자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리가 없더라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기보단, 최대한 수용하는 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28병상 규모이지만 재원 환자가 50명에 달할 때도 있다. 응급진료센터에 내원한 환자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6~7시간 정도이나, 병실이 부족해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더 긴 시간 응급진료센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응급진료센터 구성원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환자들에게 최상의 응급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내원 순이 아닌 중증도 순으로 진료

응급진료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대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응급진료센터에서는 일반 내원 때처럼 접수 순으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포함한 국내 응급센터는 ‘KTAS’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먼저 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KTAS는 ‘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의 약자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뜻하며,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중증도가 가장 높은 1단계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심정지 상황이며, 5단계가 가장 낮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찾는 환자 중 40~50% 정도가 KTAS 1~3단계이고, 입원하는 경우도 22%에 이른다. 매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내원하는데, 배가 아프거나 어지러운 증상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봉합이 필요한 상처나 뇌진탕 등 가벼운 외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검사와 감별진단 후에 적절한 임상과와 협진하거나 외래 예약 후 퇴원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가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구성원들은 다양한 상황을 접할 수밖에 없다. 이병헌 파트장은 응급진료센터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한 두뇌와 냉철함, 공감능력이라 말한다. 스마트한 두뇌는 환자 상황에 맞는 최상의 응급간호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며, 냉철함은 환자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공감능력은 극도로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환자의 진정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바쁜 상황에서도 최상의 응급진료 제공

최근 대구 지역에서 상태가 위중한 1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응급진료센터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음압격리실이 없는 경우 발열 증세가 있는 감염 의심 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을 떠도는 수용곤란 상황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수용곤란 고지 프로토콜을 수립하기도 했다. 격리실뿐 아니라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응급환자를 언제나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격리실이나 소생실을 되도록 비워 두고 응급환자를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복도에 침대를 배치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라도 환자를 진료하는 등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새병원 건립을 통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 더 나은 응급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응급진료센터 구성원들의 바람이다.

숨 가쁘게 바쁜 상황에서도 환자가 건강해진 모습으로 퇴원할 때가 가장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말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구성원들. 오늘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상적 실력은 기본, 소통 능력까지
갖춘 응급진료센터입니다

정성필 센터장

응급진료센터의 특성상 문 닫는 날 없이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쉬는 날일수록 더욱 바빠지는 곳이기에 모든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최상의 응급진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고맙고 뿌듯합니다.

응급진료센터에서는 급박한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항상 경황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환자, 보호자와 소통하고, 우리와 협진하는 많은 임상과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응급진료센터의 특성상 의료진 간에 인수인계도 잦은데,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센터 내에서 겪을 수 있는 힘든 경험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도 갖춰야 합니다.

현재 응급진료센터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위상과 환자들의 신뢰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훗날 새병원에서는 더욱 넓은 공간에서 더 나은 응급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