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mm 미세 내시경의 힘
침샘내시경클리닉

우리 몸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침샘은 하루에 1~1.5리터의 침을 만든다. 우리는 이처럼 많은 양의 침을 무의식중에 삼키면서도 정작 그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음식을 삼키고 구강건강을 유지하는 등 하는 일이 많은 침이 정상적으로 분비될 수 있도록 침샘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힘쓰는 침샘내시경클리닉을 찾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침샘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침샘을 포함한 두경부는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이 좁아 수술이 쉽지 않다. 특히 침샘에 돌과 같은 석회물질이 생겨 침의 통로가 막히는 타석증은 보존적 치료가 원칙이지만,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수술로 타석을 제거해야 한다. 과거에는 타액선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었지만 절개선으로 인한 흉터가 남고,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타액선을 제거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또 침샘 타석증이 동반되지 않는 폐쇄성 타액선염도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는 원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침샘 질환에 대한 다양한 임상 기초연구를 시행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진단과 치료가 어려웠던 다양한 침샘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하고자 2017년 3월 침샘내시경클리닉을 설립했다.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의기투합하고 전공의, 간호사와 팀을 구성해 다양한 침샘 질환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비침습적 치료를 수행해 2023년 11월에 침샘 내시경시술 1,200례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2017년 개소한 이래 매년 200례 이상을 시행한 결과이며, 국내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최다 기록이다.

침샘내시경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침샘 내시경 시술은 지름이 1.3mm 정도인 미세 내시경을 침샘에 삽입해 직접 내부를 보며 진단, 치료하는 방법이다. 타석증과 침샘관 협착 등 다양한 침샘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침샘에 석회화 물질이 생기는 타석증을 치료할 때 침샘을 보존하면서 구강 내 타석만 제거할 수 있어 회복 속도가 빠르고 기능 보존율이 높다. 또 침샘관 협착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침샘 내시경을 이용한 침샘관 성형술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차별화된 시술 노하우와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이 관건

침샘 내시경이 가장 빈번하게 적용되는 만성 타액선염은 폐쇄성 타액선염과 비폐쇄성 타액선염으로 나뉜다. 폐쇄성 타액선염은 타액의 흐름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막히거나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침샘의 염증으로, 턱밑의 종창과 동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시행되는 타액선 내시경술은 타액선관 안에 내시경을 삽입해 직접 타액선관 내부를 볼 수 있어서 기존에 확인이 어려웠던 타액선관 협착이나 타액선관 용종 등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또 기존 타액선 절제술 시 4~5일 정도 소요되던 입원 기간 을 1~2일로 줄이고, 입안으로 접근해 얼굴 또는 목에 흉터가 남지 않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내시경 시술 후 합병증 빈도가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으며, 가장 흔한 합병증인 타액선의 부종도 수일 내에 모두 자연 치유돼 안전한 시술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타액선관 내에 명백한 폐쇄성 병변 없이 반복적으로 타액선 부종이 발생하는 경우, 5mm 이하의 타석 제거, 구강 내 타석 제거술을 시행한 후 남은 타석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경우, 초음파검사나 타액선관 조영술 상에 타액선관의 협착이 보이는 경우, 갑상선암 환자에서 방사성 요오드치료 후 발생한 타액선염의 치료 등에 타액선 내시경이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침샘 질환은 1.3mm의 미세한 내시경을 다뤄야 하는 만큼 시술하는 의료진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임재열, 박영민 교수를 비롯해 다년간 침샘 내시경시술 경험을 축적한 의료진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전문의의 풍부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침샘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국내 최고의 침샘내시경클리닉이라는 자부심

강남세브란스병원 침샘내시경클리닉은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함께 성장해가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침샘 질환 환자가 처음 외래를 방문하면 증상과 신체검진, 영상 검사(초음파, 타액선관 자기공명영상)를 바탕으로 진단이 이루어지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빠르게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입원 후에는 검진을 다시 시행해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하고, 전공의와 수술 전담 간호사가 수술 준비 및 보조를 한다.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침샘 내시경에 최적화된 마취, 비강 기도삽관을 도와주며, 수술 간호 인력들이 침샘 내시경과 수술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준비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이와 같이 많은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협업해 침샘내시경클리닉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현재까지 시술 1,300건을 시행했다. “침샘 질환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끊임없이 진료를 개선해온 노력이 지금의 침샘내시경클리닉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임재열 과장은 말했다. 그간 안전하게 수술을 마친 환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전문 진료를 강화해 얻은 신뢰, 협력 의료기관들의 꾸준한 진료 의뢰가 선순환을 만들어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침샘 내시경클리닉을 방문하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mini interview

선도적인 침샘 질환 진단·치료
전문 클리닉으로 발돋움

이비인후과 임재열 교수

흔히 침은 ‘생명의 물’이라 이야기하고, 신약성서에도 ‘예수님이 맹인의 눈을 당신의 침으로 치료했다’는 구절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예로부터 ‘모기 물리면 침 바르면 낫는다’는 말이 있는데, 선조들이 침에 상피세포 성장인자를 비롯한 중요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침샘 질환을 간과하기 쉬운데, 식사와 같은 자극이 주어졌을 때 붓고 불편함이 장기간 느껴지거나, 침이 잘 안 나오는 것 같거나 입이 마르는 증상이 오래간다 싶으면 침샘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카페인과 유제품 등 입을 건조하게 하는 음식을 선호하거나, 과일이나 신 음식을 싫어하는 분들은 평소 침이 잘 분비될 수 있도록 식습관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침샘내시경클리닉은 그간 다양한 증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침샘 내시경을 통한 침샘 질환 진단·치료를 선도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초 응용 연구와 연계해 침샘 내시경 이후의 전주기적 관리, 난치성 침샘 질환 환자의 세포 및 약물전달기술 개발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