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호흡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기쁨인지를 매일 절감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호흡근육이 약해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없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 중증척수손상으로 호흡근육이 마비된 환자들은 한 줌의 공기라도 자신의 힘으로 들이쉬고 내쉬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2009년 1월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 호흡재활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오며 '숨'이 '삶' 그 자체인 호흡장애 환우들에게 희망의 숨결이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이덕환
호흡재활센터 최원아 교수(재활의학과)
국내 호흡재활 치료의 발상지이자 개척지
'호흡재활'이라 하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호흡을 재활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 호흡재활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지난 1986년 근육병클리닉을 개설해 근육병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치료를 처음 실시했고, 2000년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호흡재활을 시작해 오늘날 호흡재활센터로 발전하게 됐다.
호흡재활은 다양한 교육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법과 기구를 이용한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치료를 통해 호흡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며,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료 영역이다.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여줌으로써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최적의 기능수행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호흡재활이 필요한 질환은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같은 만성폐쇄성 질환과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 근육위축증 등과 같은 신경근육계 질환, 척수손상, 중증 척추측만증이나 척추·흉곽 기형으로 인한 환기부전 등과 같은 제한성 흉곽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술 후 호흡기계 합병증 예방·치료에 호흡재활을 적용할 수 있고 폐이식 환자나 자가 호흡이 어려운 중환자실 환자에게도 호흡재활이 도움이 된다.
호흡환자 교육, 호흡 재교육, 이완요법, 기도분비물 관리, 재조건화 운동, 심리 및 영양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근육병,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계질환과 척수손상과 같은 장기 호흡 보조가 필요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관절개를 하지 않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비침습적 방법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또 호흡재활 전용병실을 운영해 환자들이 더욱 편안한 환경에서 호흡기를 사용하면서 전문적인 호흡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흡부전이 생길 정도로 병이 진행된 환자들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중증호흡부전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전하다
희귀난치성 신경근육병 환자는 대개 사지마비 상태로 보호자의 도움없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원 방문이 어려워 장기간 치료가 중단돼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호흡재활센터는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상담을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피며 지속적으로 치료가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호흡재활센터 구성원들은 국내 최초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간 자체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치료 경험을 쌓으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최상의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호흡재활 정기 건강검진 프로그램 운영 및 호흡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환자와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와 안정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는 ‘호흡재활’이라는 학문을 정착시키고 의료시스템을 정비했으며, 환자치료와 더불어 사회공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던 많은 환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또 호흡재활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워크숍, 심포지엄 등 다양한 의료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해외 호흡장애 환자를 위해 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연수를 포함한 국제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호흡재활센터 강성웅 센터장(재활의학과)
호흡재활 분야를 선도하는 센터가 가지는 책임감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가 설립되면서 내건 슬로건은 ‘세계 최고의 치료 시스템으로 호흡곤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지금까지도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다. 근육병 환자의 호흡재활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치병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호흡재활센터 구성원들은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호흡마비 환자라 할지라도 각자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식 재활치료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희귀난치병으로 입원한 어린 환자가 호흡재활 치료를 통해 어엿한 대학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호흡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이 나와 다르다는 사회적 인식인 만큼 신경근육병 환자도 우리와 같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그들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희망의 숨결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호흡재활센터 최원아 교수(재활의학과)
호흡재활은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지만, 그중에서도 척수손상이나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자들의 치명적인 환기부전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분들에게 호흡재활은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처럼 매우 중요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병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의 관심에서 밀려났고, 환자와 가족들마저도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호흡재활이 병을 완치할 수는 없어도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며 생을 연장해주는 확실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치료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폐질환 합병증에도 다양한 호흡재활 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호흡재활센터 구성원들은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호흡재활 치료비 지원사업과 정서적 지지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등 다방면으로 폭넓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는 호흡재활센터 구성원들, 호흡재활센터가 자리 잡기까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도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국내 호흡재활의 출발지라는 사명감과 중증호흡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의 숨결이 되는 의료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가 세계 호흡재활의 허브 기관이 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