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지구상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많은 미디어에서 수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각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서서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글 김경남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환경, 건강과 민감집단
현대인은 일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환경유해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환경유해인자에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 폭염과 한파 등 기후변화 관련 기상 요소, 납이나 수은과 같은 중금속, 비스페놀 A나 프탈레이트 등 내분비계장애물질, 과불화화합물과 같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전자파, 전리방사선 등이 있습니다.
환경의학자들은 다양한 특성을 지니는, 수십에서 수백 종에 이르는 환경유해인자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산업의 발전에 따라 매년 새로운 물질이 수없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미 사용 중인 물질에서도 새로운 건강 영향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인은 늘 불확실성에 기인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환경유해인자들은 동물실험에서 급성 건강 영향을 나타내지 않을 만큼 낮은 농도로 측정됩니다. 하지만 인체에서 이러한 낮은 농도의 노출이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면 건강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환경의학 연구가 진행돼 증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생활환경에서 특정 환경유해인자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유해인자에 한꺼번에 노출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환경유해인자 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져 다중 환경유해인자에 노출되면 개별 인자에 노출될 때보다 뚜렷한 건강 영향을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즉, 개별 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되었더라도 실제 생활환경에서는 건강 영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경유해인자에 노출되었을 때 모든 사람이 동일한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고령인구, 산모, 영유아, 사회경제적 취약 집단, 기저질환 보유자 등 민감집단은 더 낮은 수준의 환경유해인자에 노출돼도 건강 영향을 나타내고 동일 수준의 환경유해인자에 노출되더라도 더 뚜렷한 건강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생리적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감소, 기능적 여유능 감소, 환경유해인자의 위해성이나 저감 방법에 대한 지식 부족, 환경유해인자 저감에 필요한 자원 부족 등 복합적 요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기오염과 건강
수많은 환경유해인자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중 가장 활발한 분야가 공기오염 연구 분야입니다. 공기오염은 크게 대기오염 또는 실외공기오염과 실내 공기오염으로 나뉩니다. 20세기 중반에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을 거치며 대기오염이 환경보건 분야의 중요한 이슈로 먼저 부각되었고, 20세기 후반 들어 실내 공기오염의 질병 부담이 대기오염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크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실내공기오염이 환경보건 분야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었습니다.
대기오염과 실내공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각각 수십만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흡연을 제외한 다른 생활습관보다 훨씬 큰데, 이는 대기오염과 실내공기오염에 노출되는 인구가 실제적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인구집단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공기오염의 수준이 높은 지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처럼 공기오염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도 공기오염 정도에 따라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악화, 사망에 이르기까지 건강 영향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국제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공기오염에 안전한 수준은 없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공기오염 관리 수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주요 공기오염 물질로는 입자상 물질인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총부유먼지(TSP) 등과 가스상 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 오존(O₃), 이산화황(SO₂), 일산화탄소(CO)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입자상 물질이 가스상 물질보다 건강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는 국제적으로 초미세먼지가 가장 큰 관심 대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직경이 10㎛ 이하인 먼지로, 크기가 매우 작아 호흡기계 폐포 깊숙이 이동하여 축적 후 지속적인 건강 영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점차 더 작은 먼지 입자들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졌는데 현재 입자의 직경이 0.1㎛ 이하인 나노입자에 대한 측정이 실험실에서 진행되고 있어 추후에는 나노입자가 사회적 관심 대상으로 부각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예상합니다.
공기오염의 건강 영향으로 초기에는 사망, 심혈관계질환, 호흡기계질환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었으며, 이후 연구가 심화되며 당뇨병 등 대사질환, 우울증이나 치매와 같은 신경계질환에 이르기까지 전신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공기오염은 다양한 생물학적 경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하나가 전신적 만성염증을 통한 경로입니다. 만성염증은 다양한 만성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경로로 공기오염이 호흡기계를 넘어 전신적 영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기오염의 건강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방안은 지역사회 대기오염을 저감하고 가정이나 공동생활시설 내 실내공기질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그 외 N95 또는 N80 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사용이 공기오염의 건강 영향을 막을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습니다. 특히 기저질환자 등 민감집단에서는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식이 측면에서는 균형잡힌 식단으로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되 개별 영양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오메가3, 채소, 과일의 효과와 관련해 긍정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건강
기후변화는 보건의료를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도전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기후변화와 공기오염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환경의학 분야에서 두 주제는 하나처럼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는 고온 또는 폭염입니다. 사망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뿐 아니라 신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악화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단순히 평균기온 상승이나 여름철 폭염의 강도와 빈도의 증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겨울, 특히 중위도 지역에서 저온이나 한파가 증가하거나 집중호우,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게 되고, 최근 이로 인한 건강 영향에 대해 국내외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기후변화는 국제적으로 보면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큰 영향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고령자, 산모, 영유아, 사회경제적 취약 집단, 기저질환자 등 민감집단이 비민감집단보다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령자는 비고령자보다 폭염이나 한파에 의한 건강 영향이 더 뚜렷한데, 고령자 중에서도 기저질환이 있는 초고령층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비민감집단에서 쾌적하지 않은 느낌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폭염이나 한파 노출이 민감집단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민감집단에 해당하는 분이나 그 보호자는 사전에 생활공간에 냉난방기구를 준비하고 늘 주의 깊게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