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변화와 보건의료의 미래

고령화 시대를 흔히 ‘100세 시대’라고 부른다. 이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래 사회의 전망을 노인인구에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구변화는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인인구에만 초점을 맞추면 미래 변화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변화는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야기하며, 보건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상림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경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이 4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노인인구 비율이 약 18%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급격하고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노인인구를 기준으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복지와 재정 지원만 강화하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으로는 미래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부족할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할 때는 다양하고 종합적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 사회는 혈액 부족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혈액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특히 75세 이상의 고령층이 많아지는 향후 10~15년 부터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인구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수술 요법의 확대,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과 같은 기술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 수요 증가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돌봄산업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장기요양보험의 안정성 위협과 돌봄 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재산이 많고 학력 수준이 높은 노인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더욱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노년기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노인들의 특성은 돌봄 서비스의 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 주거, 돌봄, 의료가 결합된 형태의 종합 노후생활 지원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보인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신탁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돈 많은 노인들이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수준을 넘어, 더욱 복잡한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소득은 없지만 자산 수준이 높은, 하지만 부동산에 자산이 편중된 우리나라 노인들을 위해 신탁금융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금융상품들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고도화와 맞물려 새롭게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로는 이러한 통합 서비스를 실현하기 어렵다. 이유는 의료와 다른 산업의 결합이 어렵고, 금융이 다른 산업을 운영할 수 없도록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제도는 변화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관련 당사자들의 준비와 여건에 달려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모색은 금융과 종합 생활 서비스의 결합이 공공의료나 돌봄 관련 공공자원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가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는 어떤 역할을 할지, 이러한 서비스가 공공의 이해에 어떻게 부합할지, 당사자인 노인들의 서비스 수요를 어떻게 충족해줄지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보건의료계의 대응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민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이민과 이주가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된 문제도 다양해질 것이다. 의료서비스 영역에서는 단순히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건강보험 문제, 건강과 질병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 외국인노동자의 산업재해 특성, 외국 의료 체계와의 연계 문제, 중증 환자의 해외 이송 문제, 외국 보험(생명·손해보험)과의 연계 등 다양한 현안이 있으며, 이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아동 의료의 변화

아동 의료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변화할 것이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수록 아동 1인당 보건의료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출산, 저체중아 출산의 증가, 고위험 산모의 증가 등은 우리나라 아동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위협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아동의 전반적인 건강, 정신 건강, 성장 발달 지원 등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출생아 수가 적어지면서 ‘모든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장애 아동과 경계선상의 아동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 서비스 재정의 어려움, 건강보험의 재정위기 등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감염병의 위험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동성이 증가하고 도시의 밀집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인구의 증가와 전 지구적 건강 격차의 확대는 사회 전체의 감염병 저항력을 약화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은 우리 사회의 감염병 대응 능력을 시험할 것이다. 앞으로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의료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될지 우려된다. 지난 코로나19 사태에서 대응했던 방식이 초고령화와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는 사회에서도 유효할지,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가 이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새로운 대응 전략 수립과 보건의료 체계 강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불가피한 사회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하게 될 초고령화 사회는 ‘100세 시대’를 넘어, 사회 전체의 체제 전환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문제를 넘어서,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축소 사회에 맞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논의와 담론 형성이 필수적이다. 변화는 보건의료 영역에만 국한되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인구 추계 숫자에 임의적 수치를 대입한 단순 곱셈으로 미래는 끼워 맞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