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사명 달성과
사회적 가치 구현

글 박용범 연세대학교 글로벌보건연구원장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강조되면서 각 의료기관도 치료를 잘하는 병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병원을 추구하며, 기관별로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연세의료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서 기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ESG 경영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세브란스 기독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제중원보건개발원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연세의료원의 정신을 국내외 지역에서 실천하고 전파한다’를 사명으로, 의료원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전담 부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중원보건개발원 산하에 의료선교센터, 국제개발센터, 통일보건의료센터,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을 두고 각 센터와 사업단의 활동을 통해 세브란스 정신을 계승, 발전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기독 정신을 바탕으로 의료선교 활동

연세의료원은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기관으로, 의료원 전 교직원은 우리에게 맡겨진 선교 사명을 실천하며 의료원의 의료선교 사역에 다양한 모습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구체적으로 의료선교센터의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선교센터는 연세의료원이 의료선교의 사명을 가진 영적 공동체임을 모든 교직원과 동문, 학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국내외 의료 저혜택 지역에서 의료선교를 하며, 의료선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COVID-19 팬데믹 중에도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일에 헌신해주시는 동문 선교사와 교직원, 후원자분들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선교센터에서는 묵묵히 맡겨진 사명을 수행해왔다. 의료선교센터의 활동은 크게 아래와 같이 구분된다.

· 사람 세우기: Avison International Fellowship, Project Avison 10X10, Severance One Family, Avison International Clinical Fellowship(AICF) Workshop, 선교사 파송 및 지원, 학생 선교훈련

· 생명 살리기: 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미국장로교단(PCUSA)과 동역, 한국 교회 파송 해외선교사 건강지원 사업, 재미 이은자 동창 의료선교기금 사업

· 함께 섬기기: United Board와 동역, 중외학술복지재단 후원사업, 국내외 재난 대응 활동(우크라이나 난민 및 동해안 산불 피해 주민 돕기 성금 전달, 튀르키예 지진 피해 돕기 성금 전달), 몽골 의료선교 사업(몽골 국립의과학대학교 학술교류)

· 함께 나누기: 의료선교의 달(선교기도회, 세브란스 기독인의 날, 간호국 신앙부흥집회, 선교사와 함께하는 교직원 채플, Mission Talk 등), 국내외 의료봉사

국제협력을 통한 지구촌 건강보장 및
건강불평등 개선 활동

세계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2024년에 예산 6조 5,000억 원을 집행할 계획을 세운 분야가 있다. 바로 공적개발원조로서 해당 예산은 2023년 대비 45%가량 증가했으며,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이 분야는 앞으로도 예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KOICA로 대변되는 무상원조, 한국수출입은행의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무상 원조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원 내 다양한 교직원이 세브란스의 기독 정신에 입각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공적개발원조사업에 참여하며, 바쁜 일정을 쪼개 기꺼이 본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국제개발센터는 이를 지원하고 또 의료원을 대표하는 사업 수행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개발센터는 의료원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국제협력 활동을 통하여 세계적인 건강불평등 개선과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만들어졌다. 국제개발센터는 공적개발원조사업에 대한 관심 및 인식도 제고를 위한 원내 학술활동 개최, 다양한 유무상 공적개발원조사업 수주 등을 실행하고 있다.

KOICA,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추진한 ‘말라위 온드림 실명예방 프로젝트’가 긴 여정 끝에 마무리되었으며, KOICA와 함께한 ‘베트남 중부지역병원(후에성) 사후관리 기술협력사업’도 무사히 마쳤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EDCF) ‘코트디부아르 국립암센터 건립 컨설팅사업’, KOICA ‘모로코 북부지역 모자보건 향상을 위한 의료역량 강화사업’, 현대차정몽구재단 ‘네팔 온드림 실명예방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질병관리청의 ‘몽골 감염병 대응 공조강화사업’을 수주해 향후 5년간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의료원은 1993년부터 몽골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펼쳐왔으며, 올해 10월에는 몽골국립의과대학교와 학술교류 3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통일 및 보건에 필요한 연구 교육,
협력사업 활동

세브란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이자 의학교육기관으로서, 항상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에 도전해왔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으로 여기고 헌신했다는 자긍심으로 간직하고 있다. 의료원은 이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일인 우리 민족의 큰 과제를 향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분단으로 북한의 보건의료는 제도, 건강문화, 질병관, 의료인력 양성체계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와 매우 다르다. 이에 우리는 건강격차 및 의료문화 이질성 극복 등 통일 후 의료 상황에 대비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통일보건의료센터는 연세의료원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통일 전후 남북한 주민들의 전인적인 건강 향상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운영된다. 통일보건의료센터는 남북한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연구 및 정책 개발 지원, 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지원, 한반도 건강공동체 조성을 위한 보건의료사업 지원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이래로 통일보건의료센터는 산하에 5개 기획단(의학, 치의학, 간호학, 약학, 보건)을 두고 통일 후의 보건의료 분야 과제에 대비하여 지속적인 세미나와 연구, 교육 등 학술 활동을 펼쳐왔다. 통일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하에 통일보건의료 분야 연구를 수행 중이며, 대학별 교과목 개설, 도서 발간(통일보건의료의 미래), 월례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또 의료원 교직원들은 물론 각 대학과 대학원의 학생들도 동참할 수 있는 ‘세브란스 통일의 밤’과 ‘DMZ, 통일전망대 등 안보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통일보건의료센터 산하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재난의료 TF’를 신설하여 북한의 재난 상황 발생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을 연구하고 있다.

창의적인 글로벌 의료인력
육성을 위한 시스템 운영

세브란스의 기독교 정신은 창의적인 개척 정신에 뿌리를 둔다. 우리 기관은 1885년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으로, 광혜원,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또 우리나라 최초로 의학교육을 시작하여 1908년 국내 최초의 의사 7인을 배출한 의학교육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에비슨 박사는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의사이자 교육자로서 조선 젊은이들을 의사로 양성했고, 그들이 교육자가 되어 다시 후학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정신을 계승하여 제중원보건개발원 산하에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이 신설되었다.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은 의료원의 글로벌 보건의료 사업 수행 및 의학교육 역량강화사업 추진에 따라 이의 효과적인 운영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업단은 첫 활동을 KOICA와 함께하게 진행중이다. 현재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은 KOICA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등교육사업’의 2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사업은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장의 한 강연에서 시작되어 KOICA가 민간 부문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된 공모형 과제이며, 특정 국가의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사업단이 참여하고 있는 KOICA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등교육사업’은 총 2개 과제(베트남 호치민의약학대학교 교육연구 역량강화사업,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소아의과대학교 교육연구 역량강화사업)이며, 총 5년간 15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KOICA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사례이며, 이 사업을 통해 국제의학교육개발사업단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의료원의 글로벌 의료인력 육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연세의료원은 개원 이래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 원동력은 세브란스 기독 정신이며, 이러한 양적·질적 성장은 우리 내부의 끊임없는 노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여러 활동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 실현을 통해 사명과 비전이 살아 숨 쉬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범 제중원보건개발원장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세의대 교육부학장, 연세동곡의학교육원 교육개발센터장, 제중원보건개발원 통일보건의료센터장 역임 후, 현재 제중원보건개발원장으로서 사회공헌 및 글로벌 보건의료 개발 사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