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한마음국제의료재단 경영원장

인간의 본능이 무엇일까? 학습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면 무리가 있는 표현일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엇인가 알려고 애써왔고, 새로운 하나를 알았을 때 매우 기뻐하며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처음으로 홀로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 숫자를 가지고 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 때 느꼈던 기쁨을 회상해보자. 그렇다. 어쩌면 인생은 무엇인가 알고자 하는 본능 속에 아는 만큼 실천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가는 길이다. 그 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며 자아를 완성하려고 애쓰는 삶이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간다면,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학습과 역량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산다.

이 시대를 지식과 정보 기반 사회라고 한다. 모든 이가 추구하고 있는 부(富)의 기준도 지식과 정보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시대이다. 직장생활의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쉽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학습되어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 과거에 몰입되어 있을수록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같은 환경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알아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을 역량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도태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다. 유효기간이 의문시 되는 지식과 경험으로만 익숙해진 오늘을 살아가기보다는,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역량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역량의 차이는 결국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한 도전의 산물이다. 알고 있는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알려고 하는 것은 근본이 다르다.

병원, 인간의 한계를 다루는 곳

병원은 환자도 직원도 모두 한계까지 도전하며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 애쓰는 삶의 극한 현장이다. 그래서 사회는 병원근무자 역량의 가치를 존중한다. 병원근무자들이 역량개발을 위한 개인적 노력은 물론이고, 조직적 차원에서도 애쓰는 이유이다. 다만 역량개발의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 또한 달라지게 되므로 방향설정이 중요 변수이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나뭇잎에 시선을 붙잡히면 정작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방향을 볼 수 없다는 말은 나뭇잎이 아닌 방향을 강조한 말이다. 역량개발에도 방향이 있다.

역량개발의 기본적 방향은 수직적 사고와 수평적 사고의 범위를 깊고 넓게 만드는 길이어야 한다. 수직적 사고란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수평적 사고란 발상과 통합을 의미한다. 달리 표현하면 분석력과 창의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 해결 방안에 질적 차이가 있었던 것은 결국 분석력과 창의력의 차이, 즉 생각의 밀도 차이로 이해된다. 오늘날에는 IT기술이 발달하면서 분석력을 담보로 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분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원인 규명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이 과정이 취약하면 해결 방안의 방향이 올바르게 설정될 가능성은 없다. 잘못된 방향으로 투입되는 노력은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기간의 흐름일 뿐이다.

그러나 분석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분석정보를 활용한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분석정보에 의해서 진단을 잘하는 의사가 명의(名醫)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진단에 따라 처방을 잘하여 질환을 치유하는 의사가 명의이다. 또 문제만 잘 드러내는 관리자보다 드러난 문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병원관리자가 양질의 관리자이며 존경받을 수 있다. 기존의 경험적 지식에만 의존해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없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창의적 사고의 한계까지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것이 기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일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갈 수 있는 창의적 역량개발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것이 희망의 길이다.

리더십 역량개발은 조직 발전의 핵심

2016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모바일 서비스 등은 실제로 우리의 현실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앞으로 그 변화의 속도와 양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모두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두려움도 가지고 산다. 변화에 대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할 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딜레마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나 주택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 미국인들로부터 시작해 세계 경제시스템 전체를 흔들어 버린 세계금융위기를 기억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발생으로 위드아웃 코로나(without COVID-코로나없는 일상)를 희망하지만 그 또한 요원하다. 어쩌면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미래가 우리 앞에 더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한 환경에서 갖추어야 할 역량이 있다. 딜레마 감지 및 대응 역량이다. 감추어져 있는 잠재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도전해야 할 과제이다. 정책위험·산업위험·재무시장위험·기술혁신위험·이해관계자위험·자본유효성위험·마케팅위험·경쟁위험 등 다양한 위험을 감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강점과 약점보다는 잠재적 강점과 약점에 관심을 갖고 현재와 다른 새로운 가치곡선을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의 상황과 기준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 직무를 미래지향적으로 가감승제(+, -, ×, ÷)해 나아갈 줄 아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딜레마 감지 및 대응 역량이다.

그러므로 조직적 차원에서 리더십 역량개발을 중요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연공적인 요인보다는 직무기술과 관계기술이 강조되어야 하고, 리더십 파이프라인 관리가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학력 수준과 전문 진료기능만으로는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쉽지 않다. 병원 조직의 다양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십 역량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활용해야 한다.

병원 각 부서의 전문성과 복합성을 이해하지 못한 리더가 권위적인 지위에서 조직의 의사결정과 부서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총체적으로 리더십 역량개발 파이프 라인을 재구축해야 한다.

조직성과는 3가지 역량(공통역량·직무역량·리더십역량)을 갖춘 자들의 최적 결합에서 기대되는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고용관리 시점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역량을 평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AI 면접도 등장했다. 그러나 선발과정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리더십 역량개발이 중요하다. 동일 환경·동일 수준의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 간에 성과 차이가 나는 것은 리더십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팀장의 원팀(One-team)
관리 역량이 중요

대부대과제에서 팀제로 조직체계가 바뀌면서 많은 팀장이 병원 조직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팀장의 주된 책임과 역할은 팀원을 원팀으로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팀장급에 해당하는 간부들이 병원 전체의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나의 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팀장을 중심으로 한 팀원들의 결속 이상으로 팀장들의 화합과 결속으로 원팀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각 팀이 조직 전체 입장에서 균형감을 가지고 유기체처럼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총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팀장들 간의 불협화음, 갈등 혹은 충돌은 각 팀의 팀원들 간의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 팀장들 간에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각 팀의 의견이 달랐다고 하더라도 조직적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라면 팀장이 우선적으로 원팀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리더그룹이 원팀을 이루지 못하는 조직에서 팀원들 간에 원팀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팀장들의 팀워크를 강화해갈 수 있는 역량, 그 역량개발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모두의 몫이다.

역량개발을 위한 자율성 강화 속에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성과경쟁력을 제고하는 병원이 고객만족, 직원만족, 병원만족을 넘어 지역사회만족을 이끌어내는 건강한 조직, 신바람 나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훈

연세대학교에서 병원행정학을 전공(학사, 석사, 박사)했고, 을지대학교에서 30년간 의료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 및 대학원생을 지도했으며, 한국병원경영학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병원진단 및 컨설팅과 병원관리자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바랄코리아(BAHRAL KOREA) 대표이사와 한마음국제의료재단 경영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