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고
병원을 살리는 연구

글 최재영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

최근 여러 기관에서 평가한 의과대학 순위가 발표되면 많은 분에게 ‘연세의료원의 연구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러 가지 지표가 있겠지만 가장 자랑스럽게 답하는 부분은 국내 연구기관 중 기술이전 수익이 가장 많고, 전일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의사과학자를 80여 명이나 배출했다는 점이다. 또 의과대학 교원 중 20% 이상이 임팩트펙터 10점 이상의 논문을 책임저자로 발간했다는 것은 우리 의과대학의 연구 저변과 수준을 말해준다.

연구진흥 방향 :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연구’

의과대학 교수, 특히 임상의사가 왜 연구를 해야 할까?

그것은 앞으로 자기가 치료해야 할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하며 그 연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의과대학에 근무하는 임상의사이기 때문이다. 연구 업적을 쌓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초과학자들처럼 어떤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연구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의과대학의 연구는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더욱 실용적인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기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의과학연구처에서는 그간 몇 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연구기획전문가를 채용하여 연구기획, 연구계획서 작성, 연구비 발표 자료 등을 만드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많은 교수님이 이들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으며, 더 다양한 인력을 채용하여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이전센터를 설립하여 특허관리와 기술이전 등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단순히 특허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지식재산권을 발굴하여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5년간 개발된 신약후보물질과 의료기기 의료원 교수들의 특허를 분석하여 우수 특허에 대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술 사업화의 개념과 비전 :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화

COVID-19 팬데믹을 극복하면서 한 가지 확실해진 사실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임상 치료 수준이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아주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하여 일자리 창출 등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영리병원 허가 등의 시도는 잘 갖추어진 효율적인 의료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어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반면 ‘의료 산업화’를 ‘의료기술 산업화’에 국한시키면 방향과 해야 할 일들이 더 뚜렷해진다. 코로나 진단 장비 등을 우리나라가 선도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랫동안 정부와 민간기업이 투자해온 덕분에 우리나라의 바이오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9년 과학기술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기술력은 세계 4위 수준이며, 전 세계 단백질 복제약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을 산업화하여 국부를 창출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바이오 관련 기술지표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력은 아직 구미 선진국에 비하면 부족하다. 이제 연세의료원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상황이다.

이미 의료원에는 50개가 넘는 교원창업기업이 있다. 이 중 상장을 앞둔 기업도 상당수이다. 하지만 의과대학 교원들이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연구 활동 이외에도 인사, 재무 등 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도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많은 이유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원에서는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의료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에서는 5개 손자회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30억 원 규모의 개인 투자조합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의 목표 :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병원을 향하여

‘사람을 살리는 연구’는 ‘병원을 운영하게 하는 연구’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이익률은 2%를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도 의료행위를 통한 이익이 많이 증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병원 운영은 연구와 기술이전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세의료원의 기술이전 수익은 매년 50억 원 이상이며, 의료원이 보유한 창업회사의 지분은 수백억 원의 가치가 있다. 정부와 민간연구비의 규모가 2,000억 원 이상이고, 병원 회계로 들어가는 임상연구비 기관 수익도 100억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연구 중심의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면 연세의료원이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더욱 효율적인 연구지원체계와 사업화 체계를 마련하고 장기적인 인력양성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건립을 추진 중인 송도세브란스병원에는 수많은 바이오기업과 케이바이오랩허브가 있으며, 여기에 중개연구를 책임질 수 있는 의사과학자들만 있다면 머지않아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되는 성공 사례를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원들이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 승진이나 연구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재영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및 동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연세의대 이비인후과교실 주임교수 역임 후 현재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직을 맡아 연세의료원 연구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난청 질환 분야 최고 명의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