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조성수 교수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의 관상동맥질환 환자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이 일반화되고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젊은 연령층에서도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심장내과 전문의 9년 차인 조성수 교수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중재술로 살려내는 경험들을 하면서 힘들지만 큰 보람을 느꼈고 이 분야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생사의 경계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
조성수 교수는 심장내과에서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질환, 심방중격결손, 난원공개존, 심장판막질환 등 구조심장질환, 말초동맥질환, 대동맥질환에 대한 중재시술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심장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 실습을 돌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성수 교수는 응급실에 들어온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심혈관중재술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우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실빈맥이 여러 차례 오면서 열 번 넘게 제세동기 치료를 하고 응급 관상동맥성형술과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는 응급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환자가 멀쩡하게 교수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죽어가는 사람을 바로 살릴 수 있는 과가 심장내과’라 확신하고 그 길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지었다. 또 내과지만 외과 같은 부분이 있어서 매력 있고, 무엇보다 진단, 치료, 추적 관찰까지 심장내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에 일하는 보람이 크다는 점도 진로 선택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인데, 이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협심증, 심근경색을 유발합니다. 협심증의 경우 안정 시에는 흉통이 없거나 경미하다가 신체활동을 하면 흉통이 악화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심근경색은 안정 시에도 극심한 흉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바로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를
치료한다는 사명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중재시술, 심장혈관영상, 부정맥 등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이 심장혈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와 함께 원활한 다학제를 운영하며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조성수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심장내과 중재시술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 시 혈관 내 초음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성적·정량적 분석을 시술 중에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기법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환자 개개인의 혈류와 응고의 근본적인 차이를 혈액검사를 통해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심혈관중재술은 상향평준화를 이루고 있지만 성인 구조심장질환에 대한 국내 데이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연구 진행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심혈관중재술은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이미 상당 수준에 올랐다. 조성수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어서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시술 건수와 더불어 이를 담당하는 의사 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고, 무엇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국내 의료진의 우수한 자질, 뛰어난 연구 성과들이 이어졌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그간 중재시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선배 의사들 덕분에 자신과 같은 후배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집중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표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에서 심혈관중재술에 사용되는 풍선 카테터와 와이어를 보여주시면서 ‘이것은 대단한 기술이고 미래 의학을 바꿀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합니다.”
조성수 교수의 아버지가 독일에서 관상동맥성형술을 배우고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세브란스 심장내과 조승연 교수였으니 그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헤아릴 만하다.
심장은 일생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하는 등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어서 ‘가슴 속에 영(靈)이 담긴 소중한 장기’라 표현하는 조성수 교수. 심장을 치료하는 일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그가 앞으로 펼쳐갈 활동들을 기대해본다.
신경외과 문봉주 교수
디스크 질환과 척추관협착증은 한 해 환자 수만 200만 명(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이 넘는 대표적 척추질환이다. 그중에서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점점 좁아져서 생기는 증상으로, 그대로 두면 협착을 뛰어넘어 변형으로 진행돼 소위 ‘꼬부랑 할머니’가 되기 쉽다. 70대 이상의 고령 여성들에게 월등히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니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문봉주 교수의 진료실은 항상 ‘할머니 환자’로 붐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허리 한 번 시원하게 펴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간절한 선택
신경외과 전문의 14년 차인 문봉주 교수의 주요 진료 분야는 척추변형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없어지고, 골다공증도 심해진 할머니들은 앞을 못 볼 정도로 몸이 심하게 구부러지면서 엄청난 허리통증을 호소한다. 게다가 척추측만증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변형되고 굽은 척추를 곧게 펴주는 교정수술을 받으러 문 교수를 찾는 환자가 많다.
“척추변형이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남성보다 뼈가 약하고 나이 들면서 근육이 줄다 보니 점차 골다공증이 심해져 저절로 허리가 굽게 됩니다. 대부분은 젊을 때부터 쪼그리고 앉아 밭일이나 집안일을 하셨던 분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척추변형 교정수술은 8시간이나 걸리는 큰 수술이어서 고령 환자에게는 무리가 갈 수 있어요. 수술 후 합병증도 30~40%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 우리 병원은 두 번으로 나눠 수술을 시행합니다. 3시간 마취는 환자가 견디기에 적합하고, 수술 시간이 줄면서 자연히 출혈도 적어져 예후가 훨씬 좋습니다.”
문봉주 교수가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하게 된 배경엔 할머니 환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에 시달리는 할머니들이 하루를 살더라도 허리 한 번 시원하게 펴고 싶다고 호소하는 간절한 목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척추변형 교정수술로 허리를 펴니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는 할머니 환자들의 경험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문이 난 덕분에 문봉주 교수 진료실은 가끔 동네 사랑방이 될 때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옆에서 부축받거나 휠체어를 타고 왔던 환자가 몇 달 후 두 발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는 문봉주 교수는 이럴 때마다 신경외과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척추 건강,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시작
문봉주 교수가 신경외과로 진로를 정한 시기는 인턴을 돌면서부터다. 13개월 가운데 7개월을 신경외과 척추 파트만 돌다 보니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무엇보다 세심하게 손 쓰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요즘은 정보가 많아 환자들이 더 잘 아십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척추병원을 운영한 척추수술의 메카이자 다른 과와 협진 시스템이 잘돼 있고, 수술방과 병동 간호사들의 숙련도가 높으며, 무엇보다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점 등 제가 일일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다 아세요.”
자신을 찾는 할머니들의 첫마디가 ‘나 허리 좀 펴 줘’여서 정겹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과 병원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표현이기도 해서 문봉주 교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사실 척추는 유전적인 요인이 80%이고, 나머지 20%는 본인이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따른 후천적인 관리가 관건입니다. 척추는 젊을 때부터 너무 혹사하면 빨리 망가지니 오래 앉아 있지 말고, 고개 숙이고 오랜 시간 작업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봉주 교수는 협착증은 다리에서 먼저 통증이 오기 때문에 30분 이상 걷거나 서 있는 것이 힘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데도 다리가 저리면 심각한 상황이므로 바로 내원할 것을 당부한다.
“신경이 다 망가진 상태에서 오시면 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참았다가 85세에 휠체어 타고 병원에 오시는 것보다 75세에 수술받고 10년을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삶의 질 차원에서도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비인후과 정찬민 교수
코는 호흡할 때 산소가 들어오는 통로이며, 공기 중 오염물질을 여과해준다. 중요한 기관이지만 질환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 질환이 지속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청소년의 경우 학습능력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 질환을 진료하는 정찬민 교수에게 올바른 치료방법을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코로 숨 쉬기의 중요성
코 막힘은 흔한 증상이어서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인 코 막힘은 그렇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반복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중격만곡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 가운데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환은 콧구멍을 좌우로 가르는 벽인 비중격이 휘어서 코막힘이나 비염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간 코로 숨을 쉬는 게 원활하지 않았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리신 거죠.”
정찬민 교수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환자들의 사정이 더 와닿는다고 말한다. 어릴 때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어진 상태로 성인이 될 때까지 방치하다가 의대 졸업 무렵 수술을 받고 코로 숨 쉬는 일이 자유로워졌다. 이 일을 계기로 이비인후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정찬민 교수는 현재 만성부비동염, 비중격만곡증, 알레르기비염 등 코와 관련한 질환을 주로 진료하며, 소아 편도아데노이드로 코로 숨을 잘 못 쉬는 아이들도 치료하고 있다.
“코 질환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한 편입니다. 최근에는 소아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이 많이 오고, 성인들 중에는 감기를 앓고 나서 축농증에 걸린 환자들도 있습니다. 어르신 환자 중에는 임플란트를 했는데 빰 뒤쪽으로 축농증이 보여 이비인후과에 가보라는 치과의 권유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정찬민 교수는 코 질환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면 수술해야 하고, 증상이 오래되지 않았다면 약물치료로 가능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효과가 없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알레르기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연구
정찬민 교수의 진료실에는 소아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편도가 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소아 환자들은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병원에 의뢰가 많이 오는 편이다.
“편도는 어렸을 때는 1차적인 면역기관 역할을 하다가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되는 시기 이후에는 크게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편도가 너무 커서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숨을 잘 못 쉬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로 인해 성장이 더딜 수 있고, 입을 벌리고 자서 구강구조가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편도선 제거 수술을 해주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소아 환자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이비인후과 응급수술이 갑자기 잡혀 소아 수술 5건이 밀린 적이 있었다. 오후 1시에 첫 케이스에 들어가 5명을 연달아 수술하고 나니 오후 5시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전날 밤부터 금식했던 마지막 수술 환자가 배고프다고 울음을 터뜨려 무척 미안했다며 웃는다.
지난 3월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 합류한 정찬민 교수는 이곳에서 전공의 시절을 보낸 만큼 자신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 말한다. 선배 교수님들이 특화된 진료 영역으로 ‘이비인후과 명가’를 이끌어온 만큼 그 뒤를 이어 코 질환 영역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약 없이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환자들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