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

머신러닝을 이용한
근육량 예측 대장암 환자의
예후를 살피는 지표가 되다

암 치료 경과는 근육량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장암 환자의 근감소증과 예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팀은 머신러닝으로 근육량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앞으로 진단 방법을 간소화하고 환자 예후를 예측해 맞춤형 치료방법을 제시함에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강정현 대장항문외과 교수 / 사진 송인호

‘근감소증’이라는 단어는 일반인들도 상당히 자주 접하는 용어가 됐다. 나이가 들면 근육힘과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험상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태를 의학용어로 근감소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근육의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근육의 양뿐만 아니라 근육 자체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의미하는 근육의 질도 매우 중요하며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근감소증은 평균수명이 길어진 현대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근육량이 줄어든 사람들은 기력이 쇠하여 자주 넘어질 수 있고 이는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당뇨, 고혈압, 지방간 등 잘 알려진 만성질환과의 연관성 또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암환자에서 근감소증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더 높고, 특히 근감소증이 있는 암환자는 예후가 더 좋지 않다는 보고가 있었다. 여러 가지 암종 중에 대장암 환자에서 근감소증과 예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근감소증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다. 대장암으로 치료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근감소증을 측정하고 이를 여러 가지 임상적인 결과와 연관 짓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CT 촬영 없는 근게이지 측정 방법

대장암 환자에서 CT 촬영을 통해 정의되는 근육 감소는 환자의 예후와 관련 있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CT 촬영으로 근감소증을 측정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지표는 골격근량 지수(Skeletal Muscle Index, SMI)와 골격근 방사선 밀도(Skeletal Muscle Radiodensity, SMD)이다. 강정현 교수는 다기관 연구를 통해서 근감소증과 근지방증을 동시에 고려하는 지표인 근게이지(Skeletal Muscle Gauge, SMG)가 근감소증 지표(SMI)나 근지방증 지표(SMD)보다 대장암 환자에서 예후를 더 잘 예측하는 지표임을 지난 2021년에 보고했다. 단, CT 촬영을 이용해서 근게이지를 측정하고자 할 때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환자들이 수술이나 항암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CT 촬영을 시행하는 것은 필수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후의 치료 과정에서 CT 촬영을 시행하려고 하면 비용 문제나 환자의 불편감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강정현 교수팀은 CT 촬영을 시행하지 않고 근게이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2018년부터 2년간 미국 연수 과정에서 공부한 머신러닝을 접목해보고자 했다.

“머신러닝은 복잡한 연구 방법론으로, 평범한 외과의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방법론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제가 자주 다루는 임상에서 환자분들이 피검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들은 수치가 비교적 정확하고 연속형 변수로 값이 잘 분포되어 있어 머신러닝 방법론을 적용하기 쉬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임상에서 근감소증에 관여하는 인자들에 대한 사전 연구에서 연관성이 있는 인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번 연구의 성공을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의과대 학생들은 다 재능이 뛰어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로 의대 실습을 나온 학생들 중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 연구에 참여해보라고 권유했고,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즐겁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논문이 출간된 후 셋이 모여서 즐거운 추억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고마워하고 저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혈액으로 근게이지 예측 알고리즘 개발

이번 연구에서는 피검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염증 관련 지표와 환자의 고유한 특성을 추출한 후 머신러닝 방법을 적용해 근게이지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대장암 환자 1,094명을 training 그룹 656명과 test 그룹 438명으로 구분했다. 머신러닝을 적용하여 새롭게 개발한 알고리즘은 training 그룹에서 AUC 값이 0.846 정도로 나왔고 test 그룹에서도 0.869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특히 새로운 알고리즘은 다른 피검사 수치나 임상 지표들(성별, 키, 몸무게, 혈색소수치)보다 우월한 예측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머신러닝을 통해 근감소증 상태를 평가하는 모델의 예측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이 알고리즘의 장점은 근감소증 상태를 감지하기 위한 잠재적 선별 도구로 채택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전산화 단층 촬영을 이용한 진단 시 동반되는 비용, 방사선 노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맞춤형 치료법 제시

현재 강정현 교수는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얻을 수 있는 영상학적인 정보를 사용하여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또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에서 나타나는 대장암의 특징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방법들이 환자들에게 추가로 시행되는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참고가 될 수 있다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