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조한별 교수

난소암 치료를 위한
부단한 노력

우리나라 부인암 중 사망률 1위가 난소암이다. 최근 난소암 발병률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로, 40~60대 환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30대의 발병률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난소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수술로 완치되어도 재발이 잦은 난치성 질환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난소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에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산부인과에서 부인암 환자를 진료하고 계십니다. 현재 부인암 추이가 어떠한가요?

부인암은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자궁경부암은 국가암 검진과 백신 접종으로 발생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난소암은 50대 여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에는 20~30대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난소암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정확한 발생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란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난소에서 난포가 생겨서 배란이 일어나는데, 이처럼 세포가 생성되는 과정 중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변이가 일어나 암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요. 따라서 배란을 많이 할수록 암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초경이 빨라지는 반면 폐경은 늦어지고, 출산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보니 배란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30대 젊은 난소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가 이런 사회적 환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소암이 ‘무서운 암’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자 4명 중 3명이 3기 또는 4기일 만큼 증상이 없어요. 보통 암은 5년 생존율을 이야기하는데, 난소암 자체의 5년 생존율은 62~64%이지만 3기면 생존율이 30~40%, 4기면 2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난소암 3기라 하더라도 배가 좀 나오고 속이 더부룩한 정도의 증상만 있어서 내과를 찾았다가 산부인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유병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보통 신약이 개발되려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유방암이나 폐암처럼 비교적 흔한 암은 환자가 많아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으기가 수월합니다. 반면 난소암은 환자 모으기도 어렵고, 유병률이 2%에 불과해 임상시험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제약회사들도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현저하게 적은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가 없어요. 10년 전만 해도 난소암은 1970년대부터 쓰던 항암제가 유일했는데 최근에서야 간신히 표적 치료제 2종이 나왔습니다.

난소암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종양 감축술과 항암치료가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이 난소암은 빨리 퍼지기는 하지만 주로 표면으로만 퍼져 3기 말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수술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1차로 종양 감축술을 받고, 2차로 항암치료를 하는 방식이 수십 년 동안 유지되다가 2011년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법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2011년 주사 형태의 표적 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이 개발됐고, 요즘 유행하는 파프(PARP) 억제제는 그 효과를 입증받아 난소암에서는 최초로 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유지요법으로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난소암 치료 과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재발이 잦다는 점입니다. 종양 감축술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6~9회 실시한 환자의 80% 가량이 완치에 이르는데, 완치 환자중 80%에서 재발이 일어나고 재발을 거듭할수록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무재발 생존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처음 재발을 막거나 최대한 늦추는 것이 난소암 환자의 예후에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유지요법이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인자 가운데 BRCA 유전적 변이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녀에게 50%가 유전되기 때문에 만약 그 자녀가 BRCA 양성이라면 결혼과 출산에 따라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이라면 예방적으로 양측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고, 아직은 난소를 살려놓고 싶다 하면 난관절제술을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난관, 난소 둘 다 제거하기가 어렵다면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질식 초음파 검사와 CA125 난소암 표지자 검사를 받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향후 난소암 치료와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난소암 치료는 정밀의료를 바탕으로 한 개인별 맞춤 치료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난소암 관련 연구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바이오마커를 사용할지, 지금은 유일하게 BRCA에 대한 표적 치료제와 검사법만 확립돼 있는데, 난소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상동 재조합결손(HRD) 분석을 위해 어떤 검사를 할지 등 앞으로 수행해야 할 연구가 많습니다. 또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항암치료를 여러 번 할수록 내성이 생겨 파프 억제제로는 한계가 있어 병용요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상당히 진척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난소암은 조기진단도 어렵고, 한 번 재발하면 완치는 어렵기 때문에 계속 조절해가며 사망시기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있고, 특히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김재훈 교수님이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으로 계시면서 다른 기관에 비해 임상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약, 병용요법을 적용할 기회가 많습니다. 난소암은 분명 치료가 까다롭고 어려운 암이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위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희망을 잃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