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천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담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선교 봉사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이래 지난 40년간 선교와 봉사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 나눔 기금 조성으로 국내외 선교 및 봉사활동을 더욱 폭넓게 펼치고 있으며, 해마다 케냐, 짐바브웨, 네팔,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의료 발전을 위한 교육과 의료 인프라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박진용 소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원목실 송우용 실장을 초청해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주는 내 기쁨이 더 크다’는 세브란스 정신을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PART 1.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역사

세 분을 모시고 의료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각자 맡고 계신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박진용 : 의료선교센터는 연세의료원의 정식 부서입니다. 훙미로운 것은 선교를 하기 위해서 선교센터를 먼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시작을 한 선교를 더욱 잘 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습니다. 1993년에 의료원이 공식적인 몽골의료선교를 시작했고, 8년간 운영하면서 좀 더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하여 정식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2001년 의료선교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의료선교센터에는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대표하는 운영위원이 이병권 교수님입니다. 30년전에 몽골에서 시작한 의료원의 의료선교는 이제 20개국 이상의 파트너 기관과 협력하여 교육을 통한 의료선교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병권 :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1년부터 나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부터 1% 나눔 기금을 조성했고, 이를 사회사업위원회와 선교위원회 등 두 갈래의 사회봉사활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1% 나눔 기금은 직원 월급의 1%를 기부하는 형식인데, 자발적인 참여로 나눔을 실천하는 미션을 실행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송우용 : 세브란스는 선교사들에 의해 섬겨진 병원이며 지금도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에도 사회봉사활동이라는 독특한 커리큘럼이 있고, 직원들이 1% 나눔을 실천하는 등 굳이 우리가 기독교 정신을 대외적으로 표명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던 선교사들의 정신이 우리 DNA에 녹아 있습니다. 이것이 연세의료원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나눔과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병권 : 국내외 의료봉사와 재난구호활동 등 다양한 방식과 창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1% 나눔 기금을 조성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의 의료비, 간병비를 지원합니다. 선교봉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의료사각지대를 다니며 의료봉사활동을 수행하고 해외 의료소외지역을 방문해 선교와 의료봉사를 위한 많은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저개발국 환자들을 초청해 치료하고 선교사역 후원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1% 나눔 주간 행사를 열어 1% 나눔의 의미와 자긍심을 되새기고 더욱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우용 : 2003년에 사명실천총괄팀을 조직해 교직원들의 참여로 사명실천기금을 조성해 이웃사랑을 실천한 것이 1% 나눔 기금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월급 1%를 나눔을 위해 기부한다는 것은 아마 다른 기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정신이자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1% 나눔 기금을 통한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국내외 의료선교활동’입니다. 세브란스인은 인종, 종교, 국적, 이념, 신분, 성별, 빈부 등 그 어떤 것으로도 환자를 차별하지 않고 섬기되, 특별히 국내외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고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의 초기 명칭이었던 ‘광혜원’과 ‘제중원’은 이러한 기독교적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담고 있는데, 우리 강남세브란스병원 1%나눔 기금은 이러한 기독교 정신을 계승하는 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SOS 선한 사마리아사람사업’이 있는데, 형편이 어려운 응급환자들의 병원비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먼저 시작해 연세의료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목회자, 선교사들을 위한 건강검진과 지원 활동도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주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수년간 진행해왔고, 간호국을 중심으로 보육원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박진용 : 연세의료원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데,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떠올리면 가족적인 분위기가 가지는 특별한 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료선교센터에서는 아프리카, 동남아, 중앙아시아 연수 교수들을 1년에 30명 정도 초청하는데, 이분들 중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를 받은 분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강남의 교직원들에게 의료 지식을 배우는 것 외에 인간적으로도 따뜻한 대접을 받아 감동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실천하려는 나눔의 참 의미이자,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위시해서 연세의료원 전체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등 나눔에 각별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브란스’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일까요?

송우용 : 세브란스는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둔 의료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직업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라는 사명으로 부름을 받은 청지기들입니다. ‘HOSPITAL’은 중세 기독교에서 유래했는데, 바깥주인인 HOST, 안주인인 HOSTESS, 집을 뜻하는 HOTEL이란 말과 어원이 같아요. 친절하고 상냥한 부부가 자신의 집 앞을 지나는 나그네와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음식과 물을 주고, 상처를 씻겨주며 보살핀 것을 시작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육신과 보호받아야 할 생명을 위해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장소가 오늘날 병원으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세브란스는 헌신과 희생, 충직과 근면, 자긍심과 자발성을 근간으로 하는 소명의식이 있었기에 많은 나눔 활동이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병권 : 아시다시피 세브란스병원은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입니다. 청교도들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웠고, 그 기독교 정신을 전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섬김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때 심은 정신이 1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역할도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및 선교활동이 필요한 나라에 섬김의 자세로 가서 씨앗을 뿌리고, 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게 세브란스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진용 : 연세의료원의 정체성은 네 가지인데, 진료기관, 교육기관, 연구기관은 다른 기관과 대동소이하지만, 여기에 더해 의료선교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의료선교기관이기 때문에 선교활동,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교직원이 여러 가지 형태의 선교활동을 해오신 덕분에 이미 우리는 의료선교 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세브란스 139년 역사가 이를 입증해줍니다.

PART 2.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이
나아갈 길

세 분의 말씀에서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지난 40년간 이어온 나눔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마련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이병권 : 지난번에 박진용 소장님과 의료선교센터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의료선교봉사를 간다고 했을 때 대규모 팀을 꾸려 의약품을 나눠주고, 며칠간 진료하고 정작 돌아와서는 봉사 나갔던 기억마저 잊어 버리는 패턴으로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역할은 그 나라에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도록 돕는 것이에요. 너무 척박한 환경이라면 소규모라도 어떤 한 지역을 지정해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튼튼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과거 세브란스의학교의 에비슨 선교사님과 연희대학의 언더우드 선교사님이 지속적으로 노력하셔서 지금의 연세대학교가 건재하듯이 우리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연세의료선교센터와 힘을 합쳐서 의료선교 봉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송우용 : 이병권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저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자부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태국에서 의료선교 봉사를 하는 우리 교직원들이 ‘라임나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선교하시는 분들이 자생적으로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태국의 기후에 재배하기 좋은 라임나무 열매가 세계 각국의 음식 재료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라임나무에서 열매를 얻어 현지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우리 병원 교직원과 가족들이 라임나무 묘목(한 그루당 한화 15,000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해 현재 소출되고 있는 수익금은 최소한의 교회 운영비를 제외하고 극빈자 구제, 극빈자 자녀들의 학비 후원, 장학금 지원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료선교팀의 지속적인 활동과 라임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현지 교회의 자립과 지역민들의 복지, 문화적 선교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박진용 : 박진용목사님 말씀 덕분에 라임나무 프로젝트를 알게 됐습니다. 저도 참여해서 현지 상황을 보고 싶네요.

송우용, 이병권 :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오늘 대담을 나눈 소감이 어떠셨는지,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박진용 : 의료선교센터의 역할은 의료원 전체가 의료선교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일입니다.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므로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듯합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의과대학과 병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듯이 앞서가는 의료선교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방향을 모색해가겠습니다.

이병권 : 제가 들은 이야기인데요, 어떤 선교지에 작은 교회가 하나 있고, 학교 혹은 병원 둘 중 하나만 지을 정도의 재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둘 다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학교냐, 병원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최종 해답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봉사를 하려면 현지 사정을 잘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소리겠지요. 우리의 선교나 의료 활동이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송우용 : 우리 미션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슬로건은 우리 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병원 환우들과 보호자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하나님, 기독교, 사랑’이었다는 말을 듣고 사회가 세브란스를 바라보는 눈이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세브란스의 정체성을 우리 사회에서 한 줄로 정의해주셨으니 우리는 실행을 잘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오늘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