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이라는 진단은 갑작스럽게 다가와 모두를 당황스럽게 한다. 연우 군의 병도 그랬다. ‘윌름스 종양’이라는 생소한 진단명은 연우 군과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그렇지만 연우 군은 위시데이에 받은 노트북에 차곡차곡 하고 싶은 것들을 쌓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글 편집실 /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 재미를 느낄 열다섯 살 송연우 군은 병명도 생소한 ‘윌름스 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윌름스 종양은 소아의 신장에 생기는 종양으로, 중앙암등록본부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윌름스 종양이 발견된 건수는 22건, 전체 암 발생의 0.01% 정도다. 연우 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20년, 갑작스럽게 시작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것저것 검사한 결과 염증 수치가 높고 복통도 진정되지 않아 CT 촬영까지 했다. 결과는 왼쪽 콩팥에 큰 덩어리가 보이니 급히 암센터가 있는 병원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제 몸에 종양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이 울었고 절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엄마, 아빠보다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엄마를 따로 부를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다’는 연우 군은 병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엄마에게 오히려 ‘괜찮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위로를 건넸다. 다행히 빠르게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항암을 위해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찍어본 폐 CT에서 4mm의 결절이 보인다는 소견에 한 차례 다잡은 마음이 또다시 무너졌다. 항암을 하면 괜찮을 거라는 기대에 구토가 나도, 머리카락이 빠져도, 힘든 방사선 치료도 씩씩하게 견뎠지만 두 번의 항암 후 폐와 간에 전이됐다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항암은 2기에서 4기로 변경됐고 폐와 간에 있던 결절들이 사라지고 조혈모세포 이식의 기회까지 얻어 다시 안정이 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3개월 후 조혈모세포 이식 후 처음 찍은 CT에서 또다시 다발성 폐전이가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우 군의어머니는 어른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연우는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또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생각하다 같은 병실을 쓰는 환우 어머니에게서 환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프기 전처럼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연우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게 뭔지 묻자 ‘화상으로 친구들과 만날 수 있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게임도 할 수 있는 내 노트북을 갖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메이크어위시에 사연과 함께 신청했고 연우 군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던 연우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림도 그리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보낸 시간들
6월 26일, 드디어 연우 군의 위시데이가 있는 날. 화상으로 진행되는 위시데이라 노트북을 켜고 가족들과 둘러앉은 연우 군은 잘 포장된 소원 물품인 노트북을 개봉하며 활짝 웃었다. 연우군의 단짝 친구 고양이도 연우 군의 위시데이를 축하해주듯 테이블 위에 올라와 앉았다.
“노트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받자마자 소설 쓰기, 그림 그리기, 디스코드로 대화하기, 게임하기, 유튜브 보기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요. 제 노트북이 있다는 게 이렇게 편하고 좋을지 몰랐어요.”
위시데이에서 얻은 좋은 에너지와 7월부터 복용한 약의 효과로 연우 군은 컨디션을 회복했고 가족들과 캠핑도 가고, 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멋들어지게 차려진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추억을 쌓았다. 연우 군은 소원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해주신 분들, 또 그분들과 저를 연결해주신 메이크어위시와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질병으로 치료받는 환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연우 군은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저도 아직 병이 낫지 않아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3년간 기쁨, 슬픔 다 느껴본 환자로서 너무 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가족들과 같이 많이 대화하세요. 제일 힘든 사람은 아픈 사람이에요. 그리고 심적으로 힘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꼭 힘들지 않더라도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치료하는 연우 군이 그린 그림 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