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오는 질병

대사증후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 개인에게 혈압상승, 고혈당, 혈중지질이상, 비만(특히 복부비만) 등 여러 위험인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상태를 대사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대사증후군이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돌연사를 일으키는 각종 질환, 즉 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유방암, 직장암 등 각종 암 발생 및 사망률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생활습관 조절 등을 통해 이러한 질병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사증후군은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으로 진단 기준을 발표했고 이후 여러 종류의 진단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 국가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National Cholesterol Education Program, NCEP)의 Adult Treatment Panel에서 제시한 내용에서 복부비만 기준만 한국인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용하며, 아래의 구성요소 중 3가지 이상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비만으로 인한 인슐린저항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기전은 비만으로 발생한 인슐린저항성으로 설명합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저항성이 생기면 대표적인 표적 장기인 간, 근육, 지방조직에서 인슐린 작용이 감소하고 그 결과 혈당을 이용하지 못해 고혈당이 유발되어 결국 당뇨병 전단계 또는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높은 인슐린에 의해 체내에 염분과 수분이 축적되어 고혈압이 생기기도 하고, 증가된 인슐린은 이상지질혈증, 염증반응 이상으로 나타납니다.

세계적으로 비만을 비롯해 대사증후군과 연관된 만성질환들의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행한 《2018년 건강검진 통계연보》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중 30.4%가 대사증후군이며, 이는 서양의 수준과 비슷한 결과입니다.

체중감량이 가장 우선

대사증후군을 단일 질환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으며, 원인과 구성인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치료가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사증후군 구성인자들이 인슐린저항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의 각 임상질환을 치료함과 동시에 근본 원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우선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해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식사요법, 운동, 금연, 절주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혈당이 동반된 경우 각각의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 외에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대사증후군의 요소들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가지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생활습관 평가와 검사를 진행해 동반 위험요인을 찾아 치료하여 합병증을 예방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해서는 적당한 체중 유지와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사증후군 진단

*성인 기준 다음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

무심코 넘겨선 안 되는

혈뇨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혈뇨라고 합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붉은 혈뇨를 육안적 혈뇨라고 하며, 육안으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요현미경 검사에서 적혈구가 확인되는 경우를 현미경적 혈뇨 혹은 미세혈뇨라고 합니다. 특정 약물을 복용하거나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질환에서 혈뇨와 비슷한 붉은색 소변이 보일 수도 있고, 여성의 경우 생식기 출혈과 혼동할 수도 있으므로 검사를 요하는 혈뇨인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혈뇨로 병원을 찾는 분들 중 대부분은 혈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지 못합니다. 미세혈뇨의 70%, 육안적 혈뇨의 50%가량은 검사를 충분히 실시해도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데, 이러한 경우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예후가 좋다고 혈뇨에 대한 검사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육안적 혈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급히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으나, 특별한 조치 없이 자연스럽게 소실되는 경우도 많아 종종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뇨는 비뇨기계 종양이나 구조적 이상을 알 수 있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으므로 육안적 혈뇨가 발생했다면 혈뇨의 자연 소실 여부와 관계 없이 비뇨기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CT와 내시경, 혈액검사로 진단

성인에서 발생하는 혈뇨는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와 증상 없이 혈뇨만 관찰되는 무통성 혈뇨로 나뉩니다. 혈뇨와 함께 아랫배나 옆구리에 통증, 고열 등의 증상이 동반되었다면 신우신염, 방광염, 전립선염, 요도염과 같은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동반 증상이 있다면 대부분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조치를 받게 됩니다. 동반 증상 없이 혈뇨만 발생하는 무통성 혈뇨가 문제입니다.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무통성 혈뇨 환자를 접하면 방광암, 신우암, 전립선암 등 요로계 악성종양에 대한 감별을 우선으로 고려합니다. 나이와 흡연력, 성별 등 위험인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통계적으로 무통성 육안적 혈뇨 환자의 경우 10명 중 한 명, 무통성 미세혈뇨 환자의 경우 20명 중 한 명꼴로 요로계 악성종양이 발견됩니다. 악성종양으로 인해 발생한 혈뇨는 대부분 특별한 조치가 없어도 저절로 멈추고, 아프지 않으며, 길게는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 한 번의 혈뇨라도 철저하게 검사해야 요로계 악성종양 진단이 늦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육안적 혈뇨로 비뇨의학과를 방문하면 요로계 악성종양을 감별하기 위해 복부·골반 CT 촬영과 방광 내시경검사, 각종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통과하는 요로 중 신배, 신우, 요관까지의 구조를 상부요로, 방광과 요도를 하부요로라고 합니다. 상부요로와 주변 혈관의 구조적 이상, 종양, 결석 등 혈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많은 질환이 복부·골반 CT를 통해 진단됩니다. 반면 CT 검사에서 요로 점막의 이상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요도에서 방광까지의 하부요로는 방광 내시경을 이용해 검사합니다. 비뇨의학과에서 CT와 방광 내시경검사를 진행한 후 특별한 구조적 이상이나 종양 소견이 없는 경우 신장내과에 사구체질환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게 됩니다. 소변검사에서 이형 적혈구가 다량 관찰되거나, 소변에 단백뇨가 동반된 경우 사구체질환에 의한 혈뇨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외상이나 시술 후 발생하기도

마지막으로 외상이나 치료 목적의 시술 후에 혈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단은 다른 혈뇨와 같이 CT와 방광 내시경검사를 시행합니다. 신장이나 방광에 외상에 의한 손상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혈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장 손상의 경우 정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때도 있고, 중재적 시술이나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교통사고와 같이 골반에 큰 충격을 입었을 때 방광이나 요도에 손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하부요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출혈을 억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직장암이나 여성암과 같이 배뇨 장기와 근접한 장기에 치료 목적의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 방사선방광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방광의 점막이 약해지며 혈관들이 방광 내로 돌출되어 반복적인 출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근접 장기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골반 방사선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는 분들에게 혈뇨가 발생했다면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흔한 부작용입니다.

혈뇨가 있다면?

숨 쉬기 어려운 고통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만성기관지염, 폐기종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고 숨을 쉴 때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폐기능이 저하되는 만성 염증성 폐질환입니다. 흔히 호흡곤란, 기침, 점액성 가래, 쌕쌕거림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COPD의 가장 주된 발병 원인은 흡연이며, 흡연 외에 직업적 유해 물질 노출, 대기오염, 실내외 미세먼지, 호흡기 감염, 유전적 요인, 폐 성장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65세 이상, 저소득층, 과거 흡연자, 폐결핵 환자 등도 흔히 겪는 질환입니다.

COPD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적절하게 관리하면 증상이 조절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관련 질환의 발병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COPD는 심각한 폐 손상이 발생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흡연을 계속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악화됩니다. COPD환자는 급성악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급성악화가 나타나면 증상은 평소보다 나빠지고 며칠 동안 지속됩니다. 치료를 해도 오히려 악화되거나 열과 함께 가래색이 변하는 호흡기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숨을 쉴 수 없거나, 입술이나 손톱 바닥이 심하게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빠른 심장박동, 의식이 흐릿하며 집중이 어려울 경우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장기간의 흡연이 원인

COPD 환자 대부분은 장기간의 흡연이 원인이 되어 발병합니다. 그러나 모든 흡연자가 COPD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유전적 감수성 등 COPD 발병에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담배 연기, 간접흡연, 대기오염, 먼지, 연기 또는 증기 발생 작업장 노출을 포함한 다른 자극제가 COPD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COPD 환자는 감기, 독감,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호흡기 감염은 호흡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폐 조직에 추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COPD는 심장마비를 포함한 심장질환과 폐암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에 고혈압(폐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고 일상적 활동에 제한이 생겨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폐활량계로 측정한 가역적이지 않은 기류 제한(FEV1/FVC < 0.7, 기관지 확장 후)의 존재로 COPD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로 치료

다른 질환과 달리 COPD는 명확한 원인과 예방법이 있으며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부분 흡연과 직접 관련이 있으므로 COPD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즉시 담배를 끊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이라면 금연이 간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계속 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완전히 끊는 데 도움이 되는 금연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폐 손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또 호흡기 감염의 위험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매년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COPD는 환자의 증상과 지난 1년간의 급성악화 횟수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분류해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 치료합니다. 흡입기는 환자가 가장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호흡곤란이 있는 환자의 경우 지난 1년간 악화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기관지확장제를 한 가지만 사용하기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흡입할 수 있는 약제를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호흡곤란 증상 개선, 폐기능 향상, 급성악화를 예방하는 데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추천되고 있습니다. 흡입용 스테로이드는 천식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COPD 환자에게는 유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자극 유발 원인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역류성식도염

역류성식도염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하부에 궤양이나 미란 등 병변을 유발한 상태를 말합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쓰림과 산역류가 있고, 흉통, 기침, 경부이물감, 삼킴곤란 등 비전형적인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위-식도 사이의 역류를 막아주는 하부식도괄약근과 항역류장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하부식도조임근의 이완, 하부식도조임근의 긴장도 감소, 식도열공탈장 등 구조적인 이상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이 외에도 식도의 연동운동 기능이 떨어져 역류된 위산 등이 식도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경우, 즉 식도 산 청소능이 저하되고 위배출이 지연되어 음식물과 산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경우 등이 원인입니다. 그 외에도 역류성식도염의 위험인자로 비만, 야식, 고령, 흡연, 음주, 고지방식이, 임신, 남자, 특정 약물(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항우울제, 칼슘길항제, 스테로이드 등)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내시경과 24시간 식도산도검사로 진단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로는 내시경검사, 24시간 식도산도검사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전형적인 위식도역류의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 체중감량이 도움이 되고, 눕거나 잠들기 전 늦은 식사를 삼가는 등 생활습관 개선도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일차적으로 추천되는 치료는 양성자펌프억제제 또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등 위산분비억제제 투약입니다. 초기 치료는 위식도역류로 인한 증상을 경감하고 역류성식도염으로 인한 식도 미란을 치유할 목적으로 상기 위산분비억제제를 표준용량으로 4~8주간 투약합니다. 초기 치료로 증상 관해에 도달하는 비율은 역류성식도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85~90%에 달하지만, 내시경검사에서 역류성식도염이 확인되지 않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서는 50~60% 정도로 관해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증상 발생에는 식도의 내장과민성이 함께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에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투약으로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었다고 하더라도, 투약 중단 후 증상 재발이 매우 흔해 많은 경우에서 장기간의 투약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증상이 완전히 관해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를 6개월간 추적 관찰했을 때의 증상 재발률이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서 75%, 유증상이었던 역류성식도염 환자에서는 9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위식도역류질환은 증상이 관해되고 식도 미란이 치유된 후에도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는 불편한 증상의 재발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유지요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성질환입니다.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지요법의 약제로는 초기 치료와 마찬가지로 양성자펌프억제제가 가장 유용합니다.

역류성식도염을 포함한 위식도역류질환은 과거에는 서구에서 흔한 질환이었지만, 고령화, 비만 인구의 증가, 생활습관의 서구화 등에 따라 동양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근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흔한 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임상의사와 환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질환입니다.

역류성식도염 위험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