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유한수 교수

파킨스병 정복을 위한 노력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퇴행성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퇴행성 질환에서는 나이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경과 유한수 교수는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더 나아가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고령화로 점점 증가하는 파킨슨병 환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UN의 세계 인구 추계를 인용해 2050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행성 질환은 노화와 함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초고령사회에서 유병률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환자가 늘고 있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세포를 비롯해 다양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12만 7,322명으로 2018년 10만 5,882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연령별로는 50대 이하가 8,836명으로 7%인 것에 비해 60대 이상은 11만 8,486명으로 전체 환자의 93%에 달했다.

학부 시절부터 신경과학에 흥미를 느껴 신경과를 택했다는 유한수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에서 퇴행성 뇌질환, 그중에서도 파킨슨병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가 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가 가장 큰 위험인자이기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위험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킨슨병이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환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완치는 어렵고 증상 조절이 관건

파킨슨병의 대표 증상은 이유 없는 떨림, 관절과 근육의 경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보행장애다. 네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자는 드물지만,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고 증상이 진행되는 속도가 비교적 더뎌 증상이 나타나도 노화로 인한 것으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워 발견 시기가 늦은 편이다.

“보통 환자들은 파킨슨병 증상을 ‘나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기곤 합니다. 또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파킨슨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을 거쳐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최근 파킨슨병과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알츠하이머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완치나 진행을 막는 치료제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에 조기 진단과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는 파킨슨병과 관련한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0년 파킨슨병 환자의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에 가느다란 전선을 뇌 시상하핵 부위에 넣어 전류로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처음으로 시행했다. 또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안면 떨림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보톡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수 교수는 혈액검사로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MRI나 PET-CT등은 비용이 고가이기 때문에 가벼운 의심 증상이 있다고 해서 선뜻 검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간단하게 혈액검사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고 치료법까지 개발된다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유한수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윤소진 교수

신생아 진료에 대한 사명감

소아청소년과에서 신생아 진료를 담당하는 윤소진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과가 인력난을 겪으면서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윤 교수는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을 진료하는 데 최선을 다하며 신생아 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질환 예측 모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윤소진 교수는 일찍 태어난 미숙아(제태 주수 37주 미만 출생아)부터 생후 한달 이내의 신생아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진료한다. 내과를 지망하던 윤소진 교수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이유는 직접 육아를 하면서 겪은 경험에서였다. “인턴 말에 아기를 가지고 쉬면서 첫아이를 출산을 했는데 6주쯤 아이가 폐렴으로 며칠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이를 치료해주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위대해 보였습니다. 의사 면허증은 있었지만 초보 엄마로서 아기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육아에 대한 불안도 커지더군요. 이때 ‘전공의를 하게 된다면 소아청소년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둘째 출산 후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남편의 해외연수로 공백기가 있었다. 2015년 재취업자리를 찾던 중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인연이 닿아 그해 9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2019~2020년에 신생아분과 전임의 수련을 받고 2021년에 신생아 세부전문의가 되어 NICU 전담 전문의로 계속 근무하고 있다.

전문의 체제로 전환한 NICU

저출산이 사회문제를 넘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임신하기 어려운 난임부부도 많다. 이에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으로 임신으로 시도하면서 미숙아와 쌍태아 출산이 증가하고 출생 체중 1,000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출산 및 생존이 늘어 소아청소년과 진료에서 고위험 신생아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전공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022년부터 전문의들도 당직을 서며 일차적인 진료를 함께 감당하고 있고, 올해 3월 부터 NICU는 전문의 체제로 전환해 전공의 없이 전문의가 상주하며 진료한다.

“여러 가지 우려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인력이 확보되어 공동 주치의제가 자리를 잡았고, 임상간호사와 당직 전문의가 팀을 이뤄 NICU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생아 진료에서는 다학제적인 치료가 중요한데, 소아청소년과 내의 협진뿐 아니라 여러과 선생님들이 진료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소아청소년센터도 개설돼 한층 고무적입니다.”

중요하고 보람도 큰 소아청소년과에 많은 관심을

윤소진 교수는 전공의 수료 이후 10년 만에 신생아 진료를 다시 시작하면서 발전된 장비들을 보며 많이 놀랐다고 한다. 최근에는 NICU 적정성 평가로 초음파 기계를 구비해 진료에 이용하고자 검사방법을 익히고 있다. 폐초음파, 심장초음파를 통한 혈역학적 평가, 제대정맥관 및 말초삽입 중심정맥관 등의 위치 평가에 활용하고자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직접 표적초음파를 시행하게 되면 영상검사까지 걸리는 시간과 방사선 노출 등의 문제를 줄여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또 더욱 민감하게 환자의 변화를 적시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다 보니, 임상진료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윤소진 교수는 우선은 신생아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하기에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 진료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쩌다 보니 비인기과가 되어버렸지만 소아청소년과와 신생아분과 진료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보람도 있으므로 후배 의대생과 인턴들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정형외과 윤태환 교수

어깨 통증 치료에 진심인 의사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는 등 일상에서 끊임없이 사용하는 어깨 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운동 범위가 넓은 만큼 질환도 다양하다. 어깨 통증은 빠른 시간내에 정확한 치료를 시작하면 꼭 수술하지 않고도 나을 수 있지만, 방치한다면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흔히 어깨 통증을 중장년에게 찾아오는 오십견으로 여기기 쉬운데, 회전근개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은 만큼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어깨 통증 치료의 시작은
확실한 진단으로부터

어깨 질환은 ‘선진국형 질환’으로 불린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플 때 방치하면 누워 있어야 하거나 아예 움직일 수가 없지만, 어깨는 통증이 있어도 당장 움직일 수는 있어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GDP가 1만 5,000달러를 넘어야 어깨 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듯이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어깨만 전문으로 보는 외과의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전문 분과로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어깨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젊은 외과의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술도 많이 증가했고, 좋은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그중 한 사람이 윤태환 교수다.

“어깨 질환 자체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통증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큰 원인이 되는 만큼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받아봐야 합니다.”

어깨 통증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오십견인 경우가 많지만, 웨이트트레이닝,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파열 환자도 크게 늘었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덮고 있는 네 개의 힘줄로,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오십견과 회전근개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오십견은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회전근개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약으로 치료해도 다시 붙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다시 붙이지 않으면 기능이 퇴화돼 결국 인공관절과 같은 큰 수술을 하게 되는 만큼 윤태환 교수는 초음파검사에서 회전근개파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깨 보는 의사의 자부심

윤태환 교수는 자신을 ‘어깨 보는 의사’라고 표현한다. 어깨 질환 환자가 늘면서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는 지난해 어깨관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윤태환 교수를 영입했다. 윤 교수 역시 남다른 사명감으로 외래나 초진 환자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진료에 매진한 덕분에 올해 초진 환자가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외래에서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 환자들 중에는 힘줄이 끊어져 어깨 통증이 심한데도 주사나 침으로 버티다가 결과가 좋지 않은 상태로 오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큰 수술로 악화시킨 결과라 할 수 있는 만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깨관절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윤태환 교수는 어깨를 움직이는 네 가지 힘줄인 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소원근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견갑하근에 관한 관심이 남다르다. 견갑하근은 힘줄이 찢어지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 번 끊어지면 다시 붙이더라도 재파열될 가능성이 높아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관련 연구 및 논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윤 교수가 관심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가 삼각근이다.

“어깨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데 제일 중요한 근육이 회전근개와 삼각근입니다. 두 근육이 서로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목 디스크나 외상, 여러 가지 수술 등의 이유로 삼각근 기능이 떨어지거나 위축되면 팔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최근 수술법이 개발돼 올 하반기에 수술을 집도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인공관절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 팔을 올릴 수 없는 환자들을 수술로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