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재훈 산부인과 교수

난임부부에게
심리적·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난임·우울증상담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난임 시술 부부 중 약 85~87%가 난임으로 인해 정서적인 고통과 우울감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고,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강남세브란스 병원 난임·우울증상담센터 개소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센터 설치 과정과 구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설치된 이후 권역별로 5개소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병원에 서울권역센터가, 일산 동국대병원에 경기권역센터가 각각 문을 열어 전국에 1개 중앙센터와 7개 권역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강북권에 중앙센터가 있어 강남 지역에도 권역센터 설치가 필요했고, 우리 병원에서 운영해달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센터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서울권역센터인 우리 병원은 원내 뿐 아니라 송파구 가든파이브 내에도 센터를 개설해 이용하는 분들의 편의를 도모했습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부부가 많아졌고 임신 시도와 난임 극복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난임 시술 부부의 약 85~87%가 난임으로 인해 정서적 고통과 우울감을 경험하며 심각한 고위험군도 약 21~27%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난임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은 75~78%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로 심리상담을 받은 비율은 약 3~5% 정도라고 합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출산을 하기로 결심하고 노력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사회적 차원의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난임부부와 임신부, 출산 후 12주 이내의 산모, 양육모, 산모 및 양육모의 배우자 또는 가족 등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입니다. 방문이나 전화로 상담 신청을 하면 심리검사와 신체반응검사 등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게 됩니다. 검사 결과로 정상 범위이거나 경도라고 판단될 경우 센터 상담으로 절차가 마무리되지만 중등도 이상으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진료과로 연결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때 의료급여 1·2종 혹은 중위소득 150% 이하인 경우 1인 최대 연 30만 원 한도 내에서 본인 부담 의료비도 지원합니다. 상담 서비스 유형은 개인 또는 부부 심리상담, 집단상담 프로그램, 상황에 따라 대면·비대면 상담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련한 여러 활동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센터 운영 계획과 기대 효과도 궁금합니다.

규모가 큰 난임클리닉은 별도의 우울증상담센터를 운영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난임클리닉에서는 정서적인 부분까지 케어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에 진료를 의뢰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담을 통한 심리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부담감을 느끼는 난임부부에게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심리상담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가 지원으로 진행되므로 심리상담 비용 면에서도 난임부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는 협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센터가 문을 열면서 좀 더 많은 부분에서 진료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센터는 원내와 송파 센터에 동일하게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한 분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권역센터와 마찬가지로 미술이나 음악, 원예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특히 우리 센터의 임상심리사 선생님이 마음 챙김 영상 등 심리치료경험이 풍부한 분이라 이 분야에 좀 더 특화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혹시 좀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리 센터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이미 운영을 하고 있는 권역센터를 벤치마킹하며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중앙센터에서는 산림청이 주관하는 산림치유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부터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센터를 찾는 난임부부 중 희망하는 분들에게 워크숍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원내와 송파 가든파이브, 두 곳의 센터를 운영해야 하기에 좀 긴장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난임부부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예약제로 운영하게 되므로 상담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조정하는 등 초기 운영 경과를 보면서 운영 계획을 보완해나갈 계획입니다.

가든파이브 서울권역 난임·우울증센터

석정호 센터장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송파 가든파이브에 개소한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난임을 포함한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운영하겠습니다. 상담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센터가 되겠습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이재훈 부센터장

올해 초부터 준비한 상담 센터가 무사히 문을 열었습니다. 센터 개소 준비와 운영은 저에게 진료할 때 환자의 내면적인 어려움까지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상담센터가 저출산을 해소하는 데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난임과 출산,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센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