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을 향한
꾸준한 발걸음

최근 많은 대학병원이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추세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세포치료센터, 첨단재생의료 연구시설, 혁신 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등을 구축하고 이를 코어 조직으로 삼아 연구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PART 1.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 역량 강화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 역량은 어디까지 왔는지, 연구와 가장 밀접한 자리에 계신 세 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형천 : 같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이지만 세브란스병원(이하 신촌)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하 강남)은 연구 분야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촌은 병원 규모도 크지만, 연구력 자체도 우수해 지난 2013년 1기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이래 10년 동안 많은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에 비해 강남은 신촌보다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고, 연구에 대한 투자가 모자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몇 해 전 강남의생명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교수님들이 기초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후 강남이 의과대학 부속병원임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 강남캠퍼스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대학원으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또 송영구 병원장님이 연구중심병원에 합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등 다른 큰 병원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현웅 : 강남이 자체적으로 연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도네이션을 비롯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요. 제가 의과학연구처 강남부처장을 맡아 3년 정도 일하면서 느낀 것은 신촌과 강남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기관이 서로 협업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명확하게 서로 다른 병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의과학연구처 자체도 분리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기관으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연세의료원에서 보기에 장비나 공간을 따로 둘 필요가 있느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각각의 병원에 별도로 구축하는 것이 연구력을 향상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창오 :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는 신촌, 강남,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진흥, 효율적인 연구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행정적인 업무들은 의과학연구처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력의 핵심 동력인 연구자들의 우수한 연구물을 산업화하고자 특허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현웅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기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실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로서도 예산 문제나 여러 가지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대내외적으로 임상 연구 분야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현웅 : 제가 일할 수 있는 동력원은 젊은 교수진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구중심병원도 이분들이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다들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도 많이 내고, 뭔가 하려고 하는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이들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둬야겠다’가 아니라 ‘해보니 뭔가 되는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병원 차원에서 만들어주고 싶은 거죠. 무엇보다 젊은 교수진이 연구 인프라가 좋은 다른 병원으로 가지 않고 우리 병원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려면 강남의 연구 환경을 잘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교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여기를 떠나지 않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미진하지만 제가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창오 : 기관 차원이나 제 개인적으로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마음은 있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게 아쉽지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신촌이나 강남이나 사실 진료적인 부분에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특히 연구분야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강남융합의학과 대학원과정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접점이 생기지 않는 한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들 너무 바쁘다 보니 기본적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가 크겠죠. 그러니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정확한 상황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강남의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구성원 입장에서 당연히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는 거버넌스 차원에서 구심점을 갖고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박형천 : 교육이나 진료 면에서 강남은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전공의나 강사를 신촌에서 수급해주지 않으면 진료를 못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즘은 독립적으로 인력을 모집해서 트레이닝하는 과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연구분야입니다. 규모 면에서 신촌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차츰차츰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력 강화에 대한 교수님들의 열정도 크고, 병원장님의 의지가 강한 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새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과 더불어 연구발전을 위한 기금모금을 진행 중인데 최근 3년 동안 40개 과제에 20억 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발전기금을 연구와 장비, 시설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의료원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우리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해가고자 합니다.

PART 2.

미래 의료를 위한 연구의 중요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의료 환경에 발맞춘 연구인프라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간의 성과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박형천 : 최근 3~4년간 연구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라고 한다면 강남캠퍼스(의료기기산업학과와 융합의학과의 대학원 과정)구축, 첨단재생의료 연구시설과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개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강남의생명연구센터에 실력 있는 젊은 교수진을 영입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강남의 연구 역량이 아직 진행형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기간이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진료에만 전념하기에는 이미 공간적으로 포화된 상태여서 앞으로 어떤 먹거리로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궁극적인 해답은 연구중심병원, 더 나아가 혁신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임상 인프라와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이를 사업화하고 특허나 새로운 의료기술, 새로운 장비를 개발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 많은 분이 인지하고 있으며, 이제 1/3 정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고, 특히 젊은 교수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분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새병원 건립과 연구 역량 강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현웅 : 저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연세대 공대의 공동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AI와 빅데이터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첨단 소재를 의료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학문 간 융복합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남과 연세대 공대는 공동 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맺고, 매 학기 공동연구 과제를 공모하고 한두 팀을 선정해 좀 더 큰 국가과제에 도전하도록 시드머니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님들이 서로의 연구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입니다. 한 사람만의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연구자가 참여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의과학연구처 강남부처장으로 있는 동안 이루고 싶은 바람이기도 합니다.

김창오 :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간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노력하신 만큼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구 발전을 위해 준비한 기간이 4~5년 정도라고 하셨는데, 그간 단단하게 기반을 닦아오신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강남이 추진하는 연구 역량 강화의 방향성도 연세의료원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과 잘 부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결국 앞으로 진료수익보다는 연구수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연구과제를 많이 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는 특허나 기술이전, 창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할 거라 예상합니다. 연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중요하고, 또 현실적으로 돈이 모여야 사람도 모을 수 있는 만큼 지금 강남은 아주 중요한 시작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연구 역량을 키우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기는 힘든 일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 모두의 노력이 결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세 분이 생각하시는 ‘대학병원에서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현웅 : 제 작은 소망이 B형감염 바이러스 유전자 연구 아시아 허브연구소 건립이었습니다. 역량이 달려서 중도 포기하고 말았지만, 아직도 ‘다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작지만 내 분야에서만큼은 1등을 해보는 일, 이제 시작하는 젊은 선생님들에게 연구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료 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실 저는 연구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박형천 : 그러니까 대학병원 교수를 하고 있지요.(웃음) 연구하는 재미,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굳이 대학병원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사실 저도 연구에만 매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연구부원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만 아니면 개인 연구에 더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후배들을 키워내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더 보람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했던 것보다 젊은 선생님들이 더 많은 업적을 쌓을 수 있을 테니까요.

김창오 : 다양한 환자를 만나는 임상에서 연구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우수한 선후배가 많지만 앞으로 더 대단한 후배들이 세브란스에 올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그 뛰어난 친구들이 사회나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터전을 우리가 만들어줘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