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자가면역질환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어느 부위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증상과 질병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모든 세포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고 특정 장기의 세포만 파괴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5%가 80가지가 넘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만성질환처럼 조절 가능한
자가면역간염

이정일 소화기내과 교수

6개월 이상 간세포 파괴가 지속되는 것을 만성간염이라고 하는데, 자가면역간염도 만성간염의 일종입니다. 자가면역간염은 우리 몸을 감염이나 암과 같은 외부 유해한 것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조성되어 있는 면역이 자신의 간세포를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다른 질환, 즉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자가 면역간염이 더 많이 생깁니다. 갑상선염, 갑상선기능항진을 동반하는 그레이브스병, 제1형 당뇨병, 전신홍반루푸스, 염증성 대장염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간염의 증상은 초기에는 다른 만성간염과 마찬가지로 다양하며 모호합니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고, 간염 때문에 간이 커지면서 배가 아프거나 불편할 수도 있으며,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간염이 진행하면 황달이 생기면서 소변이 아주 진한색으로 변하고 공막과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간초음파 혹은 복부 단층 촬영과 같은 영상 검사를 진행합니다. 다른 만성 간질환의 원인이 배제되고, 자가면역 간염이 의심되는 자가항체가 보이는 경우 바늘을 이용해 간의 작은 조직을 떼어내는 간조직검사로 진단합니다.

자가면역간염은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치료 목표는 염증을 조절하고 증상을 호전시켜 간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가장 표준적인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이용해 염증을 없애고 활성화된 면역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약물을 이용해 자가면역간염을 조절하는 과정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치료에 대한 반응도 환자마다 달라서 간혹 약물 치료로 간염이 조절되지 않고 병이 계속 진행하는 경우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자가면역간염은 흔한 질환은 아닙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자가면역간염 발생률은 연간 10만 명당 1.37명이었고, 우리나라 연구에 따르면 발생률은 연간 10만 명당 1.07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자가면역간염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희귀질환이지 난치질환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주기적으로 의료진을 방문하여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처럼 조절하면 되는 병입니다.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

남지선 내분비내과 교수

갑상선은 목 앞 중앙에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서 혈액 내로 분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은 몸속 거의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관여하며, 혈액 내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한 상태를 갑상선기능항진증, 부족한 상태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합니다. 각각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그레이브스병과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둘 다 자기 몸에 대해서 스스로 면역반응이 일어나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게 되며,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제1형 당뇨병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인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해 갑상선호르몬을 과도하게 생성시키는 질환입니다. 자가항체가 형성되는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그레이브스병의 원인 혹은 병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인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으로는 피로감, 체중 감소,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더위를 못 참고 땀을 많이 흘림, 설사, 손 떨림 등이 있습니다. 그레이브스병으로 인한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와 수술 등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로,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대개 1~2년 정도 복용하게 되는데, 그 이상 복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약물치료 중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혹은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일부 환자에서 자가항체가 눈 주위의 근육과 지방조직에도 염증반응을 일으켜 눈이 돌출되거나 눈꺼풀이 잘 안 닫히고 충혈되는 등 안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전문적인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입니다. 갑상선 조직에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 염증세포 침윤이 일어나고, 갑상선세포가 파괴되어 갑상선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혈액 내에 갑상선 자가항체가 존재하고, 초음파검사에서 갑상선 표면이 거칠거나 커져 있는 경우가 많고, 유전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로는 만성피로, 식욕부진, 부종, 체중증가, 변비, 과다월경 혹은 불규칙한 월경, 쉽게 추위를 타는 것 등이 있습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만성염증이므로, 대개 평생 갑상선호르몬 보충 요법이 필요합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면서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면 그 용량으로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좋아졌다고 약을 중단하게 되면 다시 저하증에 빠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권오찬 류마티스내과 교수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는 전신에 만성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피부, 관절, 혈액과 신장을 침범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약 20~30명 정도가 앓는 질환으로, 남녀 비율은 1:9 정도로 여성 환자가 많습니다. 루푸스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감염이나 자외선 노출 등 환경적인 요인이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루푸스는 우리 몸의 어디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발열(38도 이상), 관절염, 피부발진, 전신쇠약,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혈뇨, 농뇨, 단백뇨, 심호흡 시 가슴의 통증, 콧등을 가로질러 양쪽 볼에 생기는 나비 모양의 발진, 광과민증,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하얗게 변한다거나, 경련, 입이나 코 안에 궤양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이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루푸스를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의심되는 증상들이 있을 때 진단을 위해 자가항체를 포함한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시행하고,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루푸스 환자들은 매우 다양한 임상 소견과 경과를 보이며, 침범된 장기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합니다. 치료약으로는 항말라리아제제로 알려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게 되며, 신장이나 신경계 침범과 같이 중증의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더 강력한 면역억제제와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합니다. 환자 상태가 치료 또는 질병의 진행에 따라 달라지므로 임상 경과를 관찰하고 주기적으로 검사해 질병의 활성도를 평가하고 치료 방침을 조절합니다. 루푸스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인자는 햇볕에 노출되는 것, 감기를 포함한 감염성 질환,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복용한 약물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루푸스가 의심되거나 진단된 경우에는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숙지하고 자외선 차단 및 예방접종 등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가 가능한 희귀난치성 질환,
염증근육병

박형준 신경과 교수

팔다리의 근육이 손상되는 근육병에는 염증근육병과 유전근육병이 있습니다. 두 질환은 근육의 손상을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으로 팔다리의 근력약화를 유발하여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전근육병의 대부분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지만, 염증근육병은 적절한 면역치료로 정상 생활이 가능합니다.

염증근육병은 근력약화와 근육 내 염증반응이 특징인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염증근육병은 근육 이외에도 피부와 관절과 폐와 소화기관과 심장들의 손상이 빈번하며 암의 발병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염증근육병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염증근육병은 인구 10만명당 2.9 ~ 34명 정도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국방법과 시기에 따라서 차이가 큽니다. 염증근육병의 발병 원인으로 다양한 유전학적 요인들과 환경적 요인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아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염증근육병 환자들은 다시 피부근염, 다발근염, 봉입소체근염, 면역매개괴사근염과 항합성효소증후군, 또는 중복근염의 하위 질환으로 분류가 됩니다. 염증근육병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대칭적인 몸쪽 근육의 위약과 혈청 크레아틴인산화효소(creatine kinase, CK)의 증가를 보입니다. 그러나, 하위 질환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피부근염 환자들은 특징적인 피부 병변을 갖고, 면역괴사근염은 근육조직검사상 염증세포의 침윤이 적고 괴사된 근육섬유를 보이며 항HMGCR항체 또는 항SRP항체에 양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봉입소체근염 환자들은 넓적다리네갈래근과 긴손가락굽힘 근이 주로 손상되는 비대칭적 근력약화를 보이고, 봉입소체근염 환자들과 항SRP근육병증 환자들은 삼킴 곤란을 빈번히 호소합니다.

항합성효소증후군에서는 피부근염과 유사한 피부 병변과 사이질폐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중복근염에서는 전신홍반루프스와 피부경화증과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다른 결합조직병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염증근육병에서 하위 질환에 따라서 임상증상, 치료제에 대한 반응, 예후, 다른 장기의 침범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염증근육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통상 근육효소라고 불리는 혈청 크레아틴인산화효소(creatine kinase, CK)의 상승을 확인하고, 근전도 검사로 근육병임을 확인하고, 근육조직검사를 통해서 최종진단을 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전신근육MRI를 통해서 침범된 근육의 분포를 확인하고 다양한 자가항체를 측정하여 통해서 진단 및 예후예측 바이오 마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단 과정을 통해서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검사들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환자의 상태마다 필요한 검사들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염증근육병증의 치료제는 다음 면역질환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가 흔하게 사용되지만, 최근 면역병원성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 치료제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단독치료가 실패한 경우에 추가적인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처음부터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동시에 사용하여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유전근육병에서 가족 내 환자가 없을 경우 염증근육병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염증근육병에서 어린 나이에 천천히 진행해서 유전근육병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염증근육병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고 이에 신경근육질환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

루푸스의 대표적인 증상

발열(38도 이상), 관절염, 피부발진, 전신쇠약,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혈뇨, 농뇨, 단백뇨, 심호흡 시 가슴의 통증, 콧등을 가로질러 양쪽 볼에 생기는 나비 모양의 발진, 광과민증, 탈모,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하얗게 되는 증상, 경련, 입이나 코 안의 궤양

루푸스 연도별 환자수

염증근육병의 하위 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