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종양학과 김지훈 교수

의학물리학자가 관리해
더욱 안전한
강남세브란스 방사선치료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5%로, 10년 전 54.1%에 비해 크게 늘었다. 5년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방사선치료의 역할도 컸다. 방사선종양학과 김지훈 교수는 환자들에게 안전한 방사선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아직은 생소한 개념, 의학물리학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는 전문의, 간호사, 방사선사와 더불어 ‘의학물리학자’가 있다. 의학물리학이란 물리학적인 이론과 현상을 의학에 적용하는 학문을 말한다. 의학물리학자는 의학물리학을 활용해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의 처방대로 방사선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안정성을 확보한다. 바로 김지훈 교수의 역할이다. 김교수는 외래에서 환자와 직접 대면하진 않지만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교수님의 추천으로 의학물리학을 처음 접했습니다. 생소한 분야였지만 계속 연구할수록 매력을 느꼈습니다. 의학물리학은 생활과 조금 더 밀접하다는 면에서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40여 년 전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 방사선치료 장비를 도입하면서 해외에서 임상 연수 교육을 받은 의학물리학자가 국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이후에 전국적으로 방사선종양학과가 늘어나면서 의학물리학자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방사선치료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의학물리학자의 역할은 다양한데, 임상 현장에서는 방사선치료 시스템의 안전을 관리한다. 우선 새로운 방사선치료 기기가 도입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와 미국의학물리학회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성능을 검증한다. 방사선치료 시스템에는 정확한 치료를 위해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만큼, 각 기술적인 요소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방사선치료 기술 컨설팅과 자문도 진행한다. 환자 치료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의학물리학자의 업무다. 환자에게 조사할 방사선량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사선치료계획 시스템을 활용해 개별 환자마다 최적의 방사선치료 계획을 짠다. 이 외에도 방사선치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교육 현장에서 후배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김지훈 교수도 방사선종양학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의학물리학의 저변이 넓어지길

MR-LINAC(자기공명선형가속기)은 방사선치료장치(LINAC)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하나로 융합한 방사선치료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최초로 MR-LINAC ‘유니티’를 도입했다. 기존 방사선치료기에는 간이용 CT가 함께 구성되어 있지만, MR-LINAC에는 MRI가 설치되어 있어 실시간 MR 영상을 보면서 종양의 위치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CT보다 정확하게 치료 병변을 확인하여 정밀하게 방사선을 조사해 치료 효과가 큰 것은 물론이고, 병변 주변 정상세포들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치료 당일 환자의 종양 크기, 위치, 자세 오차 등 상태 변화를 반영해 치료 계획을 재수립해 치료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남세브란스병원만 보유하고 있다.

임상 현장부터 교육까지 전천후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훈 교수. 국내 의학물리학의 저변이 더욱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남세브란스 방사선종양학과에는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이 많고 최신 장비까지 도입하면서 환자분들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의학물리학이 낯설다 보니 교육 과정이나 환경 조성이 미흡한 현실이라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습니다. 또 대학원생을 많이 배출해 의학물리 인력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경과 김한결 교수

가장 무서운 병,
치매를 연구하다

암이 가장 무서운 질병이던 시대는 갔다. 최근에는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불린다. 치매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일상까지 파괴하기 때문이다. 신경과 김한결 교수는 다양한 치매환자를 만나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나이와 비례하는 치매 위험도

퇴행성 뇌질환은 인간의 뇌가 노화하면서 점차 기능을 잃고 악화되는 병이다. 치매의 대표적인 원인인 ‘알츠하이머병’도 그중 하나다. 김한결 교수가 신경과를 선택한 이유는 미지의 분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의과대학 시절에도 비중 있게 배우지 않았고, 그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으로 치부했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신경과를 선택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한다. 치매는 노화와 함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초고령사회에서 유병률이 계속 높아지는 질병 중 하나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치매환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증상을 조절하는 약제 이외에는 본질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고, 적절한 약물 치료에도 계속 악화되는 질환이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96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케어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한 걸음 가까워진 알츠하이머병 정복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타우 PET 검사를 활용해 정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시작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는 영상학적 진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의사가 임상적 증상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해왔습니다. 하지만 영상검사로 뇌 안의 비정상 단백질을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더욱 정확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고 하는 단백질들이 뇌 안에 불필요하게 쌓이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중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항체 치료제가 최근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것이다. 뇌 안의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임상적인 증상 역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여 알츠하이머병의 본질적인 치료에 첫발을 내딛는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고 고가이며, 주기적으로 주사치료를 받아야하는 등 단점도 많다. 빠르면 2024년경에는 국내 허가가 이뤄져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의사

치매 위험을 낮추는 예방법이 딱히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는 치매지만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한결 교수는 치매 발병을 늦추려면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 사회적 교류 등 모든 요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외래와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한결 교수. 그에게 의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특별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저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길게 나중을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일단 눈앞에 있는 것들을 헤쳐나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제가 한 일들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을 잘 돌봐드리고,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무언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성형외과 민경현 교수

미용부터 재건까지,
환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최근 들어 성형외과 분야에서는 흉터를 최소화하고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되 원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재건성형이 부각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이 많아지면서 케이스가 크게 늘어난 유방재건술을 비롯해 미세수술을 담당하는 민경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여성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남다른 노력

유방암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암 종류 중 한 가지다. 과거에는 단순히 유방을 절제하고 완치하는 데만 목적이 있었다.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알 수 없어서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가슴을 잃은 충격이 더 크다고 상심하는 환자도 많았다. 하지만 점차 의학이 발전하고 여성성 회복 등 삶의 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증가하면서 유방재건술을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민경현 교수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과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만의 특화 분야로 유방재건 및 성형 분야를 선택했다.

“과거에는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단순히 유방을 떼어내고 오래 사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은 삶의 질에 더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유방은 여성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유방재건 케이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방재건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방의 기능과 형태에 집중하는 것 외에 림프부종 개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림프절전이가 발생해 액와림프절을 절제한 환자는 수술 후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수술 후 방사선치료, 감염 등으로 림프계가 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림프부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암수술 후 생존율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림프부종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에서는 림프관조영술, 초음파를 통해 림프부종을 진단하고, 림프관정맥문합술을 실시해 림프액을 정맥으로 보내 림프부종을 개선하고 있다.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회복을 돕는 역할

민경현 교수가 재건 측면에서 성형외과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 계기는 의대 본과 1학년 때 당한 사고로 우측 광대뼈가 골절돼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 함몰돼 있던 제 얼굴이 최소 절개를 통한 수술 이후 통증 없이 본래의 얼굴로 회복되는 걸 보면서 성형외과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군 장교로 GOP에 복무하면서 얼굴에 열상이 발생한 환자들을 응급으로 봉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반흔(흉터)이 남았는데도 무척 고마워하는 사병들을 보며 처음으로 ‘내가 의사이길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섬세한 술기를 갖춘 성형외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고마웠던 경험들이 성형외과의사로서 일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준 것 같다는 민경현 교수는 환자와 충분히 교감하고 소통하며 효과적인 치료로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의사로서의 보람이라고 말한다. 초기만 해도 유방재건의 주된 목표는 유방 형태의 복원이었지만 최근에는 형태뿐만 아니라 감각신경의 회복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민경현 교수는 유방의 감각을 최대한 복원하기 위한 수술적인 방법, 감각신경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물질의 개발과 적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림프부종과 관련해 아직은 정답이 없는 만큼 이를 예방하거나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민경현 교수의 포부다.

마지막으로 민경현 교수에게 좋은 성형외과의 기준을 물으니 수술을 잘해서 결과물이 좋아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앞서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기초연구에 대한 탄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에 새내기 의사로 합류한 그가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