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한상훈 교수

팬데믹 이후 유의해야 할
다제내성 세균 감염

2020년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최근 해제되었지만,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확산 대비 등 후속대처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많은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세균[일명 슈퍼박테리아, multidrug-resistant organisms(MDROs)]이 증가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 한상훈 감염내과 교수 / 사진 송인호

다제내성 세균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서 항생제로 치료를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세균을 말한다. 다제내성 세균은 감염병 치료를 매우 어렵게 만들어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세균이 어떠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그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세균 감염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제내성 세균에 감염될 경우 치료에 적합한 항생제가 매우 적으며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다제내성 세균으로 (1)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2)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 (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XDR-ABA) (3) 카바페넴 내성녹농균(carbapenem-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DTR-PAE) (4)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CRE, 이 중에서 카바페넴 가수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장내세균속-CPE)이 있다. 이 4가지 균주는 특히 면역저하 상태의 환자들이나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균혈증과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과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은 중증 폐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감염관리와 예방 정책

빈다제내성 세균에 대한 감염관리와 예방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들은 다제내성 세균으로 인한 감염 발생을 예방하고, 감염이 발생했을 때 병원 내 전파를 차단하며, 치료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1) 항생제 사용 제한 : 항생제 과다 사용은 다제내성 세균의 발생과 확산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한해 항생제 내성의 발생과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2) 청결한 감염예방 조치 : 병원 내 환경 소독, 개인위생 수칙 준수, 손 씻기, 적절한 보호구(글러브와 가운 등) 착용 등 감염예방 조치들은 다제내성 세균의 병원 내 전파와 감염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3) 예방적 감염관리 : 환자 간 전파를 막기 위해 병원에서는 감염예방을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 및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제내성 세균 발생을 증가시키는 원인

장기간 계속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다제내성 세균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1) 대규모의 환자 발생 시기에는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어 항생제 관리 정책 및 다제내성균에 대한 감염관리와 예방 정책이 적절하게 잘 시행될 수 없다.

(2) 많은 환자에게서 중증 코로나19 폐렴이 발생했는데 이 환자들에게 이차적으로 세균성폐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세균 감염을 예방 또는 치료하기 위하여 항생제 사용량이 매우 증가했다.

(3) 오랫동안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의료진의 업무 또한 펜데믹에 대처하는데 장기간 집중됐다. 이에 따른 의료진 업무 과부하 또는 번아웃이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를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라고 함), 그리고 다제내성균을 관리하기 위한 감염관리 과정들(환경 소독 및 관리, 접촉격리 주의지침 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설들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0년 동안 여러 대학병원에서 매달 4종류(VRE, XDR-ABA, DTR-PAE, CRE)의 다제내성균이 대변 또는 임상검체에서 새로 발생한 건수 및 균혈증 건수를 수집해 다제내성균들의 발생 빈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이후의 기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또 이전 연구들과 달리 시간 변화에 따른 발생 빈도차를 잘 분석할 수 있는 시계열 분석이라는 통계방법을 사용했다. 즉,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수년 동안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한 건수(predicted value)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실제 발생한 건수(observed value)를 비교했다.

대변 또는 임상검체에서 발생한 건수는 VRE, XDR-ABA, DTR-PAE 등 3가지 다제내성균에서 예측 건수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실제 발생한 건수가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증가했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은 예측치보다 10% 증가했으며,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과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은 각각 예측치보다 47%, 41% 높게 나타났다(p<0.01).

매우 놀랍게도 VRE, XDR-ABA, DTR-PAE, CRE 등 4가지 다제내성균에 의한 균혈증은 모두 예측 건수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실제 발생한 건수가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증가했는데, 증가한 비율이 대변 또는 임상검체에서 발생한 건수보다 훨씬 높았다. (VRE 균혈증은 예측치보다 65% 증가, p=0.001; CRE 균혈증은 예측치보다 106%증가, p=0.001, XDR-ABA 균혈증은 예측치보다 150% 증가, p=0.001, DTR-PAE는 예측치보다 103% 증가, p=0.001).

다제내성 세균 발생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이번 연구에서 다제내성 세균들의 발생 빈도가 OECD 국가 중에서도 특히 높은 한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다제내성균의 발생이 더욱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환자에게 침습적 감염을 유발한 균혈증의 경우 4가지 다제내성균 모두에서 매우 높은 비율(65~150%)로 증가했는데, 매우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서서히 감소되고 있었던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과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점점 증가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가를 포함한 세계 많은 국가에서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에 대한 새로운 치료 항생제들이 수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용할 수 없으며, 신독성이 강한 콜리스틴(colistin)이라는 항생제만 치료제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다제내성균 치료에 적절한 항생제가 매우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이 매우 증가하고 있어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사회적·의료적 부담(더 오랜 기간 동안 입원 치료 필요, 사망률 및 합병증 발생률 증가)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에서 다제내성 균주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빠른 시간 내에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항생제들의 국내 도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다제내성균이 전국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양상인지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1)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 신규 발생 건수의 변화 양상(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

(표2)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에 의한 균혈증 환자의 변화 양상(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

이번 연구는 「Increase of multidrug-resistant bacteria after the COVID-19 pandemic in South Korea: Time-series analyses of a long-term multicenter cohort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다제내성균주 증가: 장기간 다기관 코호트 연구 및 시계열 분석」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Journal of Infection>(IF=38.6)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