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서양의학
교육기관으로의 자부심
국내 최초로 서양의학을 교육한 연세의료원이 전인적인 진료와 선진화된 연세의학을 전파하고 오늘날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하기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종합병원으로서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며 발전시켜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윤영원 의과대학 강남부학장, 조시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 김선재 치과대학 강남부학장에게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PART 1.
의학 발전과 사회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의 변화
연세의대의 의학교육에는 ‘최초’,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만큼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는 말일
텐데요. 동문으로서 세 분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영원 : 연세의대의 교육 목적을 보면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련 전문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전문교육을 통해 겨레와 인류를 위해 이바지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연세의대는 지난 2000년부터 CDP(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와 의학 발전에 맞게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왔습니다. 교육과정이 통합화·융합화되고,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학생 스스로 연구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특히 CDP 2023 버전은 학생들의 자율학습 능력을 강화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생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사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 세대로서는 지금의 환경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니까요.
조시현 : 우리가 교육받을 때는 주입식 교육의 영향이 컸죠. 당시는 책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던 시절이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다 나와 있는데 누가 책을 찾아보겠어요?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교육 시스템도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초로 전 학년, 전 과목을 대상으로 Pass/Non-pass 제도를 도입한 것도 연대의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서열경쟁에 기초해 평가하기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을 통해 융합하고 협력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죠. 외국의 경우는 대부분 이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만큼 경쟁력에서 한 발 앞섰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김선재 :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지금의 변화된 교육 여건이 훨씬 좋은 것 같아 부럽기는 해요. 사실 공부하기는 우리세대가 쉬웠을 수도 있어요. 하라는 것만 하면 되니까.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외우기만 해서는 쉽지 않은 시대잖아요. 우리 전공의 때만 해도 국내에서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교육목표도 글로벌 리더로 바뀌다 보니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전공의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처음 교수가 됐을 때 은사님이 ‘교수는 학생을 잘 관찰해서 학생이 가진 장점을 더 잘 발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질이 우수한 학생들의 장점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공의 교육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세브란스병원은
수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윤영원 : 전통적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해야 할 것들을 다 마쳐야만 의사로서 자격이 주어진다는 인식이 있어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을 받는다는 말 뒤에는 항상 힘들다는 꼬리표가 붙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개인을 존중하는 편이어서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죠. 힘든 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그 힘든 과정을 겪고 나간 사람들은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또 우리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분들은 어디 가서도 잘한다는 인정을 받고 있어서 보람도 큽니다. 전공의 수련 과정과 관련해서는 조시현 선생님이 더 잘 아시고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겁니다.
조시현 : 교육수련부는 수련의의 복지를 도모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련을 잘 받으면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특징이기도 한데, 전국 의과대학 출신 학생들이 수련의 지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업무를 해야 하는 수련의가 많다 보니 이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중도 탈락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수련의가 멘토 교수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대일 면담을 통해 불편사항이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김선재 : 인턴 과정에서 멘토링을 운영하신다니 부러운데요? 우리 치과병원은 한때 모교 출신들의 지원이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의대 학생들이 더 잘 알겠지만 수련 과정이 워낙 ‘빡세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잖아요. 그렇게 기피하던 치과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고민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근무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지원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는 사제지간의 돈독함도 큰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우리 치과보철과는 전공의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과’라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시키지 않은 일들도 알아서 해 주었고, 그런 부분이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의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항상 전공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과병원의 경우 5개과 마다 교육방법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전공의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이 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선망하는 기관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단순히 ‘강남’이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보다는 이렇게 전공의들이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교수님들이 도와주는 것이 소문이 나서 그렇지 않을까요?
PART 2.
미래 의료를 위한 투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의료 환경에 발맞춘 교육과
병원 내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시는지요.
조시현 : 아무래도 공간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병원의 현 상황으로서는 수련의나 전공의들이 공부하고 근무하는 공간이 협소하고 낙후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리모델링을 하긴 했지만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전공의나 수련의들을 교육하기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쾌적한 교육과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은데 아쉬움이 크죠. 그래서 새병원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새병원을 짓게 되면 공간적으로 여유가 생겨 교육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거고, 이것이 미래 의료를 위한 투자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선재 :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은 업무강도가 높다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교육강도가 훨씬 높은 기관입니다. 타 기관의 교수님들이 와서 보시고 깜짝 놀랄 정도로 치과 병원 교수님들이 전공의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치과병원 뿐 아니라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당연 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영원 : 미래 의료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의학교육의 다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가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을 설립한 것인데요. 의과대학의 미래 교육을 획일화된 교육이 아니라 더욱 체계화·전문화·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의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미래의학을 다루기 위해서는 의학교육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때는 없었던 과도 많이 생겨났고, 이제 의사들도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의과대학 시스템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선재 : 동곡의학교육원에 대한 말씀을 들으니 치과대학에는 E-Dental College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현대 치의학의 교육목표 중 하나가 평생교육입니다. 최근 치의학 분야는 발전속도가 워낙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때문에 졸업 후에 지속적으로 재교육을 받지 않고는 발전하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치과대학에서 교수님들이 강의하신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도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E-Dental College를 2023년 초에 개설해 졸업하신 동문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련의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의 자질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시현 : 전공의, 수련의 교육은 각 과 교수님들이 열정을 기울여주신 덕분에 잘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이에 부합하는 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강도도 센 상황에서 교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신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윤영원 : 미래를 위한 가장 큰 투자는 교육입니다. 물질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교육자를 위한 투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개발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이 진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교수님들은 진료 외에 교육도 담당해야 하며, 연구 성과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온전히 교육을 위한 시간을 쏟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진료-연구-교육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보여준 교수님들의 수고에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침을 세울 계획입니다.
김선재 : 교육공간은 물론 전공의들을 위한 복지공간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는 교육과 관련해서 윤리적인 측면을 좀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세대에도 윤리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교육자들도 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으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스승이 훌륭하면 제자도 훌륭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전공의들의 견문을 넓히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에는 국내 치과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물론이고 세계 치과계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