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김준형 교수
뇌출혈과 뇌동맥류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김준형 교수는 모야모야병, 뇌동정맥 기형을 비롯해 일반적인 신경외과 질환인 두통, 외상성 뇌손상 신경증 환자도 보고 있다. 뇌와 신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김준형 교수는 “신경외과는 내과적 마인드가 필요하고, 술기는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신경외과를 선택했고 현재 만족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
신경외과에서 환자 비중이 가장 높은 질병은 뇌동맥류다. 김준형 교수도 수많은 뇌동맥류 환자를 진료한다. 30~40년 전만 해도 뇌동맥류가 터져 응급으로 실려오는 파열성 뇌동맥류가 대부분이었지만 검진이 일반화되면서 현재는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파열성 대비 10배 이상 많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의 판단이 더 중요해졌고 그만큼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위치나 크기,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고려해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만, 치료해서 오히려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지켜보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가 갑자기 파열되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똑같이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혈관 내
치료가 대세
뇌동맥류 수술은 현재 혈관 내에 미세도관을 삽입해 동맥류를 차단하는 코일색전술이 주를 이룬다. 파열성 뇌동맥류 환자가 많았던 30여 년 전에는 머리를 열고 클립으로 결찰(結紮(묶어주는))하는 수술법이 표준 치료법이었지만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가 주를 이루다 보니 안전하고 예후도 좋은 혈관 내 시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7:3 정도로 혈관 내 시술이 많이 시행되며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유럽은 9:1로 혈관 내 시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럼에도 클립 결찰술이 시행되는 이유는 이 방법이 더 유리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혈관 내 시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특정 위치는 클립 결찰술을 시행하고 그 외엔 혈관 내 시술로 치료합니다.”
김준형 교수가 합류한 2022년에는 신경외과 뇌동맥류 시술 건수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년 대비 뇌동맥류 케이스가 30~40%가량 증가했다. 김준형 교수는 비슷한 치료 퀄리티를 제공하는 여러 병원이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환경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 한 명의 진료 시간을 좀 더 길게 잡고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현재 상태와 치료 계획을 공유하며 퇴원 시에도 앞으로의 예후와 주의사항 등을 꼼꼼하게 챙기려고 한다. 또 ‘뉴로 인터벤션팀’의 소통이 원활한 것도 장점이라고 자평한다. 진료 후 좀 더 세밀한 검사를 위해 혈관 조영술이 필요한 경우 영상의학과와 협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어 진단에서 치료까지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치료 잘하는
의사가 목표
김준형 교수는 치료법이 아직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분야에 좀 더 매진할 계획이다. 모야모야병, 뇌동정맥기형 등 뇌동맥류보다 환자 수가 적지만 복잡한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한다.
“뇌동정맥기형 중 뇌동정맥루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뇌동정맥기형도 흔치 않은데 뇌동정맥루는 환자 수가 더 적죠. 치료를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부터 논쟁이 많고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 다릅니다. 복잡한 질환이고 아직 연구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돼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더 배우고 경험을 쌓아 치료를 잘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하는 김준형 교수. 자신만의 특화 진료를 위해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 2023년을 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간담췌외과 김형선 교수
삶의 질을 높이는
주치의가 되겠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 아닐까?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아지지만,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엔 예후가 좋지 않아 환자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간담췌외과 김형선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한다.
글 김희연 / 사진 송인호
젊은 층도
안심할 수 없는
췌담도암
김형선 교수는 췌담도암센터 소속으로 췌장을 비롯해 담낭과 담도에 생기는 암과 질환들을 담당한다. 췌담도암은 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다. 국가암정보센터 2020년 암종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췌장암이 8위, 담낭 및 기타담도암이 9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암 발생률 10위 안에 들지만, 5년 상대생존율은 췌장암이 15.2%, 담낭 및 기타담도암이 29%로 가장 낮다.
그중에서도 특히 췌장암은 흔히 ‘침묵의 암’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유명인의 췌장암 투병 사실이 공개되며 예후가 나쁜 암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관심과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췌장은 후복막 장기여서 진단이 더 까다롭고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소화불량, 속쓰림 등 가벼운 증상이라 암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거나 황달이 생겨 CT나 MRI를 촬영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건강검진 때 복부초음파나 CT를 추가로 진행하는 환자들이 예전보다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조기 발견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항암치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예전에 비해 치료제도 늘었고, 검사 받는 분도 늘어서 치료의 방향성이 잡히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2030 연령대에서도 췌장암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 젊은 층도 주의해야 합니다.”
연구에도 진심인
강남세브란스
췌담도암센터
췌장암의 발병 요인으로는 췌장염, 당뇨 같은 질환이나 음주, 흡연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일반적인 습관들이 꼽힌다. 하지만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라 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가족성 췌장암(Familial pancreatic cancer)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강남세브란스 췌담도암센터는 중환자 수술과 케어뿐만 아니라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김형선 교수는 모두 선배들이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말한다.
“윤동섭 의료원장님을 비롯해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님, 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님 등 선배님들이 췌장암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많이 실행해주셨기에 지금의 췌담도암센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환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게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췌담도암은 수술 시간이 6~8시간으로 길고, 수술 후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등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주치의의 역할이자 목표라고 생각한다는 김형선 교수는 수술 후 환자 영양관리와 통증관리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2020년에는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 재활의학과 박진영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췌장·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근육 내 전기자극 치료를 시행해 통증과 신체 기능 회복 기간이 단축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형선 교수는 2023년에도 환자를 위해 연구와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임상연구에 조금 더 매진할 생각입니다. 환자들의 건강관리와 교육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간담췌외과 환자들을 수술 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영역을 확장해서 더 연구할 것입니다. 또 초심을 잃지 않고 환자와 동료, 후배를 모두 어우르며 보듬을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진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영상의학과 주비오 교수
정확한 판독으로
치료를 돕다
영상의학과 하면 MRI나 CT검사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영상의학과는 검사 진행과 함께 결과를 판독하고 임상과에 전달해 환자치료에 ‘정확성’을 부여한다.
글 김희연 / 사진 송인호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중점
영상의학과에서 신경 두경부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주비오 교수는 뇌와 목 부위가 촬영된 검사 자료를 판독한다. 질병 치료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영상의학과는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이 많은 과입니다. 저는 신경과와 협진할 때가 많은데 신경과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진료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뇌 퇴행성 질환 치료분야 대가 교수님들과 교류하면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질환이 늘고 있다. 주비오 교수는 그중에서도 뇌 퇴행성 질환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데 영상의학과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검사 영상에서 치매가 판독되는 경우에는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영상 검사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연구들이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확하고 세밀한
경험이 중요
영상을 판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A 질환이 의심돼서 촬영을 진행해 판독하다가 B 질환을 발견할 때도 있다. 판독의가 면밀하게 살피는 과정에서 다른 질환을 우연히 발견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다. 반대로 판독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한 번의 실수가 환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살피고, 실수하지 않는 것이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라고 한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의 임파선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목 CT를 촬영하는데, 그 과정에서 뇌동맥류나 뇌종양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독 결과를 전달하면 그 부분에 대한 검사도 진행되는데 환자분은 모르시겠지만 그냥 두었더라면 위험해질 수 있는 질병을 발견한 저는 이런 순간에 보람을 느낍니다. ”
판독이 가진 힘
학생 시절 영상 과목을 수강하며 MRI나 CT로 인체 내부를 본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는 주비오 교수. 인턴을 거치며 전공을 정해야 할 때 그동안 느낀 영상의학의 매력을 믿고 전공으로 선택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진 않지만 판독 결과에 따라 환자가 받을 치료나 검사가 달라지는 만큼, 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주비오 교수의 책임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아 파트 전공의 때, 여아 복부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에 초음파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봤을 땐 난소가 살짝 크긴 했지만, 그 나이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정상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보호자분이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전공의 때라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제 판독 한마디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항상 환자 뒤에서 판독만 하다가 환자의 반응을 직접 보고 자신의 말 한마디가 갖는 힘을 체감했다는 주비오 교수는 올해도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와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시작한 뇌 척수액을 만드는 맥락얼기(Choroid plexus)와 뇌 퇴행성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저로 인해 환자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