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이해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

유방암의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유방암은 2019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2만 9,000명이 발생했다. 유방암이 꾸준히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검진에 따른 조기 발견 이외에도 서구화된 생활습관이 꼽히고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유방암의 발생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글 안성귀 유방외과 교수 / 사진 송인호

암은 정상세포에서 우연히 발생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누적돼 체내의 면역감시시스템을 뚫고 증식하면서 생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이다. 유방암에서는 종양미세환경의 구성 요소 중 에스트로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고지방식, 늦은 출산 등을 특징으로 하는 서구화된 라이프스타일은 특히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의 지속적 노출을 불러오며, 복합적 요인과 맞물려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유방암은 암세포에서 이에 대한 수용체, 즉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를 발현한다. 전체 유방암의 약 70%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발현된다. 또 다른 중요한 인자로는 인간상피세포성장호르몬 수용체(HER2)가 있다. HER2가 있는 경우는 전체 유방암의 약 20%에 해당하며, 이때는 HER2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와 항암치료의 병용요법을 사용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고, HER2가 없는 유방암 치료에서는 체내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아예 생성을 막는 항에스트로겐치료(Anti-estrogen)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정준·안성귀·배숭준 교수팀에서 발표한 항에스트로겐치료에 대한 저항성과 관련된 연구를 엮어서 소개한다.

종양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결과

유방암에서는 암세포 자체가 갖고 있는 종양세포 돌연변이가 중요하다. 연구팀에서는 최근 2가지 종양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각각 TP53 돌연변이와 ESR1 돌연변이다. 먼저 TP53 유전자는 대표적인 종양억제유전자로서 이의 돌연변이는 많은 암종에서 발견된다. 유방암에서는 약 40%까지 보고되는데, ER 양성 유방암에서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한 유방암 환자 중 온코타입Dx 검사(OncotypeDx)와 TP53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환자 141명과 미국 국립보건원의 암유전체지도(TCGA) 데이터에서 얻은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 35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온코타입Dx 검사는 ER 양성유방암의 항암치료 이득을 예측하고, 불량한 예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고, 이를 이용하여 고위험군을 식별할 수 있는 다중유전자 검사이다.

분석 결과, 전체 유방암 환자 141명 중 18명(12.8%)에서 TP53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TP53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16.41)보다 변이가 있는 환자(30.00)의 평균 온코타입Dx 점수가 확연히 높았다. TCGA 데이터에서는 TP53 돌연변이를 지닌 환자군에서 노화, 세포주기와 연관된 유전자의 발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그림 1. TP53 돌연변이의 온코타입Dx 점수가 높고, 세포주기 연관 유전자 발현이 증가되어 있음.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코딩하는 ESR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내분비요법 치료 효과를 저해하고, 유방암의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전이암 조직의 20~30%에서 ESR1 돌연변이가 검출된다.

ESR1 돌연변이가 언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유방암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존재한다는 설, 전이과정에서 생성된다는 설이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정준·안성귀·배숭준 교수팀은 유방암이 처음 발생할 때부터 ESR1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법을 통해 ESR1 돌연변이를 찾아보았다. 이 검사법은 1/1,000~1/10,000에 해당하는 극소량의 희귀 돌연변이도 검출할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수술 후 유방암이 재발한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유방암 환자 121명에게서 최초 발생암 검체 파라핀 블록을 수집했고, 검체에서 추출한 DNA를 디지털 PCR 검사법으로 분석해 5가지 종류의 ESR1 돌연변이(E380Q, Y537C,Y537N, Y537S, D538G)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2).

이 경우, 항에스트로겐치료의 조기 실패율이 크게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 2. 본 연구에서 사용한 5가지 종류의 ESR1 유전자 돌연변이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전이암 조직의 20~30%에서 ESR1 돌연변이가 검출되고 있고, 최근에 이를 표적으로 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유방암세포가 갖고 있는 2가지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를 소개했고, 이번에는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는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체질량지수 관련 연구를 살펴본다.

온코타입Dx 점수와 체질량지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이새별 교수팀과 함께 앞서 소개한 온코타입Dx 점수와 체질량지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국내 유방암 환자 중 젊은 환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2010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완치된 2,295명 중 45세 이하 환자 776명을 대상으로 온코타입Dx 점수와 체질량지수(BMI)의 상관관계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젊은 여성의 경우, 비만일수록 온코타입Dx 점수가 높았고, 20점 초과 비율 역시 45.5%로 정상체중 환자의 27.3%과 비교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비만 환자의 항암치료 비율(30.7%)도 정상체중 환자의 항암치료 비율(20.2%)과 비교해 시행률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젊은 여성의 비만도가 높을수록 공격적 특질을 지닌 암이 생길 수 있음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이고, 아시아권 젊은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내용이다.

ER 양성 유방암의 항에스트로겐치료 실패와 관련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방암 세포 자체적으로 지닌 돌연변이와 환자의 체질량지수 등 체내의 환경적 요인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재발 위험도를 예측하고, 여러 표적 신약과 함께 맞춤형 위험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림 3. 45세 이하 환자의 비만에 따른 온코타입Dx 점수 비교와 체질량지수에 따른 유전자 기반 재발 예측 점수(21-Gene RS)와 항암치료 비율

참고문헌

1. npj Breast Cancer(IF 6.923)에 ‘Association between TP53 mutation and high 21-gene recurrence score in estrogen receptor-positive/HER2-negative breast cancer(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서 TP53 돌연변이와 높은 온코타입Dx 점수의 연관성)

2. npj Breast Cancer(IF 6.923)에 ‘Primary endocrine resistance of ER+ breast cancer with ESR1 mutations interrogated by droplet digital PCR

3. 「Association of Body Mass Index With 21-Gene Recurrence Score Among Women With Estrogen Receptor-Positive, ERBB2-Negative Breast Cancer: ER+HER2- 유방암 환자에서 체질량지수와 21-gene Recurrence Score와의 연관성」 ‘JAMA Network Open(IF:1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