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자기압축문합술을 시행했고, 현재도 유일하게 이 시술이 가능한 기관이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자석을 이용해 막힌 답즙관을 뚫고 답즙이 흐르도록 개통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10례 넘는 시술을 해왔다. 자기압축문합술이 간담도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적용되기까지 꾸준히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교수님이 담당하고 계신 주요 진료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화기내과 중에서도 췌장과 담도의 악성 질환과 양성 질환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악성 질환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담도암은 물론, 양성 질환인 췌장염, 담관염, 췌장·담도 수술 후 초래되는 여러 합병증 등을 진료합니다.
자기압축문합술이 무엇인가요?
어떤 원리로 시행되는 시술인지 궁금합니다.
간담도 수술은 담도와 담도 혹은 담도와 장관을 잇는 수술(문합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 과정에서 혈류가 원활하지 않거나 수술장에서 전기소작 등으로 손상을 입는 등 여러 이유로 좁아지는 일이 흔합니다. 그 가운데 좁아짐, 즉 협착의 정도가 심해 문합부가 완전히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는 평생 담도 배액관을 달고 살거나, 재수술을 해야 하기에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술한 부위의 유착이 심하고, 재수술을 해서 막힌 부분을 성공적으로 뚫어줄 가능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죠. 수술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좁아지고 막히는 기전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재수술 후에 다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평생 담도 배액관을 달고 살아야 한다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큽니다. 삶의 질이 완전히 떨어지는 일이니 환자들에게는 막힌 것을 해결해드리는 일이 절실한데 그동안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이 자기압축문합술입니다. 이 시술은 원통형 자석 두 개를 완전히 막힌 담도 혹은 담도 문합부 위아래에 부착해 서로 붙은 자석의 압력에 의해 막힌 조직을 괴사시켜 새 통로를 만들어주는 방법인데, 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자석을 전달하는 통로를 만들고 그 후 자석 두 개를 붙이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이를 위해 치료방사선과와 내시경 의사 두 명이 협업이 필요합니다. 영상의학과 주승문 교수님과 소화기내과 장성일 교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큰 역할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우수한 협업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 시술법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오래전 일인데도 아직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지금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준성 교수가 당시 군의관 재직 시절 보내준 군인 환자가 첫 케이스였습니다. 환자는 학창 시절 선천성 담관확장증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로 연결한 담관과 소장 문합부가 막혀 담관염이 초래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측 간 전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아직 미혼인 젊은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다가 자기압축문합술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했고, 무사히 시술을 마쳐 당시 함께했던 직원들과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케이스를 시작으로 이후 여러 임상 상황에 확대해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자기압축문합술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궁금합니다.
전국에서 여러 번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거나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생체 간이식이 많이 시행되는데, 이수술은 전간이식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수술 후 담도 협착 발생이 빈번합니다. 이런 환자들 중에서 심한 협착으로 문합부가 완전히 막히는 경우에는 간 이식 카페 등에서 정보를 얻고 오시는 분도 많고, 수술을 담당하셨던 외과 주치의 선생님들이 의뢰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요. 자기압축문합술 첫 성공 이후 지금까지 발전을 이루며 많은 노하우가 쌓여 선순환을 이룬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창기에 실패했던 케이스가 최근에는 거의 모든 유사 상황의 환자에게서 성공하고 있습니다.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시술에 사용하는 자석을 개선했고, 시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서 원인을 파악한 다음 이를 극복하는 방안들을 찾아냈습니다. 그간의 연구와 노력으로 생체간이식수술 후, 혹은 간절제술과 담낭절제술 후 담관이 완전 폐쇄된 환자 백여 명을 대상으로 자기압축문합술을 시술했고, 이는 단일 기관에서 시행한 숫자로는 세계 최대여서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는
시술법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해오신
국제 강연이나 논문 등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이 시술 대상이 되는 환자는 간담도 수술을 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합니다. 그간 이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방법이 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모든 분야 의료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술을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해외 의학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계속 후속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이 시술에 대한 영문 단행본을 발행했는데, 이 책이 중국어로도 번역 돼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이 밖에도 올해 발간되는 미국 ERCP 교과서에 자기압축문합술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미국, 유럽 및 일본 학회에서도 초청 강연을 여러 번 진행한 바 있으며, 관련 기관에서 요청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자석과 함께 자세한 시술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간 자기압축문합술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온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고난도 환자의
치료 성적을 향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들이 교수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요?
담도 협착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들이 환우회 카페 등에서 시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우리 병원을 찾아오십니다. 특히 수술을 담당했던 의료진이나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우리를 믿고 보내주시는 환자도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실 환자분들이 저에게는 큰 스승이십니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좋은 논문들도 나왔고, 학회에도 발표해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기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소화기내과 중에서도 췌장과 담도 분야는 막연히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도 치료가 어렵고 해결이 안 되는 질환도 많습니다. 췌장과 담도에 생기는 양성 질환은 환자가 고생은 많이 하지만 내시경적 시술로 환자의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향상할 수 있습니다. 힘든 케이스일수록 치료 횟수도 많고, 치료 기간이 길어져 환자와 보호자, 의사가 삼각편대를 이뤄 같이 힘을 내야 하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헌신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치료가 잘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시간과 노력을 들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지금 진행하는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좋아하고, 제일 잘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10년 가까이 안과 교수님과 췌장암 조기 발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느린 걸음이지만 임상의이자 연구자로서 unmet needs(미충족 수요)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