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한진우·이준원 교수

영아 눈떨림증후군
AI 딥러닝으로 분석법 업그레이드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서 눈동자가 좌우, 상하 또는 복합적으로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 안질환인 영아 눈떨림증후군은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안과 한진우·이준원 교수는 영아 눈떨림증후군의 원인을 분석하는 유전자검사 기법에 AI 딥러닝을 접목해 분석법을 개선했다.

글 한진우·이준원 안과 교수 / 사진 송인호

유전성 안질환은 시력 저하 및 실명의 중요한 원인이며,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원인에 따라 발병 나이, 시력 저하 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유전성 안질환 중에서 영아기부터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은 영아 눈떨림을 동반한다. 조기 시력 소실을 유발하는 많은 유전성 안질환이 눈떨림을 동반하며 이러한 눈떨림이 생후 6개월 전에 발생할 때 영아 눈떨림증후군이라고 한다.

영아 눈떨림 환자들은 본인의 의지로 멈출 수가 없으며 지속해서 눈이 움직인다. 다행스럽게도 영아 눈떨림에서는 사물이 흔들려 보이는 진동시는 없다. 하지만, 원하는 물체를 보거나 집중할 때 눈이 더 떨리게 되어 추후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영아 눈떨림을 일으키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며, 원인 질환에 따라 시력 예후와 유전양상이 달라진다. 따라서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해서는 문진과 시력검사, 안저촬영, 망막전위도를 포함한 안과적 검사를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유전자검사를 동시에 진행해 영아 눈떨림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을 분석한다. 그러나 가족력을 가진 영아 눈떨림 환자 중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유전자검사에서도 원인 변이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시력 예후 상담, 향후 치료, 미래 가족계획에 대한 상담이 어렵고 환자는 유전학적인 진단이 안 된 채로 여러 병원을 전전할 수도 있다.

AI 딥러닝을 접목한 분석법 연구

영아 눈떨림증후군을 일으키는 여러 질환 중에서 비교적 시력이 정상에 가까우며, 망막 및 시신경 이상이 동반되지 않고 성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는 질환이 있다. FRMD7 연관 영아 눈떨림이 원인이 경우가 대부분인데, 영아 눈떨림 환자의 원인 중에 특발성 눈떨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한다. 이처럼 시력이 정상이고 전안부 및 망막에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없는 영아 눈떨림 환자는 전체 인구 1,500명당 1명 정도로 흔하며, 성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원하는 사물을 집중하여 볼 때 더욱 눈이 떨리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FRMD7 연관 영아 눈떨림 환우 가족들은 원인 유전자 변이를 파악해 추후 가족계획을 수립할 때 도움을 받기도 하며, 눈떨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양안의 수평직근 최대 후전술로 눈떨림 강도를 줄이기도 한다. 따라서 원인 변이를 파악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 및 수평직근 최대 후전술을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가족력이 뚜렷한 경우 약 80~90%의 환자는 원인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으나 몇몇 가족에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이용한 패널시퀀싱, 엑솜시퀀싱으로도 원인 변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다음 진단 방법으로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사용해볼 수 있으나, 데이터 크기가 매우 크고 수많은 변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연구진은 성염색체 우성으로 유전하는 가계도를 가지고 기존의 패널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으로 원인 돌연변이를 찾지 못한 4명의 가족에서 전장유전체 AI 딥러닝 방법을 이용해 원인 변이를 찾고 실험을 통해 증명해 눈떨림 환자에서 원인 돌연변이를 특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법과 절차

이번 연구는 패널시퀀싱을 이용하여 원인 변이를 찾지 못한 4명의 서로 다른 가족에서 전장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염기서열 30억 개를 분석했으며, 복제수 변이, 구조적 변이 외에도 움직이는 DNA라고 불리는 mobile element insertion도 같이 탐색했다. 그중에서 X염색체에 존재하며 눈떨림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FRMD7, CASK, CACNA1F, NYX 등의 유전자에서 단백질을 전사하는 부분의 엑손 변이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전사하지 않은 비전사 영역의 모든 돌연변이를 조사했다. 이 유전자들에서 발견된 수많은 변이에서 정상 인구집단에서 발견되는 흔한 변이들을 제외했고, spliceAI, spliceRover라는 딥러닝을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비전사 영역의 돌연변이가 스플라이싱(splicing)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했다. 이러한 딥러닝을 이용한 프로그램은 염기서열 변이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features)을 분석해 해당 변이의 스플라이싱 오류(mis-splicing) 스코어를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변이가 스플라이싱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하고 mini-gene splicing assay라는 실험을 통하여 한 번 더 검증했다.

환자 맞춤 치료 제시가 가능한 검사법

패널시퀀싱 및 엑솜시퀀싱은 현재 안과를 비롯해 유전클리닉, 소아신경과 등 여러 분과에서 환자 진단에 널리 쓰이고 있다. 진단율은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여전히 30~60% 환자는 유전자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다른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반복 시행하기도 하고, 진단을 위한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비롯해 다양한 검사를 하기도 한다. 유전질환을 전공하는 의사들도 몇몇 희귀질환은 임상의로 살아가는 평생 동안 환자 1~2명을 볼까말까 한 정도이며 이런 경우 환자에게 진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유전진단이 필수인데 최근 시퀀싱 기법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러 희귀질환 환자가 정확한 분자유전학적 진단을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방랑(diagnostic odyssey)으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물론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장유전체 시퀀싱 및 딥러닝 기법을 이용한 스플라이싱 오류의 예측은 원인 돌연변이를 강력한 도구로 이용해 정확한 원인 변이를 찾을 수 있게 한다. 그에 따라 환자 맞춤 올리고핵산 유전자간섭 치료제(anti-sense oligonucleotide)를 개발해 개개인에 알맞은 치료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AI 딥러닝으로 질병 발생 원인 연구에 기여

시퀀싱 기법이 점점 발전하고 시퀀싱된 데이터를 참조유전체에 맵핑(mapping)해 변이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도구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또 인간유전체를 해독하는 시퀀싱의 비용도 차츰 낮아지고 있어 임상진단에서 전장유전체 분석이 기존의 패널, 엑솜시퀀싱을 대체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장유전체 시퀀싱 분석은 현재 수많은 변이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한점이 많지만 복제수 변이의 검출, 비전사 영역의 변이 검출, 구조적 변이 검출 등에서 패널 및 엑솜시퀀싱보다 장점이 많다. 시퀀싱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낮아져 2002년 약 3조 원을 들여 인간 게놈을 해독했지만, 곧 30~40만 원으로 개개인의 전장유전체를 해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시대에 대비해 전장유전체를 올바르게 해독하고 각각의 유전체 부위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인간의 두뇌와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다면 질병 발생에 관한 기전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1> 2명의 성염색체 연관 유전을 하는 영아 눈떨림 가계에서 FRMD7 c.284+63T>A변이가 새로운 스플라이싱의 acceptor로 작용하여 비전사 영역인 인트론(intron) 부위에 새로운 엑손(exon)을 생성하는 과정. 이 변이는 딥러닝 프로그램을 통하여 높은 점수로 스플라이싱 오류를 일으킴이 예측되어 mini-gene splicing assay로 증명함.

<그림 2> 새롭게 발견한 변이들이 비전사 영역에 새로운 엑손을 생성하고 새롭게 생성된 엑손에서 단백질의 전사를 종료시키는 코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