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보존과 신수정 교수
조기 진단으로 치아 건강 위협하는
미세균열 차단
이가 시리고 음식을 못 먹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충치나 잇몸질환 등이 아니고 방사선 촬영으로도 이상이 없다면 치아 균열을 의심해봐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 신수정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균열치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 균열치아 진단에 효과적인 Q-ray 장비를 활용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신수정 교수를 만났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균열치아(cracked tooth)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치아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실금 같은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뜨겁고 찬 음식,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균열치아가 많이 발견됩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균열이 진행될수록 음식을 섭취할 때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면서 균열 부분이 벌어지며 신경을 자극해 시린 증상이나 찌릿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치아의 우식(충치)이나 외상과 달리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치아에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고, 심한 경우 발치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균열치아는 평생 충치 하나 없던 분들에게도 나타나기 쉽고, 대부분 40~50대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충치도 없고 잇몸병도 없어서 ‘나는 건강한 치아를 타고났구나’ 자신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치과 방문을 미루다 보니 본인에게 균열치아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방치한 상태로 지내다가 불편감이 심해 치과를 찾았을 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발치를 해야 한다는 진단결과에 큰 충격을 받는 환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균열치아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각하기가 어렵고, 한 번 균열이 생긴 치아는 다시 붙일 수 없습니다. 치료는 환자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덜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진행합니다. 균열 정도가 경미해 증상이 가벼우면 균열이 있는 부위만 제거하고 그 부위를 때웁니다. 균열 정도가 깊어 통증이 심하다면 치아가 벌어지지 않도록 치아를 씌워주거나 신경치료 후 보철을 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치아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에서 균열치아로 진단한 10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육안으로 균열선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는 48%에 불과했던 만큼 치아의 미세한 금을 찾기 위해서는 더욱 전문적이고 세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균열치아 진단을 위해 메틸렌블루로 염색하고 치과용 현미경을 사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싼 데다 메틸렌블루로 염색하는 과정에서 염색제가 환자에게 튈 수 있어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균열치아를 진단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미세한 실금과 같은 균열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이 치아균열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방사선 검사를 해도 실금이 잘 보이지 않고 당장 크게 아프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권하면 과잉진료라 느낄 수 있습니다. 치아에 금이 간 부분을 환자가 시각적으로 잘 확인할 수 있다면 치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치과의사와 환자 간에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비가 Q-ray이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를 활용한 치아균열 진단으로 유용한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타 대학병원에 비해
비교적 일찍 Q-ray를 도입했습니다.
Q-ray가 어떤 장비이며,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치아우식을 진단하기 위해 Q-ray가 의료 신기술로 등재된 시기부터 이 장비를 활용해왔습니다. Q-ray는 치아우식을 진단하는 장비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만 12세 미만 어린이 환자에게 치아우식을 진단할 때 촬영하는 X-ray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검증된 의료장비이기도 합니다.
치과병원 환자 중에는 중장년층이 많습니다. 치아우식을 진단하기 위해 이분들의 치아를 촬영하다 보니 의외로 균열치아를 함께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ray는 구강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장비의 원리는 푸른색 가시광선을 입안에 비춰 바이오필름이 있는 곳을 탐지해서 그 부분이 붉은 형광으로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치아우식이나 치태가 있는 부분에는 세균이 침투해 있고 그 세균의 부산물이 붉은 형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균열치아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틈이 벌어져서 구강 내 세균이 균열된 틈으로 들어가고, Q-ray로 균열치아 사진을 찍으면 균열선이 벌어져 있을수록 붉은 형광선이 진하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구강 내 균열에 의해 세균이 침투한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환자는 자신의 치아에 금이 갔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균열치아를 가진 분들은 식사를 할 때 깜짝 놀라게 아픈 증상이 있지만 늘 반복되는 것은 아니고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가 아픈 부위를 정확히 모르니 치과의사도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육안으로 균열선이 명확히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치과의사 눈에는 보여도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들 눈에는 감별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Q-ray를 활용하면 균열선을 시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균열치아를 가진 환자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향후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균열치아를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환자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더 많이 손상되기 전에 최소한의 치료로 치아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Q-ray를 활용한 치아균열 진단
효능 평가’ 연구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 연구에서는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방법이 간편하고 치아를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균열이 잘 확인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Q-ray는 연동 소프트웨어로 균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어서 균열치아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균열치아를 적극적으로 치료할지,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환자의 불편함을 기준으로 치료를 진행해왔습니다. Q-ray의 활용으로 치과의사는 균열된 치아 상태를 시각화할 수 있어 환자에게 설명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수치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AI진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고 본인의 치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눈으로 자신의 균열치아를 확인함으로써 자칫하다가는 깨질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자연치아를 잘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 좀 더 오래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균열치아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신 만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균열치아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부터 진행되어왔고, 현재 국내외 많은 치과의사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Q-ray 임상연구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논문이나 후속연구 등 좋은 성과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근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의사로서 저의 목표는 많은 분들이 자기 치아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노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