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료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디지털병원으로의 전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면서 의료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디지털병원으로의 전환이다. 디지털병원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진료와 진단이 가능한 환자 중심의 병원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내년 개원 40주년을 맞아 새병원의 청사진을 ‘최첨단 도심형 스마트병원’으로 제시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새병원추진본부 추진전략실 이영목 실장과 개원 3년 만에 국내 스마트의료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박진영 소장이 만나 디지털병원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윤선우

PART 1.

디지털병원, 어디까지 왔나?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면서 병원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두 병원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새병원추진본부 추진전략실장 :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3년, 설립 40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역사와 경험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제한적인 환경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새병원 건립이 디지털병원과 같은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소장 :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을 준비할 당시부터 디지털혁신병원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출발했고,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병원 전체 시스템에 녹아들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개원 당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병원이 안정화될수록 일도 많아지고, 처음 세팅했던 것과 또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고충도 있지만, 처음 디지털병원을 도입할 때 내세운 ‘디지털혁신은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가치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디지털병원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이 궁금합니다. 디지털병원의 개념이 현재 어느 정도 도입되어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영목 실장 : 디지털병원은 스마트병원의 가장 간단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스마트병원을 ‘병원 내외부 연결성을 확보하고 내부 프로세스의 자동화와 최적화를 이뤄 환자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경험을 증진하는 병원’이라고 정의합니다. 디지털과 ICT 기술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이죠. 스마트병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원격중환자실 등 모니터링 기술, 스마트 감염관리, 병원 자원관리의 디지털화, 지능형 워크플로 등을 들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음성 수술기록지 작성, Voice EMR, 물류 자율주행 로봇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기존 병원의 디지털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의료원 차원에서 기존 EMR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병원 개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첨단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차원의 스마트병원 표준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박진영 소장 :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신생병원으로서 시대 흐름에 걸맞은 특화 분야를 고민하다 찾은 해답이 디지털혁신병원이었습니다. 새롭게 지어지는 병원인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병원 전체에 디지털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의료진의 반복적인 업무나 진료 외 업무들을 디지털이 대신하다 보니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의료 질이 향상하고 환자 안전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PART 2.

디지털병원으로서 새병원에 거는 기대

디지털혁신병원으로 자리 잡은 용인세브란스병원만의 차별화된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박진영 소장 :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후 현재까지 23개의 디지털솔루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병 대비 실시간 위치추적시스템(RTLS), 통합반응상황실(IRS)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RPA(Robot Process Automation) 업무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여 8개부서 19개 프로세스를 자동화 시켜 업무 효율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의료진 전용협업 메신저 Y톡을 개발해 주치의와 협진할 때 시간을 단축하고 실시간 소통으로 진료의 적시성과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과기부장관상과 국무총리상 수상, DX서비스어워드 월드그랑프리수상,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지원사업 선정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실재하는 디지털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병원이 갖춘 스마트솔루션에서 사용하는 디지털을 보여드리고자 했던 점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을 단순히 새로운 기술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이를 활용해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마인드를 구성원 모두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새병원에는
어떤 첨단기술이 도입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영목 실장 : 향후 강남세브란스병원새병원은 첨단 시스템을 적용해 도심형 4차 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마트 운영체계를 구축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본질인 진료역량 강화를 위해 가상의료(Virtual Care)모델을 만들고, 가상 중환자실(VICU), 실시간 환자 위치추적, 고위험 지표 모니터링 기술 등을 도입한 Command Center를 구축해 사각지대 없는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AI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또 AI 영상판독 시스템을 도입해 판독의의 업무를 효율화하고, 판독 정확도를 개선하며 응급환자 24시간 대응을 실현할 것입니다. 이 밖에 AI 챗봇을 통한 사전문진 시스템, 환자 원격 상담 및 전원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음성인식 기술 기반의 Voice EMR을 도입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물류시스템에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류 동선과 관련해 시설규격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AGV(Auto Guided Vehicle, 자동무인운반차), 로봇 기반의 운송 시스템을 갖추어 물품, 비품, 검체의 하역부터 적재, 공급, 반송,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할 계획입니다. 감염관리를 위한 출입통제, 주차 인식 및 방재 관련 기술을 도입해 Command Center와 연계하며 원내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병원의 적정 진료 규모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진행을 검토 중입니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환자의 행동 패턴과 재현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기존 병원의 환자 경험과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새병원의 공간 배치와 병상 수, 외래 대기 공간, 수술실 규모, 나아가 효율적인 환자 동선에 이르기까지 적정성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을 의료 기술에 적용해 가상공간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모의 수술, 의료기기 개발, 임상시험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Medical twin’이라고 하는데, 새병원에서는 이런 개념을 도입해 최적의 수술 방법과 치료 효과, 예후 등을 예측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구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PART 3.

기술 발전으로 인한 미래 의료의 모습

정보통신기술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미래 병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영목 실장 : 미래 병원,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은 ‘Cure to Care’, 즉 기존의 사후 치료 중심에서 예방적 조치와 생애주기에 걸친 후속 관리로 전환되리라 내다봅니다. 고령화에 따른 기대수명 증가로 이러한 추세는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ICT와 의료기술의 발전은 환자의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해주는 디지털 서비스의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병원 내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이 이루어져 위험인자 모니터링, 예후 분석, 치료 후의 사후관리, 암 및 심혈관 질환자 건강 모니터링 코칭 등 전주기적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AR, VR, 메타버스 기술 등 가상확장공간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행위가 나타날 것이며, 스마트 단말기를 이용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병원 간 의료데이터의 통합 및 호환을 통해 개인 의료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조만간 구체적인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해봅니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를 위시한 국내 대기업과 의료계 간 협업을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증화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박진영 소장 : 미래의 핵심기술인 ICBM(Internet of Things, Cloud, Big Data, Mobile)과 D.N.A(Data Network, AI)는 급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미래 병원도 의료기관이 지향하는 환자안전 및 경험, 최상의 의료서비스, 경영효울화의 목표는 변하지 않겠지만 다양한 혁신적인 기술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기술들을 융합시킨 서비스 모델로 현장에 적용될 것 같습니다. 미래 병원은 검사와 치료 중심 비중이 높아지고, PHR(개인건강기록)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들이 고도화 되어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자유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또한, 미래병원은 디지털 윤리, 디지털 가치 공유를 위한 디지털 ESG도 고민해야 될 것 입니다.

미래병원을 준비함에 있어 기술적인 측면 보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교직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거버넌스 측면에서 디지털기반의 미래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진 조직과 멀티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함으로 차세대 디지털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고, 디지털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영목 실장 : 2023년은 새병원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선진 디지털병원의 사례나 네이버 등 선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조사해 관련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그동안 코로나19로 실시하지 못했던 팸투어를 추진해 관련 기술의 개발 프로세스, 시행착오 및 적용 과정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디지털병원 관련 데이터를 설계사와 공유해 스마트 새병원 설계에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강남세브란스병원 새병원추진본부 산하에 운영하고 있는 의료정보분과와 미래혁신분과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분과별로 주제 조사와 토의를 진행해 새병원 건립 단계별 추진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즉시 반영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 임상 진료 역량, 환자경험 개선, 운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해를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박진영 소장 :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추구하는 디지털혁신의 철학은 ‘사람을 위한 디지털’입니다. 디지털혁신은 단순히 기술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변화입니다.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혁신병원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 안전과 공감을 증진하고 의료진과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보편적 확산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