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레산 환자 및 연수생과 함께

인도네시아 2017년 국제포럼 행사

희망의 숨결이 되다
호흡재활센터 국제교육
프로그램 착수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쉬는 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정상적으로 호흡하기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호흡재활은 한 줄기 빛이지만, 아직 호흡재활의 개념이 정착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최원아 교수는 해외 의사 무료 교육 연수로 호흡재활 취약 국가에 호흡재활을 전파하고 있다.

 편집실 / 사진 호흡재활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국내에 호흡재활 학문 체계와 치료 시스템을 최초로 체계화하였으며 지금까지 국내 호흡재활 영역에서 선구자 역할을 담당해왔다. 1986년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근육병클리닉을 개설해 근육병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치료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했고, 2000년부터는 강성웅 교수가 중증 호흡부전 호흡재활 치료를 시작하였으며 2009년도에는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의 도움으로 센터로 발전하게 되었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에는 구축된 치료시스템을 통한 체계화된 환자 치료와 더불어 사회공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던 많은 환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호흡재활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

센터 설립으로 국내에는 호흡재활의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한 강성웅 교수는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호흡재활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이 희귀질환이다 보니 환자들은 그동안 사회적으로나 의료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환자의 삶의 질도 훨씬 나아질 수 있음에도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완치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손쓸 수 없다는 선입관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이니, 호흡재활 분야가 더 취약한 나라에서 호흡재활이 자생적으로 체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전수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0년부터 국제 호흡재활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매년 두 명의 해외 의료진에게 무료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국제교육을 시작하였다. 2014년부터는 다국적기업인 필립스의 지원을 받아 현지 방문 교육과 국제포럼 개최, 집중교육 코스 프로그램을 추가했으며 연수생 수도 늘렸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15개국에서 35명이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 재활센터를 거쳐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몇 년간은 연수생이 없었지만 올해는 이미 4명째 교육 중이며 현지 지도 방문도 10월에 케냐를 방문하는 것으로 재개되었다.

해외 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원아 교수는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연수생도 다시 방문하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현지 지도를 위해 케냐에도 다녀왔습니다. 또 지난 10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재활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의 호흡재활 국제포럼에서는 국제호흡재활학회가 창립되었습니다. 호흡재활 분야 국제학회로는 최초로 창립된 것이라 더욱 뜻깊습니다.”

케냐 현지 방문교육

지난 7월 국제재활의학회에서 봉사 공로상을 받은
강성웅 교수

학회 설립으로 더욱 성장

강성웅·최원아 교수는 3년 전,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의 케냐 지역 전도사를 통해 알게 된 ‘레산’이라는 환아를 치료했다. 척추후만증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했다가 수술보다는 호흡재활이 시급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어 호흡재활 치료를 받고 케냐로 돌아갔다. 하지만 호흡재활은 수술과 같이 한 번의 시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이므로 케냐 현지에서 레산을 관리해줄 의사가 필요했다. 낸시 모라라는 현지 의사를 추천받았지만 코로나19로 입국하지 못하다가 올 9월에야 입국하여 연수를 받고 귀국하였다. 이제 앞으로는 현지 의사인 낸시 모라가 레산을 잘 돌봐 줄 것이다. 호흡재활센터는 이와같이 현지 환자를 현지 의료진이 관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흡재활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만, 의사들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처럼 힘든 여건에서도 호흡재활 치료와 확산을 위해 힘써온 강성웅 교수는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7월 국제재활의학회 세계 학술대회에서 국제교류 공로상을 받았다. 강성웅 교수는 그동안의 호흡재활 국제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호흡재활학회가 창립되었으며, 이제는 이 학회를 기반으로 호흡재활이 좀더 체계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더 많은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원아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를 거쳐간 연수생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현지에서 호흡재활 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제교육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중인 인도네시아
그핫산 환아와 함께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중인 케냐 레산 환아와 함께

복부 장기이식의 새로운 길을 열다

이식중환자외상외과
주만기 교수

2009년 첫발을 뗀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복부 장기이식은 해를 거듭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후발 주자이지만 최신 기술을 바로 적용해 어려운 이식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 주효했다. 이식외과 복부장기이식팀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시스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국내 이식수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신장이식은 50년, 간이식은 4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에 비하면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상당히 늦게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이식수술의 60~70%를 시행하는 주변 대형 병원에 둘러싸여 이식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당시 박창일 의료원장과 조우현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의 결단으로 첫발을 뗄 수 있었다.

“후발 주자로서의 불리함과 병원 여건상 이식이 쉽게 자리 잡고 발전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관련된 모든 의료진과 간호국, 행정부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되었고, 지금은 간이식과 신장이식 모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고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통 간이식은 간담췌외과, 신장이식은 혈관외과를 주축으로 진행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복부장기이식팀이 원스톱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언제 어떤 환자가 오더라도 수술이 가능하고, 또 간과 신장 동시이식, 생체 간기증자간절제술, 생체 신장이식을 위한 신장절제술 등 모든 종류의 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문팀이 꾸려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한 혈액형 불일치 이식, 고감작 위험 환자에서 탈감작 치료 후 신장이식 및 수차례의 재이식 등 장기간 이식을 해온 병원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치료법도 시행하고 있다. 또 모든 수술을 최소침습수술인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시행해 복부 상처를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가장 고난도인 단일공 로봇 기증자 간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환자가 곧 스승,
배우고 익힐 수 있던 시간

주만기 교수는 그동안 이식수술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강남세브란스에서 시행한 첫 간이식 케이스를 꼽았다. 2009년 3월 1일에 부임해 11일 첫 간이식수술을 했고 군인이던 아들이 기증한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경과가 아주 좋아서 2주도 안되어 퇴원했다. 처음 집도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라고. 또 최근 윌슨병으로 고생하다 응급뇌사자 간이식을 받은 환자도 잊을 수 없다. 수술 전부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이식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환자였고 수술 후에도 폐동맥경화증, 혈전증 등 합병증으로 에크모(ECMO)까지 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잘 회복해 외래 진료에서 만나고 있다. 보호자의 정성스런 케어와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협조로 못 알아볼 정도로 건강해진 환자와 보호자가 고맙고 또 고맙다고 한다.

“항상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죠. 아쉬우면서도 우리 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준 환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진행성 간암으로 여러 병원에서 여명이 3개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신 분이었습니다. 워낙 많이 진행된 암이라 간이식 기준에 벗어난 상태였지만 자녀분이 적극적으로 생체 간이식을 원해 다섯 차례 정도 면담을 하며 환자와 가족분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식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 후 3개월이었던 여명은 2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환자를 보면서 이론적인 기준으로만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게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심정지 후 기증이 가능해지길

2020~2021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이식 건수는 세계 6위, 생체이식 건수는 세계 2위로, 뇌사장기기증자가 많지 않다. 최근 관련 단체들이 홍보 활동과 언론 보도를 통해 뇌사자 장기기증을 알리고 있고 의료진도 이식학회와 한국장기기증원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나 장기 기증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홍보 대책도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는 뇌사자 기증을 넘어 심정지 후 기증(Donation after Cardiac Death, 이하 DCD)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뇌사자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아시아권에서도 오히려 DCD의 진행은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조속한 시일 내에 법 개정을 통해 DCD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은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식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은 모두 절박한 사연이 있고 챙겨야 하는 동반질환과 증상도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복부장기이식팀은 모든 이식 환자를 가족처럼 세심하게 케어해 다시 얻은 소중한 생명을 건강하게 이어가도록 돕는 것을 임무이자 소명이라고 여긴다. 더불어 2023년은 장기이식센터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