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

이명과 정신건강 및 삶의 질 연관성 연구
청각이상을 넘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

외부의 소리 자극 없이 귀에서 갑자기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이명이라고 한다. 갑자기 생겼다 없어지는 이명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것으로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노인의 경우 정신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 이용제 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백기광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이명(耳鳴)은 인구의 75%가 일생 동안 한 번 정도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이명은 외부 소리 자극 없이 귓속에서 소음이 들리는 질환으로, 국내 성인 기준 유병률이 20.7%에 달하며 매년 3%씩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노년층의 이명이 정신건강 및 삶의 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했고 결과를 최근 노인의학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pplied Gerontology>에 ‘Tinnitus and Its Association With Mental Health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an Older Population: A Nationwide Cross-Sectional Study(노인에서 이명이 정신건강,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연구는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79세 이하 5,129명을 대상으로 이명과 정신건강, 삶의 질 저하 관계 분석에서부터 시작됐다. 연구 대상군은 이명 정도에 따라 세 그룹(정상, 경도 이명, 심한 만성 이명)으로 분류했다. 정신건강은 우울감, 심리적 고통, 자살 사고 등 3개 항목을 평가했고, 삶의 질은 EQ-5D 조사표에 따라 운동능력, 자기 관리, 일상 활동, 통증 및 불편, 불안 및 우울 등 5개 항목으로 분석했다.

이명, 삶의 질에 큰 영향

이명은 청각뿐 아니라 수면의 질,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비인후과적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을 앓고 있는 노인의 경우 정신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이명이 있는 군은 정상군에 비해 우울감이 1.7배, 심리적 고통이 1.9배, 자살 사고가 2.5배 높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또 EQ-5D 항목별로 운동능력 저하 1.8배, 자기관리능력 저하 2.1배, 일상활동 제한 2배, 통증 및 불편감 1.9배, 불안 및 우울이 2.1배로 나타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명은 단순한 청각 문제를 넘어선 질환

이명과 우울증은 여러 가지 위험인자를 공유한다. 노인 이명은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만성화되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환자의 고통을 객관화하기 어려워 보호자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신체적·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노년층에게 이명은 단순한 청각 문제를 넘어 정신적인 고통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족의 지지와 의료진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명의 새로운 치료 접근 방법 제시

이명은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져 생체리듬이 파괴될 수 있고, 이는 대사 조절에 방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심한 이명 환자들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TV를 밤새 켜놓거나 야식이나 음주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아 성인병에 취약한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에너지 균형을 방해하고 염증을 일으키고 포도당, 지질 등의 대사 이상으로 이어져 체중 증가,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발병 원인이 되므로 의료진의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 생체리듬의 불균형으로 행복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호르몬의 이상을 초래하여 체내 항상성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 이명 환자에서는 이비인후과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지지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