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보철과 김선재 교수

치과에 불어오는 디지털 바람
디지털 덴티스트리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인 만큼 의료 분야도 그 변화의 바람을 역행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 치과계를 휩쓴 최대 이슈는 단연 ‘디지털 덴티스트리(치과의술)’인데,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은 이미 수년 전 이 시스템을 도입해 실제 진료에 적용해왔다. 치과보철과 김선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현재 치과계에서는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대세입니다.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요?

다가오는 미래 의학의 핵심은 ‘4P’, 즉 ‘예측(Prediction), 개인맞춤(Personalized), 예방(Preventive), 참여(Participatory)’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는 사실 개인맞춤보다 환자맞춤형(Customized)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지만 같은 의미라 하겠습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미래 의학의 기조인 4P와 맥을 함께하며, 디지털화한 환자의 구강 관련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의 구강 상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진료를 적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디지털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수작업 비중이 감소하고,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효율적인 디지털 워크플로가 구축되었습니다. 현재의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치과의사가 빠르고 정확하며 편리한 디지털의 장점을 경험하는 User Experience 단계를 막 지나, 환자들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진료를 경험하는 Customer Experience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덴티스트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개념은 보다 넓은 의미의 디지털 덴티스트리라고 볼 수 있으며, 단순히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 등에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오픈소스 데이터(Open source data)를 이용하여 개방형 연구를 진행하거나 이런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각 환자에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병변을 예측(Prediction)하고 이를 예방(Preventive)또는 최소화하는 개념까지 포함합니다.

치과에서 디지털 기술을 더 빨리 받아들였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치과치료 자체가 이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치료라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이점은 그동안 치과진료가 현대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환자마다, 치아마다, 관련 저작 근육과 악관절의 형태와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환자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구강환경을 본 뜨고 석고 모형을 만들어 재현한 후 금합금, 세라믹, 폴리머 등 각 상황에 맞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철저하게 맞춤화된 보철물을 제작해야만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구강스캐너의 등장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강환경을 디지털 스캔하는 것은 단순히 구강 내 치아 형태의 영상화에 그치지 않고 구강환경을 디지털 데이터화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이 모여서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과거에 하지 못했던 치과치료의 표준화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와 융합과정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표준화와 편리한 임상적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 단순히 한 명의 환자에게만 맞춰서 이뤄지던 진료가 디지털 데이터화라는 과정을 통해 빅데이터를 형성하여 표준화를 완성하고, 다시 이러한 표준데이터를 이용하여 각 환자들에게 맞는 최적의 맞춤화된 결과를 제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입니다.

교수님이 처음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체감한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에서 처음 디지털 기술과 장비를 도입한 것이 치과보철과였습니다. 마취 후 치아를 삭제하고, 삭제한 치아를 구강스캐너를 이용해 디지털 스캔 후 CAD-CAM 및 3차원 절삭가공 과정을 통해 제작한 첫 번째 세라믹 크라운을 설레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장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는데,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구강악안면외과 등 각기 다른 과에서 획득한 디지털 데이터를 융합하고 공유하면서 진정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워낙 고가라 병원에 단 한대 뿐이어서 전 의료진이 한방에 모여 같이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로도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다양한 전공의 의료진이 시간을 내서 모일 필요도 없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디지털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게 된 것을 보면서 이제는 진정한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임상에서 구현되고 있구나 실감합니다.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이 구현하고 있는 디지털 덴티스트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이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에서 가지는 최대 강점은 축적된 데이터가 방대하다는 점입니다. 1984년 치과진료를 시작한 이후 축적된 데이터의 양은 실로 방대하며 그간의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의료는 표준화되어야 하는데 치과치료는 개인 맞춤형이라는 특성이 강해서 표준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은 그동안 구축한 방대한 임상자료를 근거로 각 환경에서 최상의 표준화된 치료 방법을 설정하고 이것을 다시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형 진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치과계의 특성 상 어려웠던 표준화 과정을 40년간 누적된 자료를 이용하여 최적화하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개인화하여 적용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디지털 치료 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이용한 예방치료(Prevention)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치과에 방문하기 때문에 치과진료 자체가 예방치료에 취약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치과병원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치아균열, 성인성치주염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치근우식 등에 대한 디지털 진단 프로토콜 구축하는 산학협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방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 치과에 오시는 분들뿐 아니라 복잡한 치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치료를 목적으로 치과에 내원하시는 분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참여(Participatory)까지 향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정착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는 치과진료에서 효율성과 정확도, 편리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장비의 도입으로 수작업이 줄어들고, 디지털 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치과진료는 데이터를 얻고, 디자인을 한 다음,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구강스캐너와 절삭가공장비, 3D 프린터 등의 등장으로 수복물, 교정장치, 악교정 수술장치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정확도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배송 시간을 줄이고 수작업을 줄여줘 치료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치료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서 환자와의 상담이 원활하고 치료 결과도 훨씬 좋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항상 디지털이 옳다거나 디지털 방식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항상 효과가 좋다고만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서로 보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지털 스캐닝과 3D 프린팅이 바탕이 된다면 환자들이 느끼는 치과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 경우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잇몸을 절개하는 증례는 점차 감소하고 있고, 빅데이터에 기초한 최적의 개인맞춤형 보철물을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감과 치료기간을 최소화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최신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워크플로로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만큼 우리의 생각이 디지털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생각은 아날로그인데 새로운 장비만 도입한다고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적인 사고가 먼저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