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맞춤형 의학

디지털 헬스 산업은 현재 폭풍 성장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ICT, 빅데이터 등이 발전하면서 헬스 분야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이 2025년까지 약 6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내외 IT 기업들이 헬스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시대 흐름 속에서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디지털 헬스는 어디쯤 와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PART 1.

디지털 헬스 시장, 어디까지 와 있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가 무엇이며,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디지털 헬스케어’보다 ‘디지털 헬스’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케어’라는 말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 더 포괄적인 의미로 디지털 헬스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디지털 헬스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연세의료원도 ‘디지털 헬스실’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향상하는 일이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을 활용해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도모한다는 뜻으로 디지털 헬스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사실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디지털 헬스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의료 영상과 차트 두 영역에서 이미 디지털화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의료인공지능이 갑작스럽게 화두가 되면서 디지털 헬스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게 됐습니다. 병원은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는데, 실제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려면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업무 단계 하나하나를 정의하고 디지털 인프라에 얹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이 워낙 보수적인 분야이다 보니 긴 세월 동안 사람이 만들고 경험하며 쌓아온 데이터들을 일순간에 디지털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를 어떻게 접목하는가가 디지털 헬스에서 가장 큰 관건이어서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디지털 헬스라는 말을 신조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30년 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전산화-정보화-지능화로 이어지는 3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를 컴퓨터 헬스라고 하지 않듯이 지금 당장은 IT 기술을 강조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라는 말을 쓰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건강을 의미하되 여기에 디지털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우리 생활 전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인데, 그러려면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고, 이를 만드는 기술자들의 분명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직은 미성숙한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 시장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2018년부터 2022년에 걸쳐 전 세계 디지털 헬스 시장 규모가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도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진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병원에 가면 사용할 수 없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서 이에 대한 전환점이 필요해졌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는 시대에 병원만 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으니 3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분이 많습니다. 바깥세상과 종합병원 간 괴리가 너무 크다 보니 이런 격차를 줄이고자 디지털 헬스가 부각되고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시장조사 기관 GI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0년에 1,525억 달러(183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 18.8%로 성장해 2027년에는 5,088억 달러(6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열린 CES 박람회에서 글로벌 헬스 업체 CEO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55년 박람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디지털 헬스가 큰 산업이 되어간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카카오나 네이버가 과감한 투자로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PART 2.

급성장하는 디지털 헬스 산업에 주목하다

연세의료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헬스와 관련해 현재 어떤 준비들을 해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의료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을 1차로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의료정보시스템 DB서버 고도화 및 성능 최적화 사업, 차세대 PACS 구축 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병원 인프라 구축, 디지털 헬스 솔루션 운영 등 디지털 헬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지털 헬스를 하나의 맥락으로만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연결’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와 환자의 연결, 환자와 진료진의 연결, 환자와 보호자의 연결 등 수많은 연결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어주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디지털 헬스입니다. 그 한 예가 온라인 상담(비대면 회진)인데, 고령 환자를 둔 보호자들은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듣고 싶어도 회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주치의, 전공의, 담당 간호사가 환자, 보호자와 함께하는 온라인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더 효율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이 추구하는 디지털 헬스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디지털헬스 및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인증을 획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산업을 이해하려면 교육이 필요한 만큼 연세의대 강남캠퍼스에 의료기기산업학과, 융합의학과를 신설하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미 여러 건의 연구 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공대와 협약을 맺어 특허와 기술을 공유하는 등 디지털 헬스 연구 부문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이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를 맞아 연세의료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연세의료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람을 위한 변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환자들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나에게 맞춰서 제공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병원 교직원들은 담당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단순하고 당연한 말인데, 이런 니즈들에 부합해 정책이 적용되고, 각각의 시스템이 도입되도록 하는 것이 연세의료원의 기본 방침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방점이 ‘디지털’에 찍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에만 집중하다 보면 기술 도입이 사람이나 업무 흐름을 우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세의료원의 업무 흐름과 맞는 IT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구성원들의 업무나 헬스 사업 본래의 목적이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만 몰입하는 것은 패착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연세의료원의 방침과 발맞춰나가는 가운데 우리 병원에 적합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새병원 건축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디지털전환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ART 3.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결국은 ‘사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새병원 신축에 발맞춰 다양한 디지털 헬스 시스템을 구상 중입니다. 어떤 계획들을 준비 중인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아직 완전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자세하게 설명드리기는 어렵지만, 최근 컨설팅을 통해 기획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협력병원 정보를 DB화해서 진료협력을 강화하고 핫라인, 앱 등을 활용해 더욱 편하고 신속한 협진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지방 환자들을 위해 원격협진 시스템을 갖추려고 합니다. 환자 편의를 위해 진료 전 기본적인 측정을 키오스크로 수행하고 EMR과 연동해 의사와 환자 간 소통 수단을 효율화할 계획입니다. 또 진료 및 연구를 위한 IT 인프라를 강화하고,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로그데이터를 활용해 지역헬스케어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병원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앱이나 초음파 유도를 기반으로 주차 안내를 하고 로봇 주차 등으로 주차 프로그램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셔틀버스 운행을 알리고, 환자 거주지 근처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며 해당 약국 안내를 통해 신속한 출차가 이뤄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 밖에도 AI 도우미와 메타버스를 통해 진료경험을 개선하고 쾌적한 미래지향 병원을 위해 공기질관리, 방역로봇, 감염관리, ESG 기업 지향 병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 합니다. 아울러 물품관리나 약품배송 등 의료 자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온전히 디지털화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2022년 디지털 헬스와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준석 디지털헬스실장 : 디지털 기반의 병원 내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은 의학도서관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도서관은 현재 신촌에 있는데 강남이나 용인에 계시는 교수님들도 논문을 쓰기 위해 자주 이용하십니다. 신촌에 있는 도서관이라고 해서 용인이나 강남에서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플랫폼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세의료원의 각종 디지털 관련 솔루션이나 연구지원 체계 역시 이런 식으로 플랫폼화하는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연세의료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디지털 헬스의 중요성을 충분히 공감하는 만큼 모든 기관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여 디지털 기반의 병원 내 시스템을 수월하게 이용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김성준 의료정보부실장 : 병원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다는 것은 곧 사람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관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개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누가 할 것인가, 이를 이용할 사람은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디지털 헬스를 구현해내는 것도 사람, 이용하는 것도 사람이어서 살던 대로 살 것인가, 디지털을 이용할 것인가 하는 우리 자신의 결심이 중요합니다. 임준석 실장님도 강조하셨듯이 트랜스 포메이션은 인프라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 사람의 변화입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좀 귀찮더라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디지털 헬스는 IT 인력과 의료 인력의 조합인 만큼 엄청난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씀도 아울러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