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나지훈 교수

소아 신경질환 환자
삶의 질을 높이다

소아 신경질환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증상과 통증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검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과 나지훈 교수는 소아 신경질환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그들이 삶의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한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부임한 나지훈 교수는 소아 신경질환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난치성 뇌전증과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환, 소아신경학적 중환자 진료 등을 주로 보고 있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Developing Brain(발달하고 있는 뇌)에 관심이 많았던 나지훈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그중에서도 소아신경과를 세부 분야로 택했다.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를 공부하는 동안 김흥동·이준수·강훈철·이영목 교수 같은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전문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인간의 진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바로 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10년 남짓한 기간 진행되는 뇌의 발달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의사로서 뇌의 발달을 저해하는 신경학적인 질환을 공부하고 이를 극복하는 분야에 몸담고 싶어 소아신경학을 선택했습니다. 좋은 교수님들 덕분에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소아 신경학적 질환에는 뇌전증, 두통, 발달지연, 대사성 및 유전질환, 중추신경계 감염성 질환 등이 있다. 소아 신경질환을 기술적으로 치료하는 방향이 기본적으로 성인 신경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아 신경질환 치료시 발달(development)의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아의 신경학적 정상 발달을 염두에 두고 약물 혹은 치료적 식이요법, 뇌수술 등과 같은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치료 방법이 환자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민하는 것이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를 위한 연구

최근 유전질환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약제를 이용한 치료법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ASO를 응용한 치료 방법은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뿐 아니라, 다양한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역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의 특화 분야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토콘드리아 질환 권위자인 이영목 교수를 비롯해 여러 교수가 협진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 몸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원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매우 다양한 질환이 생긴다. 최근에는 치매, 파킨슨병, 당뇨, 뇌전증,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질환도 상당 부분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지훈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과 더불어 난치성 뇌전증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뇌전증은 전 세계 인구의 1~2%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므로 개인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 뇌전증은 소아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는 물론이고 뇌전증으로 인한 발달지연과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특히 적극적인 인지발달 개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뇌전증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시의적절한 인지발달 개입을 위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국내 뇌전증 질환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뇌전증센터가 필요합니다. 여러 과와 협력하여 뇌전증센터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목·이현주 교수님과 함께 노력해 관련 분야에서 학문적인 성과를 이루고 싶습니다.”

류마티스내과 권오찬 교수

자가면역질환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한 노력

흔히 류마티스내과라고 하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생소한 과라고 생각하지만 류마티스내과에서 다루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부터 강직성척추염, 통풍 등 다양한 관절질환을 다룬다. 류마티스내과 권오찬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전반적으로 살피고
치료하는 류마티스내과

자가면역질환이란 자가항원에 대한 병적 반응에 의한 질환으로,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등이 이에 속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상당수 환자가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강직성척추염, 통풍 등을 앓고 있다. 권오찬 교수는 신체 전반을 살피며 치료하는 류마티스내과의 매력에 끌렸다고 한다.

“류마티스내과 치료를 두고 흔히 ‘나무가 아닌 숲을 치료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분과는 특정 장기에 집중하지만, 류마티스내과는 다양한 장기에 침범 여부를 확인해 적절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진행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내과였기에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했습니다.”

권오찬 교수는 가장 많은 환자 비중을 차지하는 류마티스관절염 다음인 강직성척추염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만성 염증성 질환인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부위 관절과 인대 부착 부위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겨 척추 관절이 굳어지는 질환이며, 특히 젊은 남성에게 흔하게 발생한다. 척추 쪽이 굳기 때문에 물리적인 신체활동을 비롯해 경제활동, 사회활동이 제한된다. 한창 활동할 시기인 젊은 환자들에게는 질환 치료가 삶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더욱 신경 쓴다.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라는 표현은 쓸 수 없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진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직성척추염은 2000년대 초반 생물학적 치료제가 처음 나온 이후, 다양한 종류의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했고 지금도 많은 신약이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의학 발달로 치료 방법이나 약물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뼈가 굳는 걸 100% 예방할 수는 없다. 권오찬 교수는 아직 맞춰지지 않은 퍼즐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 부분에 흥미를 느꼈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을 사용해야 좋은지 개별화된 맞춤형 치료에 관심이 있습니다. 어떤 특성을 지닌 환자에게 어떤 약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더 좋은지를 연구합니다. 환자가 가진 면역세포의 특성들을 활용하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한 노력

보통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 의심되는 질환 관련 검사를 진행해 진단받는 경우가 다수다. 증상 발생과 함께 병원을 찾으면 비교적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증상을 오랜 기간 방치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병이 진행된 상황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잘되고 예후도 좋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많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받거나 예방할 수 있지만, 류마티스내과에서 다루는 질환들은 그렇지 않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명 중 3명은 혈액검사에서 자가항체 수치가 나오는데, 이는 류마티스관절염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환자는 현재는 증상이 없더라도 향후 류마티스관절염이 발병할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권오찬 교수는 마지막으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여 실제 환자 진료에도 적용해 한 단계 좋은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좋은 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하는 대부분의 질환은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환자들까지 잘 케어할 수 있는 치료 프로토콜을 구축해 환자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