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

비만한 사람은
대장암 재발률이 낮다?

비만과 대장암 재발률의
상관관계

흔히 비만은 대장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생각된다. 이는 비만이 성인병의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피하지방이 높은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대장암 재발 위험성이 5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 강정현 대장항문외과 교수 / 사진 송인호

대부분의 연구에서 비만은 대장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여겨졌다. 아울러 비만은 성인병의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이 강해 많은 사람이 비만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장암을 진단받은 이후에도 비만인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비만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피하지방이나 복부 내장지방이 대장암 환자의 예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연구마다 결과들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기존 연구들의 대부분이 서양인을 중심으로 시행돼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

지방 분포가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2005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대장암 1기에서 3기 환자 중 수술 전 시행한 CT검사에서 피하지방과 복부 내장지방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987명을 대상으로 피하지방과 복부 내장지방, 예후와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피하지방이 매우 높은 환자(남성≥141.73cm2, 여성≥168.71cm2)들과 복부 내장지방이 매우 높은 환자(남성≥174.38cm2, 여성≥83.65cm2)들 모두 단변량 분석에서 유의미하게 재발이 적음을 확인했다.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다변량 분석을 시행했을 때, 피하지방이 높은 환자군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서 재발 위험성이 50%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복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이 대장암 수술을 시행한 환자에서 재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비만이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복부 내장지방이 아주 많은 환자들이나 피하지방이 아주 많은 환자들에게 대장암 재발이 더 적게 발생하여 환자들의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하지방이 아주 많은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훨씬 생존율이 높았다. 피하지방의 상태를 기존의 환자들의 예후 예측에 사용하고 있는 병기와 함께 사용했을 때, 환자들의 예후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내장지방 및 피하지방 사진

피하지방에 따른 무질병생존율에 대한 위험비율

항암치료 방침에 도움이 되는 요인

이번 연구를 통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지방의 분포가 환자들의 예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암 환자들 중 수술 후 3기로 진단되거나 2기 중에서도 예후를 좋지 않게 하는 요인이 있는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어느 정도 시행해야 가장 적절한가에 대해서 기존의 12회에서 6회로 줄여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에서 항암치료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 환자 상태가 이러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실시해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같은 암에서 다른 결과의
근거를 제시한 연구입니다”

몇 년 전부터 몸에 근육이 충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연구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지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같은 기수의 암 환자 중에서 완치되는 환자와 재발하는 환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같은 암일지라도 환자의 대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장암 환자들에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상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에 지방이 침착된 정도와 대장암 환자의 예후가 관련 있는지와 지방과 근육의 손실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피검사 수치를 찾는 것을 후속 연구로 진행 중입니다. 대장암 치료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관련 주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시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