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과 김지현 교수

AI 부착 위내시경으로
조기 위암 발견을 돕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19년)에 따르면 2019년 위암 신규환자는 2만 9493명으로 나타났다. 조기 위암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예방할 수 있다. 소화기내과 김지현 교수는 AI 부착 위내시경을 개발해 조기 위암 발견을 돕는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주요 진료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상부 위장관을 주로 진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입니다. 식도나 위의 질환을 보는데, 그중에서도 내시경 치료를 중점으로 진행합니다.

내시경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나 환자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위암 환자가 많기 때문에 마흔 살이 넘으면 2년에 한 번 국가건강검진프로그램으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일이지만 위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예후가 좋고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과서적으로는 반드시 내시경검사를 해야 하는 ‘경고 증상’이 있습니다.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들거나, 출혈이 있어 대변이 검은색이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내시경검사를 권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고 외국에 비해 내시경검사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으니 소화불량이나 위장 불편감이 느껴지면 내시경검사를 받으라고 권합니다.

AI 부착 위내시경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수 직후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KAIST로 1년 연수를 다녀왔는데, 연수 직후 병원에 복귀하면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MOU를 맺은 인공지능 전문 업체의 설명회에 참석했고 제 전문 분야인 내시경에도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팅을 진행하면서 연구는 시작되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최근에는 관련 연구가 많이 늘었지만, 그 당시에는 내시경 영상과 인공지능에 대한 논문이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업체와 연구진이 연구는 하고 있었지만,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5년 이상 같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AI 부착 위내시경의
원리와 활용 계획이 궁금합니다.

보통 위암이라고 하면 수술적 치료를 생각하겠지만 정말 초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절제술로 용종을 떼어내듯 간단하게 완치할 수 있습니다. 위를 절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상 복귀도 빠르고 환자의 삶의 질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그런 치료를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위암을 발견해도 모두 내시경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침범 깊이’입니다. 종양세포가 위벽의 두 번째 층까지 침범한 것도 조기 위암이라고 하지만, 보통 첫번째 층까지만 침범된 경우에 내시경 절제술을 고려합니다. 깊이 예측에는 일반적으로 내시경초음파를 활용하는데, 위벽을 스캐닝해 암세포가 어느 층까지 퍼졌을지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시술자의 스킬에 따른 의존도가 높고, 병변 위치에 따라 제대로 스캐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변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내시경 의사는 초음파 내시경 검사 없이 위내시경에서 관찰되는 위암의 모양을 보면서 침범 깊이를 예측하게 되고 오히려 초음파내시경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들도 많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내시경 영상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포인트 입니다. AI 부착 위내시경에는 머신러닝이 아닌 딥러닝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머신러닝은 수학적인 알고리즘 개념이고 딥러닝은 일반적인 뇌구조 같은 신경망을 활용한 툴입니다. 즉, 숙련된 내시경 의사가 내시경 영상을 통해 위암 모양을 보고 암의 침범깊이를 예측하는 것과 같이, 딥러닝의 신경망 구조에 많은 수의 내시경영상을 학습시킨다면 숙련된 의사 또는 그 이상의 침범깊이 예측을 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인포메이션을 의료진에게 줄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최종 결정은 의료진이 내리지만, 정보가 많을수록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침범 깊이 외에도 암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인자들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헬스/웰니스부문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CES에서 내시경 영상분석 소프트웨어가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조기 위암과 관련한 연구 결과는 서양에서는 나오기 힘듭니다. 조기 위암이 동아시아에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두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CES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보니 이번 수상이 전 세계로 진출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쯤 일반 환자들에게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허가 임상을 진행해 저희가 생각했던 성능을 증명하면 식약처에서 3등급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수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사로서 교수님의 전문 분야에서
개인적인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연구로 궁금증을 해결한 후 이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엔 기술 발전, 관련 기업과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그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처럼 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의료진은 ‘암 정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암은 타 암종에 비해 규칙성이 없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제가 하는 연구가 위암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되어 암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