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생활 속 한 템포 휴식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닐까? 누군가는 깊은 잠으로, 누군가는 친구와의 만남으로 휴식을 취하듯 그 방법은 다양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즐기며 한 템포 쉬어 가는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서예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져

55병동 최현주 간호사

재활의학과·척추정형외과·구강외과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55병동 간호사 최현주입니다. 수술 전후 처치, 재활 환자, 호흡재활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기, 만들기처럼 손으로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시절 문화센터에서 서예를 처음 접했는데, 일주일 동안 ‘한 일(一)’자만 연습하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문화센터를 그만두고 혼자 취미 삼아 서예를 해온 게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그래서 제가 하는 것은 정통 서예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붓펜을 활용해 여러 문구를 쓰곤 합니다.

서예를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옛날 서당 생각도 나고요. 저는 문방사우를 다 갖추고 서예를 하진 않습니다. 요즘에는 붓펜이 잘 나와서 그걸 활용해서 글을 써요.

어머니의 부탁으로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써드리기도 하고, 좋은 글귀를 써서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같은 병동에서 근무하는 전아영 선생님에게도 선물해드렸어요. 아무래도 서예 이미지가 딱딱하고 진입장벽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먼저 추천하기보다는 ‘한번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선물하는 편입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만족감도 크고, 다른 생각은 미뤄두고 서예에 집중하면 쌓여 있던 스트레스도 풀려서 좋답니다.

캘리그래피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최근에 서예를 활용한 캘리그래피가 많이 보여서 연습 중이에요. 시화처럼 글을 쓰고 밑에는 그림까지 그리고 싶어요. 또 집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아 조금 더 연습해서 작품을 완성하면 액자에 걸어두면 어떨까 싶어요.

캠핑과 낚시의 와일드한 매력

55병동 전아영 간호사

최현주 선생님과 같은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전아영입니다.

결혼 후 남편과 나들이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돼 슬펐습니다. 그때 대안으로 떠오른게 사람들이 없는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었어요. 섬에 가서 아저씨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처음 낚시에 도전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는지 첫 낚시에서 우럭 여덟 마리를 잡았어요. 옆에 아저씨들은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말이에요. 그때 소위 ‘손맛’을 느껴서 낚시의 매력에 푹 빠져 낚시용품을 구입해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 곳은 보통 일반 관광객들이 거의 없고 낚시 고수들만 있거든요. 저희 부부가 가면 젊은 사람들이 낚시한다고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도움을 주시는데 그런 과정도 너무 재밌어요. 시작한 지 오래된 취미는 아니지만 푹 빠질 만큼 매력적인 취미 활동이에요.

캠핑이라고 하면 요즘 유행하는 감성 캠핑 장비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 저는 와일드한 캠핑을 즐깁니다. 캠핑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오지 캠핑을 즐겨요. 텐트, 돗자리, 냄비, 가스버너 등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서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스타일이에요.

지난번에는 바람에 날아갈 듯이 궂은 날씨에도 남편과 함께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어요. 그땐 엄청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됐어요.

낚시와 캠핑의 매력은 업무에 치이고 바쁘게 살다가 유유자적한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빨리 서두르는 성격인데 자연을 다니다 보니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낚시를 하면서 기다림의 미학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에 많이 추천하는 편이에요. 제가 잡은 물고기나 캠핑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친구가 관심을 보이고 함께 가자고들 해요. 지금까지는 방파제나 갯바위에서만 낚시를 해봤는데 이젠 선상 낚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배 위에서 하는 낚시만의 매력이 있을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