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을 활용해 귀 재건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

귀 기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구 6,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미 1980년대부터 귀 재건술을 실시했다. 지난 2014년 귀성형클리닉 개설 이후, 국내 귀 재건술을 선도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교수님의 주요 진료 분야가 궁금합니다.

성형외과라고 하면 미용 목적의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는 재건 수술을 주로 시행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선천기형으로 인한 안면부 재건이나 외상으로 얼굴을 다쳐서 생긴 골절을 비롯해 식도, 구강 등 두경부 암 수술 후 재건을 맡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귀성형클리닉을
소개해주세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1980년대부터 박철 교수님을 필두로 귀 재건술을 시작했습니다. 귀 재건이 필요한 전국의 환자들이 모두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귀 전문으로 손꼽히는 병원이죠. 저는 안면부 선천기형 환자들을 주로 봐오면서 종종 귀 성형 케이스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지난 2014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귀성형클리닉을 개설해 귀 재건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환자들이
귀성형클리닉을 찾나요?

선천기형을 가진 환자분이 많습니다. 선천적으로 한쪽 또는 양쪽의 귀가 정상보다 훨씬 작고 모양이 변형된 소이증, 귀 위쪽 부분이 접혀 있는 수축귀, 귓불이 갈라져 있는 귓불결손 등의 증상으로 귀성형클리닉을 찾습니다.

안면 선천기형 중 가장 흔한 증상이 구순구개열인데 1,000명당 1명에서 나타납니다. 귀 기형은 6,000명당 1명꼴로 매우 드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 국민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기부터 낸 통계로, 최근에는 출산율 자체가 낮아지기도 했고 영양 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안면 선천기형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중국, 러시아, 중동 지역 등에서도 귀 성형을 위해 강남세브란스 귀성형클리닉을 찾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귀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미용 목적으로 돌출귀를 교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귀 재건술 진행 방식과
적절한 수술 시기가 궁금합니다.

귀 재건술은 크게 자기 연골을 이용하는 방법과 보형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자기 연골을 이용할 때는 갈비뼈에서 연골을 채취해 귀 연골 모양으로 조각해서 사용합니다. 보통 1차 수술 때 연골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을 피부 속으로 넣는 단계까지 진행합니다.

1차 수술을 마치면 귀 모양은 완성되지만 귀가 서 있지 않아 반년 정도 후에 귀가 넘어가지 않게 받쳐주는 2차 수술을 합니다. 자기 연골을 이용하면 생체 적합성이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 보형물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연골을 채취하는 수고를 덜 수 있지만 보형물이 이식한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 측두근막으로 보형물을 감싸고 그 위에 피부를 이식합니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조직으로 덮다 보니 섬세한 귀 모양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보통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귀 재건술을 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귀의 크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에는 수술이 어렵습니다. 보통 만 7세는 되어야 성인 귀 사이즈로 성장한다고 보기 때문에 보형물을 사용한 재건술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연골을 이용한다면 연골의 성장을 고려해 만 10세 이상 환자에게 수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귀성형클리닉만의
특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난 8월 강남세브란스 귀성형클리닉에서 국내 최초로 3D프린팅을 이용한 귀 재건술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귀 재건술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보형물은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다듬어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기성품이 획일적인 모양인데 반해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한쪽 귀만 재건해야 할 때 반대편 귀의 모양을 본떠 대칭되게 만들어 환자 맞춤형으로 재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보형물을 만들기 위한 틀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경험은 있지만 보형물 자체를 3D 프린팅으로 만든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최초입니다. 자기 연골로 만든 프레임 대신 3D 프린팅 사용이 활성화된다면 수술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로서 교수님의 전문 분야에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귀 재건술은 쉽지 않은 수술입니다. 연골을 채취해 조각하고, 조각을 이어서 와이어로 연결하는 과정이 복잡해 7~8시간이 소요되지만 결과를 보장하긴 어렵습니다. 또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도 아니다 보니 국내 대형병원에서도 귀 재건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의사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귀 재건술은 지난 20~30년 동안 큰 변화나 발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팅을 활용한 수술이 활성화되면 귀 재건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소 3D 프린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는데 귀 재건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대학병원 중에는 유일하게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귀성형클리닉을 운영 중입니다. 대학교수로서 연구해야 할 분야도 많고 강남세브란스 귀성형클리닉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지만 기존에 클리닉에서 해오던 일을 꾸준히 하면서 내년까지 진행 예정인 3D 프린팅 관련 식약처 임상시험을 잘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