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으로부터
병원과 사회를 지켜내다

진단검사의학과 정석훈 과장

코로나19 시대,
중요성이 커진 진단검사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후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모든 검체를 활용해 질환을 진단하고 예후, 치료 경과를 살피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는 과입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는 않지만, 의료진이 필요로 하는 검사를 진행해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거나 치료할 때 필요한 기본 자료를 제공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6개 파트로 나뉘며 의료진 11명과 직원 6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6개 파트는 혈액학, 혈액은행, 생화학, 미생물, 분자유전, 접수/채혈/외주검사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2020년에만 약 1,020만 건에 달하는 검사를 수행했습니다. 매일 700명이 넘은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 4,000~5,000명이 오가기 때문에 검사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당일 진료가 늘면서 빠르고 정확한 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진단검사실 자동화 시스템 개선

진단검사의학과는 최전선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는 새로운 의학 기술을 받아들여 임상에 접목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검사실의 기존 자동화 시스템을 새롭게 교체하면서 검체 처리와 이송을 담당하는 자동화 트랙을 비롯해 분석기 4종, 총 7대를 도입했습니다. 1년에 진행되는 검사 약 1,000만 건 중 700만~800만 건을 자동화 검사로 진행합니다. 여러 장비를 라인으로 연결하여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검체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검체 채취 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검사가 가능한데, 자동화 기계가 원심분리는 물론이고 스스로 검체를 분류해 기계별로 분배합니다.

검체 하나로 여러 검사를 진행해야 할 때의 효율적인 방법까지 기계가 판단합니다. 현대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자동화 시스템은 사람이 찾고 옮기고 처리하는 과정을 상당수 줄여 검사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검사의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선 대량 검체 검사를 위한 일손이 부족한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자동화 기계 덕분에 적은 인원으로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고, 기계의 정확도가 높아 치명적인 검사 후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당일 진료와 응급 진료의 증가로 진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빠른 검사가 필수가 됐습니다.

철저한 감염병 위기 대응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진단검사의학과의 역할과 책임이 커져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검체를 직접 다루기에 위험하기도 하지만 진단검사의학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감염병 같은 공공 위기 상황에서 의료진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확진자 2명이 나왔는데 그중 한 사람은 입원해서 검사를 진행했지만 양성도 음성도 아닌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냥 퇴원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7~8차례 연속으로 검사해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혹여라도 그냥 퇴원했다면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발병 주기가 짧아진 감염병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검사 역량을 키우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2022년 진단검사의학과의 계획

11월부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2022년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진단검사의학과의 검사도 계속될 것입니다. 2021년에는 자동화 기계 교체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내년에는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더욱 힘쓰고 싶습니다.

특수 검사일수록 검사를 계획 및 수행, 해석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전문 인력도 보강하고 싶습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우리 구성원들에게 늘 연구 역량 강화를 강조합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생각하며 적용하는 과정과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더 나은 진단검사의학과를 만들겠습니다.

정확하고 신속한
검사 결과를 제공하다

진단검사의학과 박용정 교수

진단검사의학과의 다양한 역할

근거중심 의학에서는 의학적 의사결정 과정의 70%가량이 임상검사실에서 시행한 검체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고가 있습니다. 그만큼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결과 보고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검체 채취와 결과 보고를 비롯한 검사 전후 과정과 검사 장비 및 시약 등 검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정을 관리합니다. 또 임상의는 검사 과정의 퀄리티를 관리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검사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검사의 분석 성능, 임상적 유용성, 진단 성능을 평가하고 연구해 향후 환자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새로운 근거를 창출하는 것 역시 진단검사의학과의 몫입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병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원내 감염 발생을 막고 교직원 확진자나 노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감염자와 노출자를 신속히 파악하고 격리하여 추가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증폭하여 검출하는 PCR 검사의 경우 보통 4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검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2020년 12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도입 초기에는 위양성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검사 시약이 개선되고 검사자들의 결과 판독 경험이 쌓여 현재는 감염 초기 유증상 환자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로 대부분 30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올 3월부터는 감염관리실 부실장을 맡아 모든 의료진이 한 팀이 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요성이 커진 의료 빅데이터

최근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의료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개별 자료 중 상당 부분이 진단검사의학과 임상검사실에서 생산한 검사 결과입니다.

검사 과정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또는 집단의 생물학적 요인은 물론, 검사 원리와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접근해야 더 나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요로감염을 진단하기 위한 요배양 검사는 세균이 자라는 데 2~3일 정도가 걸립니다. 세균감염의 경우 감염 확산 전 빠른 치료가 환자의 경과 개선에 도움이 되므로 요로감염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해부터 소변 내 입자를 촬영해 자동으로 분류하는 ‘Digital Flow Morphology Analysis’ 기법을 통해 검사실에서 수년간 생산된 자료 4만여 건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각종 검사 결과 지표를 조합한 통계학적 모델링을 통해 요로감염 예측 알고리즘인 ‘UTOPIA value’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환자 요인과 관련한 분석 대상 자료를 더 확장하고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이고자 가칭 ‘UTOPIA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꾸준한 연구로 다지는 내실

정밀의료, 미래의학 등이 주목받으며 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임상화학, 진단면역 분야에서도 새로운 검사법 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검사의 분석 성능과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습니다. 개별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물론, 약물 대사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에 따라 치료 약물의 대사 속도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임상화학 분야는 투약 용량 이력과 환자의 약동학적 요인, 실제로 측정한 혈액 내 약물농도 결과를 조합하여 최적의 투약 용량을 추천해주는 ‘치료약물농도감시’를 활용해 개별 맞춤 치료에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 검사의 유용성이 검증되어 임상 현장에 도입되는 검사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검사 항목을 조합해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다양한 검사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별 환자의 생물학적·인구학적 요인과 다양한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검사의 유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와 환자 요인을 결합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통해 다양한 검사의 활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