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벼랑 끝에서

새 생명의 희망을 선물 받다

상태가 위중한 환자를 지켜보는 보호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텨낸다. 그중 한 사람이었던 조우현 보호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 수도 있었던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간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되찾게 해준 이식중환자외상외과 주만기 교수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사연을 들려주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윌슨병은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유전자 질환으로, 구리가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간이나 뇌에 침착돼 간기능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평소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급속도로 나빠져 급성 간부전으로 빠지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하다.

안영희 환자가 윌슨병을 앓은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받고 조기에 질환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평상시 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갑자기 찾아온 응급 상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급작스럽게 복수가 차면서 호흡이 가빠져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난 2015년에도 유사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 적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걸어 들어왔다가 걸어 나가겠거니 생각했었죠.”

조우현 씨는 아내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상황이 안 좋아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그간 코로나19로 병원을 자주 찾지 못해 관리에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다.

주만기 교수는 “환자분이 10월 4일 응급실에 오셨을 때부터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소화기내과 주치의가 바로 간이식을 의뢰하셨습니다. 간이식을 받기 위해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등록해야 하는데 안영희 환자는 등록 첫날 바로 뇌사자가 배정된,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응급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국내 여건상 응급간이식은 숫자상으로 보면 많지 않다.

응급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많은데 기증자를 찾기가 어려워 간이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주만기 교수가 언급한 대로 안영희 환자 케이스가 상당히 드문 이유는 두 번에 걸친 수술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 준비를 하고 뇌사자의 간을 적출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회복을 보장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수술팀은 결국 첫 번째 공여자의 간을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틀을 기다려 다시 건강한 간을 받아 무사히 이식수술을 진행했고, 안영희 환자는 양호한 상태로 퇴원을 앞두고 있다.

“환자분이 복수로 인해 호흡곤란이 온 데다 신진대사가 되지 않아 부종이 심한 상태였어요. 장폐색까지 와서 장 전체가 많이 부어 있다 보니 수술 시야가 상당히 좁아져 다른 케이스보다 훨씬 힘든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전 복수에 부종까지 겹쳐 110kg이었던 안영희 환자는 수술 후 20일이 지나면서 75kg까지 빠진 상태로, 자발적으로 호흡하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간이식 후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방심은 금물. 주만기 교수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정도며, 면역억제제와 기타 보조 약물들을 사용하면서 정기적으로 관찰하며 잘 관리하는 것이 수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우현 씨는 “주만기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의 큰 선물을 받은 2021년 10월을 절대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 사랑합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