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헌신으로 일궈낸
일상 회복의 소중함
슬기로운 위드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료진을 비롯한 전 교직원의 사명감과 희생으로 국민을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이에 지난 코로나 시대 2년을 돌아보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인해 생겨날 변화들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정리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지난 2년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보람된 순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듣고 싶습니다.
송영구 병원장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신종플루나 메르스 등을 경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국가 경보체계 단계별로 무엇을 할지 대응책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초기에 외부진료소 설치/출입통제/진단검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세팅하고, 여러 부서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준 덕분에 타 기관보다 신속하게 잘 대처했다고 자부합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어려움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간호 인력을 비롯해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국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유현정 응급진료파트장
응급실은 코로나19 확진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를 만나야 하다 보니 많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전혀 없었던 환자가 일반구역에서 진료를 받다가 확진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격리병동에 입실시키기는 했지만, 환자가 밀접접촉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간호사들이 여러 정황을 파악해 가족이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결국 환자도 확진자로 판명되었지만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수미 54병동 간호사
2020년 2월부터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 중인데, 처음에는 방호복 입는 것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조금 적응이 되었을 무렵인 11월부터 위중증병상을 가동하고 중환자를 받기 시작했는데, 인공호흡기, 신장 투석기, 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동환자만 보던 저희로서는 많은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중환 치료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면 아무래도 처음으로 사망한 환자 시신을 처리했던 때입니다. 의사 한 명과 간호사 4명이 해야했었는데, 저희로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정신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타 부서의 도움으로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는 사실 음압실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 병동에서 일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국가재난이기도 해서 세월이 지난 훗날 언젠가 역사의 현장에서 일했다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수종 총무팀 사무원
저는 코로나 관련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1월에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현장에서 뛰면서 음압 텐트를 내리고, 환자분류소,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출입구 통제 체계를 구축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병원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병원 운영이 건물 사방 개방형으로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출입구를 일원화해서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내원객이 열 감지 검사,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정연 레지던트
가장 가까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하는 의사로서 응급 상황까지 갔던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 차 내과 전공의들이 코로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기존에 수련받았던 부분에 공백이 생긴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재난이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책을 맡다 보니 저희는 코로나 업무도 힘들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업무 로딩이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레지던트 1년 차가 코로나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데, 내과의국장으로서 상당히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내과 전공의들이 코로나 상황에 노출되니 염려되는 바가 큽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기관은 코로나19 대응에 높은 수준의 방역을 요구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기본 방역 시스템은 무엇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유현정 응급진료파트장
아무래도 응급실이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격리실 진료가 활성화됐고, 유증상 환자들을 진료하는 레드존이 별도로 구축됐으며 11월 중순쯤에는 예비환자들을 위한 시설들이 추가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격리실 공간이 협소한 상태에서 여러 케어가 이루어져야 하다 보니 한계가 있고, 음압실 안에 화장실을 만들 공간이 없는 등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의료진의 인식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급실 전 근무자가 보호구 4종을 착용하고 보호자를 만나고, 무엇보다 본인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을 이번 일을 겪으며 깊이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박수미 54병동 간호사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유관부서와 협업해 감염병 유행 상황에 따른 대응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의료기관 내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출입관리를 시작으로 상주 보호자 1인 제한, 면회 금지를 현재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병원 직원 감염병 관리, 선별 및 안심 진료소 운영과 확진자 병상 확대, CCTV를 통한 접촉자 확인 등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병원 전체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송영구 병원장
우리 병원은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고, 유입되더라도 원내 전파를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했습니다. 정부 지침은 물론,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팀의 지시사항을 구성원들이 잘 지켜준 점이 큰 역할을 했다 할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변화는 병문안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 친지가 입원했다 하면 지방에서도 병문안을 오는 등 외부인 출입이 빈번했는데 환자들의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염 측면에서는 굉장히 취약한 부분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입원병실 상주 보호자 관리, 방문객 관리 시스템이 체계화되면서 환자 관리 시스템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돼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은 각별한 준비가 필요할 텐데 어떤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시행 중인지 궁금합니다.
송영구 병원장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에 맞춰 의료기관도 변화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방역지침 완화의 여파가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료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아직은 의료기관 내 방역지침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돼 초기에는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으므로 병원은 확진자 치료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해 12월 초에 확진자 치료 병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박수미 54병동 간호사
11월 1일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됨에 따라 의료기관 종사자 방역지침이 완화되었는데 상황에 따른 근무 제한 범위를 원내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교직원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을 때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에 따른 자가격리 여부 등을 확인함으로써 감염병이 원내 감염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교직원이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부서별 대응 체계, 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시 대처 방안, 보호자 교육, 보호구 착용 교육과 지침 정비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연 레지던트
전공의로서는 각별한 준비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환자를 보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54병동에서 처음에는 중환자 6명을 받았다가 올해 중반부터 12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앞으로 중증환자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중증환자 병상을 확대하는 것에 맞춰 감염관리실과 감염내과 교수님들의 지침을 잘 따르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
위드 코로나, 그리고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 교직원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강남세브란스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현정 응급진료파트장
지금까지 다들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을 다해주셨고,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박수미 54병동 간호사
2020년 코로나19와 대면하며 숨 돌릴 틈도 없이 2021년 끝자락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동안 모든 교직원의 노력으로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어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김수종 총무팀 사무원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에 따라 사회적으로 확진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에서 공지하는 감염 예방수칙을 잘 준수하고 병원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정연 레지던트
수고하라는 말보다는 ‘스스로를 잘 지키자’는 말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잘 대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모두의 수고와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 사명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든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송영구 병원장
다들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기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입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스마트병원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여러분은 현재의 업무 중에 필요한 일, 혹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들을 잘 분류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사안에 대해 많이 건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내과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앞으로 타 과에서도 조금씩 업무를 나누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함께 위드 코로나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잘해나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