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빈혈 증상,
방치 말고 혈액내과로 오세요”
혈액내과 현신영 교수
빈혈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이때 찾아야 하는 곳이 혈액내과다. 백혈병과 같은 악성 혈액질환부터 출혈성 질환과 각종 혈액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현신영 교수에게 혈액질환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혈액내과는 악성 혈액질환(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과 골수이형성증후군 등)과 빈혈을 비롯한 혈구 수치 이상(백혈구, 혈소판의 감소 혹은 증가), 출혈성 질환을 다루는 과다. 이 중에서 다발골수종,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으로 내원하는 환자 비중이 높다. 1, 2차 병원에서 빈혈로 진단받고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 내원했다가 백혈병이나 다발골수종으로 진단이 되기도 한다.
빈혈이 지속되면 의심해봐야 하는 혈액암
악성 혈액질환인 다발골수종, 악성림프종, 백혈병은 자각하기 쉽지 않은데,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빈혈이다. 현신영 교수는 이유 없이 빈혈 증상이 지속되거나 철분제를 복용해도 빈혈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혈구 감소증은 혈액을 이루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중 부족한 세포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빈혈은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인데,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하는 적혈구가 부족하면 산소 공급 능력이 부족해져서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얼굴이 창백해 보이기도 한다. 백혈구가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감염에 취약해져서 잦은 발열 증상 및 폐렴, 장염, 패혈증 등이 나타난다. 지혈을 담당하는 세포인 혈소판이 부족하면 지혈이 잘되지 않고 쉽게 출혈이 생기는데, 부딪히지 않았는데도 손바닥만 한 크기의 멍이 생기거나 전신에 점상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혈액질환은 일반적인 검진으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혈액 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반드시 혈액내과 전문의를 만나 혈액 질환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다행히 혈액암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암종으로, 대표적인 혈액암인 악성림프종은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율이 50% 이상이다.
급성 백혈병으로 진단을 받더라도 항암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관해 및 완치 상태에 이르는 비율이 높아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관해(증상 및 징후가 감소하거나 사라진 상태)가 잘되는 대신 재발이 빈번하고, 재발되면 예후가 좋지 못해 초기 치료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내과에서는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 이식술 또는 유지요법으로 재발률을 낮추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기전의 표적치료제들이 나오고 있어 재발 이후의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연구와 진료 강화로 혈액내과 활성화
현신영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연구진과 협업하여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암세포 내 pH 조절을 이용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새로운 분화 유도 치료법 개발’, ‘암세포 내 pH 조절을 이용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새로운 분화 유도 치료법 개발’을 주제로 두 차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또 진료 과정에서 접하게 된 희귀 질환 중 후천 혈우병 및 희귀 출혈 질환에 대해서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후천 혈우병은 한국에서 10년 동안 모은 케이스가 50명일 정도로 매우 희귀한 질환이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40%에 이른다.
혈액내과 의사로서도 진단 및 치료 경험이 많지 않은 낯선 질환으로, 현신영 교수는 후천 혈우병에 대한 학회 강의 및 논문 발표, 경험 공유 등을 통해 이 질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 성적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외에도 혈전증 및 출혈질환 관련 연구에 관심이 많다는 현신영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활성화 방안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세심한 진료가 혈액내과의 강점입니다. 환자 개개인에게 더 정성과 관심을 기울인 치료를 제공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까지 고려합니다. 지역 특성상 질 높은 진료를 원하는 고령환자와 치료에 적극적이며 관심도가 높은 보호자가 많이 내원하고 있어 이러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에서 환자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 혈액내과 특성상 타 과와 혈액질환의 특징을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활성화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효과를 더 극대화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방외과 배숭준 교수
우리나라 여성 암 발병률 1위는 유방암이다. 최근 유방암 발병 연령은 낮아지고 환자는 매해 증가하고 있어 미리 유방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유방외과 배숭준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강남세브란스 유방외과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질환은 단연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과 함께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가장 흔하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사업 보고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체 여성 암의 20.3%를 차지할 만큼 발생률이 높다.
한국 유방암학회 백서에 따르면 2000년 6,237명이던 유방암 환자가 2017년에는 26,534명에 이르러 17년 사이 무려 4.3배 정도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 2013년 이후 한 해 유방암 발생자 수는 2만 명을 넘어섰으며 강남세브란스 유방외과의 유방암 수술 건수도 매년 15~20% 정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 750건에 이르는 유방암 수술을 시행해 이런 추세를 입증했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유방암
유방질환은 크게 양성 질환(비암성)과 악성 질환(암성)으로 나뉜다. 검진을 받은 여성 중 대부분은 정상이거나 양성 질환을 갖고 있으며, 일부만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유방암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가장 주의해야 할 유방질환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 40세 이상 여성은 정기적으로 유방 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40~69세 무증상 여성에서 유방 촬영술을 한 검진군은 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쪽보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19%가량 낮았다.
다만 우리나라 여성의 대다수가 치밀 유방이어서 유방 촬영술만으로는 결절을 확인하기 쉽지 않아 유방 초음파검사를 같이 받는 것이 좋다. 초기 유방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40~50대에서 가장 높아 40세 이상의 여성은 정기적으로 유방 검진을 받는 것이 유방암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방암 외에도 검진 중 발견될 수 있는 양성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 없고 정기 검사로 경과 관찰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양성 질환 중에서도 경과 관찰 중 크기가 커지거나 영상 검사상 모양이 불규칙하게 바뀔 때는 제거해야 하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합니다. 또 양성 질환 중 비정형세포증식증(Atypical Ductal Hyperplasia, ADH)처럼 현재는 양성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암으로 분화해가는 위험한 종괴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술로 절제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연구로 유방암 생존율 향상에 기여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의 특화된 치료 방법 중 하나는 수술 중 방사선 치료법(Intraoperative radiotherapy, IORT)이다. 유방암 환자 중 유방의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 보존술을 받는 경우, 방사선치료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데, 방사선치료는 유방 전체에 조사하는 것과 유방암이 있던 자리에만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이 있다. 수술 중 방사선치료의 경우 유방암이 있던 자리에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 있고 치료 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병원은 2013년부터 국내 최초로 수술 중 방사선치료를 시작했고, 2018년에는 초기 환자 198명을 대상으로 분석해 수술 중 방사선치료의 합병증이 기존의 방사선치료와 차이가 없음을 보고했습니다. 현재까지 650여 명이 치료받았으며 기존 방사선치료와 수술 중 방사선치료의 생존율을 비교하는 국제 연구인 TARGITB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숭준 교수는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고 치료 성적도 나쁜 삼중음성유방암 관련 연구에 나섰다. 최근 면역 부분이 암 분야에서 재조명되고 있고, PD-1/PD-L1 억제제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면역 관련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유방외과 정준 교수와 안성귀 교수를 인생의 멘토이자 의사로서 롤 모델이라고 밝힌 배숭준 교수는 두 멘토의 환자와 연구에 대한 열정, 교수로서 임하는 자세를 열심히 따르고 배워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