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척추염에 약물 사용을 줄이는

안전한 방법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증상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밝혀졌다. 류마티스내과 박민찬·권오찬 교수팀은 강직성척추염 치료제인 종양괴사인자 억제제의 안전한 감량 기준을 마련해 장기간 투약 시 비용 부담과 감염 위험이 커지는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 류마티스내과 박민찬·권오찬 교수 / 사진 백기광

강직성척추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척추 부위 관절과 인대 부착 부위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겨 척추 관절이 굳어지는 증상이다. 강직성척추염 치료를 위해서는 1차 치료제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를 사용하는데 절반이 넘는 환자가 이 약제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에 따라 2차 치료제인 ‘종양괴사인자 억제제(tumor necrosis factor inhibitor, TNF inhibitors)’를 투약하게 된다.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도입 이후 강직성척추염 치료 효과는 크게 좋아졌지만, 장기간 사용 시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감염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우려를 기반으로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질병이 관해 상태로 지속·유지되는 경우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를 줄여볼 것을 권고한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 단체인 미국 류마티스학회에서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질병이 잘 조절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를 무조건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적절한 환자군을 잘 선별해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박민찬·권오찬 교수팀은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를 안전하게 감량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

연구에서는 낮은 질병 활성도 상태(Low Disease Activity, LDA)에 도달한 강직성척추염 환자 중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를 감량한 환자 101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해 안전한 약물 감량과 관련 있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50.6개월(중앙값)간의 후향적 관찰 기간에 101명 중 45명(44.6%)이 질병이 악화했다. 여러 임상 변수를 포함해 다변량 분석을 시행한 결과 [표 1]과 같이 두 가지 요인이 질병 악화와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요인은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감량 전에 질병 활성도가 낮게 유지되어온 기간(duration of LDA)으로, 이 기간이 짧을수록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감량 시 질병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요인은 종양괴사인자억제제의 감량 정도(time-averaged dose quotient)로, 표준 용량 대비 감량 상태의 용량(감량 상태의 용량/표준 용량)이 작을수록 질병이 더 악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인된 두 가지 요인에 대해 질병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값(cut-off value)을 규명하기 위해 추가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질병 활성도가 낮게 유지되어온 기간이 5.3개월 미만인 경우, 감량 상태의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용량이 표준 용량의 60.6% 미만이면 질병이 악화한다는 것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곡선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 각각 0.745와 0.761) (그림 1).

즉, 질병이 잘 조절되어온 기간이 5.3개월 이상이거나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용량을 표준 용량의 60.6% 이하로 감량하지 않는다면, 재발과 악화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약물 감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 1. 성공적인 약물 감량의 기준값]

[표 1.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감량 시 질병 악화와 관련 있는 요인]

비용 부담과 감염 위험의 감소 기대

종양괴사인자 억제제와 같은 효과적인 약제로 강직성척추염을 치료해도 나중에 약제를 감량하거나 중단 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박민찬·권오찬 교수팀은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치료 후 재악화와 관련된 요인을 분석·제시해 재발과 악화 없이 최적의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박민찬·권오찬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요인을 고려해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전략적인 약물 감량을 시행한다면, 질병의 재악화 없이 장기간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사용에 따르는 의료비용 지출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