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방사선치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CT가 개발되면서 3차원 입체 조형 방사선치료가 시작됐고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정교한 방사선치료를 구현하려면 치료 부위를 촬영해 방사선이 정해진 범위에 도달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영상추적 방사선치료라고 합니다.

기존에는 치료기에 장착된 촬영 장비로 X-선이나 CT촬영을 했는데 MR-LINAC 치료기는 종양과 주변 장기를 구분하는 데 월등히 뛰어난 MRI를 활용하기 때문에 방사선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도입한 유니티 MR-LINAC에 장착된 1.5T MRI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3.0T 진단용 MRI에 버금가는 해상도의 영상을 제공합니다. 또 MRI의 자장과 치료용 방사선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MR 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실시간(Real time) 영상추적치료가 가능하고 동영상 MRI 촬영을 통해 움직임을 동반한 종양 치료에 최적화된 치료기입니다. 기존의 치료기에 비해 고가이면서 의료진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치료임에도 방사선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암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과감히 유니티 MR-LINAC 치료기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방사선치료를 설계할 때 종양 주변으로 방사선이 조사되는 범위인 표적체적(Target volume)을 설정합니다. 이때 종양뿐 아니라 종양의 움직임과 환자의 자세 변화 등을 고려해 여유 공간을 두고 설계하는데 종양의 윤곽을 더 잘 볼 수 있고 움직임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면 추가되는 여유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방사선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정밀한 방사선치료 설계가 가능한 토모테라피를 사용해 뇌종양과 두경부암을 치료하고, 동영상 CT 촬영이 가능한 벌사치료기로 폐암과 유방암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직장암 등 움직임을 동반한 종양에 효과적인 유니티 MR-LINAC을 더한다면 치료 적응증을 구분해 더욱 정밀한 환자 맞춤 방사선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방사선종양학과는 희귀 암을 비롯해 다양한 암종에 방사선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외과나 내과에서 진료 후 방사선종양학과로 의뢰되는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각 임상과의 우수한 의료진을 통해 다양한 암종의 환자가 내원하고 방사선치료가 의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치료가 병행되는 암 치료의 특성상 적절한 시점에 방사선치료가 의뢰되고 방사선치료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여러 임상과 전문의들이 활발히 소통하면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기에 효율적으로 방사선치료를 계획하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 방사선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상의 방사선치료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2014년 아시아 최초 벌사치료기 도입과 국내 최초 저에너지 수술 중 방사선치료기 도입에 이어 올해 국내 최초 1.5T MR-LINAC 치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니티 MR-LINAC를 활용해 연구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유니티 MR-LINAC은 방사선치료 설계와 치료 시 고해상도 MR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양질의 MRI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로 다양한 임상연구와 중개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유니티 MR-LINAC으로 치료하는 환자 대다수를 임상연구에 등록해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2021년 5월까지 캐나다 토론토 의대에서 연수하면서 영상데이터를 활용한 라디오믹스(radiomics) 연구를 진행했는데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면 MRI를 활용한 라디오믹스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강남세브란스 새병원 건립과 발맞춰 방사선종양학과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다국적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임상과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꾸준히 협력하겠습니다.

유니티 MR-LINAC은 기존 선형 가속기 기반 방사선치료 기기와 비교하면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밀도와 정확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장비이기 때문에 모든 암종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 부위에 따라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데, 특히 기존치료에서 정밀도와 정확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부위인 간(간암, 간 전이), 복부 내장기(췌장암, 복부 림프절 전이), 골반내 장기(대표적으로 전립선, 직장암) 치료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 장비로 잘 안 보이거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의 타깃에 정확하게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어 최근 들어 다양한 임상 상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표준치료가 불가능한 난치성 부정맥 환자에게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의 미세한 부위에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치료하는 것입니다.

불과 20년 전에는 X-ray 필름에서 병의 위치를 대략 가늠하여 방사선을 조사하는 2차원적인 방사선치료가 표준 치료였습니다. 이후 CT를 찍어 종양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3차원적으로 방사선을 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그 후에는 종양의 움직임을 4차원 CT로 예측해 설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설계 당시에 예측했던 종양과 실제 치료 시에 정상 장기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몸속 장기의 미세한 움직임과 크기, 위치를 매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다면 차원이 다른 정밀 방사선치료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곤 했는데 유니티 MR-LINAC은 이를 실현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장비입니다.

유니티 MR-LINAC은 고해상도 MRI를 이용함과 동시에, 미세한 움직임도 잡아내는 실시간 4D 영상 촬영도 할 수 있어 간과 췌장, 대동맥 주변 임파선, 골반 부위 종양 등의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단점은 환자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준비 시간이 늘어나 의료진의 업무량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세기조절방사선 치료에서 하던 작업을 난도를 높여 많게는 수십 번, 적게는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저는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의료 영상에서 치료 표적과 정상장기를 자동 구역화(auto-segmentation) 연구를 진행하여, 실제 치료에 적용해왔는데, 앞으로 MR-LINAC 에서도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치료 효율 및 퀄리티를 높이는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기존 치료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부분에 유니티 MR-LINAC을 적용한 치료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 가장 획기적인 결과를 보인 암종은 췌장암입니다. 십이지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췌장은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소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에 손상을 가할 수 있어 기존 방사선치료로는 한계가 명확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췌장암은 방사선치료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최근 MR-LINAC으로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을 치료한 초기 성적을 보면 고무적입니다. 2021년 워싱턴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단 5회의 치료로 국소 제어율은 84%에 달하고, 부작용은 5% 미만으로 줄인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저격수의 총에 더 좋은 조준경을 달아주니 명중률이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