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행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 아닐까?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예전 여행들을 추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필름 카메라와 회화로 여행지를 회상하는 두 사람을 만나봤다.
글 편집실 / 사진 이덕환
필름 카메라로 순간 포착
- 신정은 간호사
현재 재활의학과, 척추정형외과 병동인 55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신정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여행하는 걸 좋아했는데, 아버지께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셨어요. 그러다 보니 여행하며 사진 찍는 것이 자연스레 제 취미가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집에서 우연히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필름 카메라를 발견한 뒤로 필름 카메라에 푹 빠졌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해 삭제할 수 있고, 쉽게 컴퓨터에 옮겨 보정까지 가능한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제가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이게 필름 카메라만의 매력 아닐까요? 필름을 다 써야만 인화할 수 있고, 결과물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기다리는 동안 사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잖아요. 또 필름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나중에 인화된 사진을 찬찬히 보다 보면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습니다.
인물보다는 주로 풍경이나 여행지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어 아쉽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필름 카메라로 다양한 모습을 담는 것이 꿈입니다. 또 여유가 된다면 사진 인화하는 법도 배워 제가 찍은 사진을 직접 인화해보고 싶습니다.
캔버스에 그리는 추억
- 치과보존과 신수정 교수
치과보존과에 근무하고 있는 신수정입니다. 치대 시절 미술동아리 ‘상미촌’에서 수채화를 그렸습니다. 당시에 선후배들과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했는데, 졸업 후에는 그림 그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여름, 남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여행지를 주제로 수채물감, 구아슈, 색연필, 아크릴물감, 마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약 150여 점을 그렸습니다. 최근에는 태블릿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SNS에 그림을 올렸는데 주위 동료들과 지인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제 그림을 본 선배 교수님께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커뮤니티인 네이버 ‘그라폴리오’를 알려주셔서 2019년 2월에 처음으로 업로드했습니다. 그 후 그라폴리오의 2019년 상반기 회화 연재작가로 선정되어 3개월간 꾸준히 그림을 올렸고, 연말에는 뉴크리에이터 상까지 받았습니다.
대부분 치과의사의 삶이 그렇듯이 저도 진료실에서 치료하는 즐거움과 동시에 긴장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지요. 퇴근 후 매일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천주교 잡지의 표지 그림을 그리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크리에이터로서 수입이 생기니 기분이 묘하고, 제 그림이 잡지의 표지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제가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치과대학 교수로서의 삶도 있기에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툴고 느리더라도 평생 그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지금처럼 행운이 따라서 많은 분이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면 금상첨화겠지만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은 칭찬과 격려, 관심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주위 동료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