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폐경기라는 건강상 중요한 두 번째 시기를 겪는다.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는 폐경 이후에도 30년 넘게 이어지는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되는 여성 갱년기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교수님의 주요 진료 분야가 궁금합니다
산부인과는 산과, 생식내분비, 부인암 등 세 분야로 나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생식내분비과는 난임과 자궁내막증이나 난소물혹, 자궁근종, 자궁선근증과 같이 자궁에 문제가 있거나 폐경, 갱년기를 맞은 환자들이 주로 찾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수술 테크닉이나 초음파 진료가 발달해 있으며 특히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는 로봇수술을 잘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 건강관리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과거 여성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질환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폐경이 되면 거의 관리를 하지 않는 여성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초경, 출산, 폐경을 겪고 돌아가실 때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관리를 받는 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출산율이 높다 보니 산과와 관련된 합병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등 가임기 여성이 많이 걸리는 질환에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 복막 등의 부위에서 증식하면서 출혈과 염증, 유착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자궁내막증의 증상인 골반통증이 보통 생리통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생리를 하는 여성 상당수가 자신이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만혼이 일반적이고 임신이 늦어지면서 30대 중반까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저하되고 35세가 지나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30대 여성의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다양한 전략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회가 변하면서 여성암 발생 추이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가장 흔한 여성암이 자궁경부암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고, 경부암 검사를 받는 여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자궁내막암, 난소암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난소암은 특이적인 증상도 없어서 3기 때 병원을 찾거나 예후도 좋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항암치료나 여러 가지 표적치료가 발달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40대 이후 여성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초경에서 폐경을 맞기까지 걸리는 30년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폐경 이후 30년에 대한 준비가 무척 중요합니다. 여성의 40대는 출산을 마치고 폐경을 앞둔,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입니다. 그래서 40대 여성들은 ‘사느라 바빠서 병원 올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배가 점점 불러오는데도 단순히 살이 쪘나 보다 방치하다 너무 이상해서 병원에 왔더니 머리만 한 혹이 배 안에 있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여성의 이상 사인(sign)은 생리와 관련돼 있어서 갑자기 생리불순이 온다거나 생리량과 생리통에 변화가 있다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체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량이 많으면 원래부터 많은가 보다, 생리통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산부인과는 정기적인 검진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갱년기는 인생에서 제2의 도약기이며 질병 없는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돼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안면홍조, 질 건조, 불면증, 식은땀 등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마치 제2의 사춘기를 경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집에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갱년기 엄마가 있으면 아빠는 나가야 한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예민하고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갱년기 증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냥 지나치는 분도 있고 반면 굉장히 힘들어하는 분도 있습니다. 갱년기 증상이 심한 경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특히 뱃살이 찌는데 그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도 많습니다.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골다공증이나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반드시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삶의 활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갱년기를 지나 맞이하게 되는 여성의 노년기를 잘 보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갱년기 증상을 누구나 나이가 들면 겪는 과정이라고 치부하고 관리에 소홀하면 골다공증,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 대사성 질환으로 이어져 노년기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노화는 먼저 뼈와 근육과 같은 몸의 외형적인 구조에서 일어나 골다공증, 근육질환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혈관에 노폐물이나 지방이 쌓여 여러 질환이 생겨나게 됩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만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1년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노년기 질병을 미리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42세 나이에 쌍둥이를 임신한 환자분이 기억납니다.
노산에 힘든 출산이어서 병원에 석 달가량 입원하셨는데 이후 폐경 때 다시 우리 병원을 찾아오셨어요. 이처럼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의 초경부터 결혼과 출산, 폐경까지 인생 전체를 함께 지켜보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환자의 자녀가 대를 이어 저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의미가 있고 보람이 큰 과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는 최첨단 의학기술과 기기를 많이 도입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강남세브란스 새병원 건립에 발맞춰 인지도를 더욱 높임으로써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부인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