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지친 하루,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종이와 펜을 들어보자. 새하얀 종이 위에 내가 원하는 대로 나만의 세상을 그려나가면 뿌듯한 마음마저 든다. 캐리커처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카툰으로 새로운 ‘부캐’를 만든 두 사람을 만났다.

글 편집실 / 사진 이덕환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캐리커처
- 김희영 간호사

막 태어난 새 생명이 숨 쉬는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김희영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까마득하지만, 어린 시절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제 친구였던 것은 기억납니다. 최근에는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종이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펜으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지인들의 생일이나 기념일 카드에 그림을 자주 그려주곤 합니다.

부서 내 선생님들의 1주년 축하, 퇴사 등 특별한 날에 캐리커처를 그려서 선물하기도 하고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캐리커처는 제가 생각하는 대상의 모습을 온전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요.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는 선물이 될 수 있어 주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100일 넘게 입원 중인 환아들을 위한 백일잔치를 진행합니다. 백일잔치를 준비하던 중 환아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공허함을 채우고 행복을 드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풍선에 환아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표현했습니다. 보호자께서 사진을 찍으시며 정말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의 이야기를 제 그림으로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보호자들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아이는 잘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시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간호사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준 카툰
- 류민지 간호사

51병동 소속으로 폐렴 선제 격리병동과 54병동 코로나19 전담 격리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류민지입니다. 2016년부터 카툰 그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간호사가 되고 처음으로 교대근무를 시작했는데, 쉬는 날을 잠으로 의미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프를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 이야기를 그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미였지만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간호사만 할 수 있는 그림 작업에 참여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부캐릭터)’처럼 간호사 류민지와 카툰을 그리는 류민지 두 모습으로 살면서 삶에 활력을 얻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원데이 클래스나 동영상 강좌로 간단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작년 가을, 제 책 『안녕, 간호사』를 보고 간호사를 꿈꾸게 됐다는 한 고등학생이 저를 강연 강사로 추천했다고 담당 선생님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평소 저를 잘 드러내지 않는 소극적인 성격이라 고민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참여했습니다. 많이 떨어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되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더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3M과 함께하는 ‘안녕 멸균’ 같은 경우, 업체에서 보내주는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고 그림으로 옮겨야 하는데, 제가 간호사여서 부연 설명 없이 빠른 작업이 가능해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간호사, 또 카툰 그리는 사람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야라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