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은 두개골 내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일컫는다. 발생 부위에 따라 뇌 자체에 생기는 뇌종양과 타 장기에서 전이된 뇌종양으로 나뉜다. 뇌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신경외과 수술기법에는 두개저 수술, 코를 통한 내시경 수술, 눈을 통한 내시경 수술, 각성 수술 및 일반 수술 기법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두개저 부위에 생긴 뇌종양은 모든 뇌종양 수술 중 가장 어려워 다양한 경험을 쌓은 숙련된 의료진, 수술적 전통이 그 어느 분야보다 강조된다. 그런 만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지난 30년간 오랜 세월에 걸쳐 두개저외과 영역을 특화해 연구와 진료 실적을 쌓아왔다는 데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국내 두개저종양 연구의 메카

뇌에 발생한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종양의 성질, 크기, 발생한 위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외과에서는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물을 침범하지 않았는지, 신경이나 혈관과 유착은 없는지, 정상 뇌 구조물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지 등 수술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양을 제거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 바닥에 발생하는 두개저종양은 다양한 혈관과 뇌신경, 뇌 줄기 등을 손상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장애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만큼 8~10시간 이상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외과의사에게는 극한의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수술이다.

"예전에는 머리를 열어서 두개저종양을 제거했지만, 최근 내시경 수술이 발달하면서 코나 눈을 통한 접근법도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의 현미경적 수술 또한 기구의 발달로 정교함이 향상되어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뇌종양 개두술과 두개저 수술, 이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는 많지 않으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 분야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수련과정을 운영해 풍부한 경험과 장비, 인력,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국내 두개저종양 연구의 메카로 통한다. 국내 두개저외과학의 대가인 이규성 교수가 미세현미경 수술 기법을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그 계보를 홍창기 교수가 이어받아 내시경 수술 기법을 확장하면서 코와 눈을 통한 수술을 시행했으며, 현재 그 뒤를 박현호 교수가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경외과는 전공의를 마치고 2년여간 세부 분야 수련기간을 거치게 되는데, 뇌종양 수술 가운데서도 최상급 난도라 불리는 두개저 수술 분야는 더 긴 수련기간을 필요로 한다. 박현호 교수는 6년에 걸쳐 이규성·홍창기 교수 및 프랑스 두개저 수술의 대가인 Sebastien Froelich 교수에게 수술 기법을 사사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미세현미경, 내시경 두개저외과수술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협업해 더욱 전문성을 강화한 환자 맞춤 진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

신경외과 분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비 쿠싱 교수는 “모든 수술 중에서 뇌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해 완벽하게 기능을 회복하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뇌종양을 제거해 환자에게 증상의 호전을 주는 기쁨도 크지만, 그만큼 수술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뇌종양 수술의 핵심은 종양 전 절제와 수술 후유증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입니다. 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하면 그만큼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적게 제거하면 후유증은 없을 수 있으나 잔존 종양이 빠른 시일 내에 재발할 수 있습니다. 종양을 적게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종양이 많이 남으면 남을수록 방사선이 잘 듣지 않거나 재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일 방사선 치료에 실패하면 재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대개 방사선 부작용으로 인해 그 위험성이 첫 수술에 비해 2~3배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박현호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종양 절제 범위와 수술 후유증의 균형을 잘 맞춰왔다는 것이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의 장점이라 자부한다. 또 환자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하며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뇌종양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염색체 및 유전자 결함에 의한 내부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 초기 증상으로 일상적으로 겪는 두통이 가장 많아 단번에 잡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두통이나 어지럼증 중 비특이성 증상이 점차 심해지거나 한쪽 팔다리 감각 혹은 운동 능력이 둔해지거나, 말이 잘 안 나오거나 한쪽 귀가 잘 안들리는 증상이 심해진다면 검사를 해봐야 한다.

"최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을 통해 뇌종양 초기 단계에 수술로 완치하는 분이 많습니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약을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데 그러려니 하며 병을 키우는 케이스입니다.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거나 1차병원에서 해결이 안 되면 대학병원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

박현호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 ‘아침 7시에 회진을 도는 부지런한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른 시간에 혼자 분주하게 병동을 오가다 보니 때로는 환자 가족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데, 그가 이렇게 하는 데는 특별한 배려가 숨어 있다.

"환자들은 주치의 얼굴을 단 5초라도 더 보길 원합니다. 제 수면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더 오래 환자들을 만날 수 있고, 또 수술이나 외래 등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스태프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서 되도록 빨리 움직이려고 합니다."

아직도 두개저종양은 정복되지 않은 어려운 분야이지만, 복잡한 수술 해부학에 대한 연구와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박현호 교수는 두개저종양 수술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지난 30년간 축적해온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계보를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말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교수진뿐만 아니라 평균 경력 10년 이상의 간호사들이 수술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한 몸처럼 수술을 이해하고 진행하는 가운데 국내외 어디에서도 쉽게 길러낼 수 없는 간호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수술마다 50종이 넘는 수술기구를 준비해 정확한 타이밍에 건네주는 것은 수술의 전 과정을 완벽히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며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일입니다."

박현호 교수는 두개저외과에 전문화된 의료진과 수술 설비를 기반으로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완벽한 수술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난공불락의 영역이라 여겼던 뇌종양, 그 가운데서도 높은 난도의 두개저 수술을 통해 환자들이 삶의 질을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신경외과 뇌종양의가 가지는 보람이라는 그의 말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