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만성질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사회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만성질환자 중 암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체 사망률의 6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질병에 부담을 주는 3대 위험요인은 영양, 음주, 흡연이며, 이 중 영양문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글 이지원 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백기광

‘Data Driven Nutrition(DDN·메디푸드)’의
수요 증가와 개발의 필요성

특별한 음식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특정 식습관과 패턴이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심혈관 질환의 82%, 당뇨병 위험의 91%를 올바른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적극적인 국민영양개선 대책의 필요성을 반영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0’을 수립하고 2020년에는 만성질환자 예방 및 치료를 영양 부문 목표로 새롭게 설정하는 등 만성질환자의 영양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WHO에서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올바른 식생활과 신체활동 실천을 골자로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만성질환자를 위한 메디푸드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해외에서는 당뇨, 이상지질혈증, 신질환, 암 등 만성질환에서 영양 관련 연구와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동양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다.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영양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현재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메디푸드의 효과 검증 및 지속적 사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과학적·체계적 기반 위에 국가, 의사, 환자, 식품 산업의 소통을 위한 메디푸드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고의 슈퍼푸드 지중해식이

매해 ‘최고의 식단’을 발표하는 미국의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는 영양학자와 식이요법 컨설턴트, 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체중 감량 가능성과 심혈관질환, 당뇨병과의 연관성 등 7가지 분야에 걸쳐 35가지 다이어트 식단을 심층 분석해 발표한다. ‘2020년 최고의 다이어트 식단’ 순위에서 지중해식이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가장 좋은 식단으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안전하고 따라 하기 쉽고 심혈관질환, 당뇨병,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식단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 비결로 알려진 지중해식이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또 2015~2020년 미국 식이가이드라인과 2019년 미국 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식이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지중해식이는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 등을 매일 섭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탄수화물은 주로 통곡물로 섭취한다. 또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 충분한 양의 생선과 해산물, 닭고기 같은 가금류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붉은 고기는 한 달에 2~3번 정도로 최소한의 양만 섭취하고, 당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과 가공된 육류, 정제된 곡물과 지방, 다른 가공식품 섭취는 철저히 제한된다. 지중해 식단을 유지하려면 식물성 식품을 매일 5컵 분량을 먹어야 한다. 생선과 조개류 등 해산물을 즐겨 먹으면 불포화지방인 오메가3 지방산 섭취를 통해 심장과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중해 사람들은 주 3회 이상 해산물을 먹는다.

지중해식이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도, 저지방 식이요법도 아니다. 지방이 든 음식을 넉넉히 먹되 건강한 지방을 섭취하고, 포화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이 든 음식을 중심으로 먹는 방법이다.

지중해식이는 이제까지 가장 많은 관찰연구와 임상연구를 통해 그 장점이 증명됐다. PREMED 연구에서 지중해식이를 한 그룹은 심혈관 질환 발생이 30% 줄었고 말초동맥질환, 심방세동, 당뇨병, 유방암 등이 감소했다.

그 밖에도 건강식습관지표(the Healthy Eating Index)를 잘 지키거나 대시 식단(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을 하는 경우 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 식단 따라 하기

· 하루 3~4 번 저지방우유, 저지방 요거트, 그릭 요거트

· 치즈는 하루 1회(1회 섭취량 = 하드 40g, 세미소프트 50g, 또는 소프트 120g)

· 하루 한 테이블스푼 이상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섭취(20ml)

· 하루 2~3회 이상 신선한 과일

· 매주 3회 이상 잡곡

· 매주 3회 이상 생선, 해산물

· 매주 3회 이상 견과류

· 주된 식사는 통곡물(빵, 파스타, 밥, 시리얼), 견과, 생선, 달걀, 생채소 혹은 익힌 채소

· 붉은색 고기는 제한(지방 제거), 햄이나 초콜릿은 일주일에 1회 이상 먹지 않는다.

· 일주일에 2회 이상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이용해 요리(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토마토, 마늘과 양파 포함)

· 크림, 버터, 마가린, 차가운 동물성 고기, 오리, 정제된 탄수화물, 페스트리, 빵(도넛, 케이크, 쿠키) 푸딩 등 디저트를 되도록 먹지 않는다.

· 알코올을 섭취할 때는 적포도주 선택(200ml=2잔)

한국형 지중해식이의 개발

한국인은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과 인종적·문화적 차이가 있고 즐겨 먹는 음식도 다르다. 이에 지중해식이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의 식생활 테두리 안에서 지중해식이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전문가 회의를 통해 PREDIMED Group에서 개발한 Mediterranean Diet Adherence(MEDAS)를 이용하여 14문항으로 구성된 한국형 지중해식이 설문을 개발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유용성을 검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직까지 아시아인에게 적절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기에 한국인을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한국인에게 적합하고 가장 사망률을 낮추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 비율을 알아보았다.

2007~2015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시행한 성인 7만 3,35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률을 가장 낮추는 영양소의 비율은 탄수화물 50~60%, 지방 30~40% 단백질 20~30%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약 67%, 지방은 약 17%, 단백질 약 14%였다. 이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탄수화물을 더 적게, 지방과 단백질은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탄수화물과 지방을 적정 비율보다 더 많이 먹거나 적게 섭취할 경우 사망률이 높아졌는데 탄수화물을 50%보다 적게 먹으면 사망위험이 1.3배 증가했고, 60%보다 많이 섭취할 때도 1.3배 증가했다. 지방은 30%보다 적게 섭취하면 사망위험이 1.4배, 40%보다 많이 섭취하면 3.2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단백질은 적게 먹거나 많이 섭취해도 사망위험에 차이가 없었다.

만성질환 예방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현재 설정된 영양소 섭취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

근거 중심으로 개발된
한국형 지중해식이를 이용한 임상연구

연구에 근거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맞추고 건강에 가장 유익하다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인 오메가3:오메가6의 비율을 조절했으며, 지중해식이의 장점을 적용하여 한국형 지중해식이를 개발해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 지중해식이는 유방암 경험자들의 세포밖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내의 miRNA 발현에도 영향을 미쳤다. mi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병이 생기기 이전 단계에 우리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지중해식이 이후 800여 개 miRNA가 변화했는데 이들 miRNA들이 유방암과 관련된 에너지 대사, 혈당 조절, 인슐린 조절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냈다. 한국형 지중해식이를 통해 유방암의 전이나 재발 위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맞춤형 다양한
메디푸드 개발을 위한 노력

최근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식단 노하우를 (주)에쓰푸드에 기술이전했고 현재 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술 전 유방암 환자에게 지중해식 식단을 적용하거나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식이조절을 위한 연구 등 여러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의료, IT, 유전자 데이터를 결합하여 다양한 질환식과 질환예방식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의학적 검증 단계를 거친 개인맞춤형 식이 개발은 만성질환 발생 및 악화를 줄이고, 나아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우리나라 식품산업 도약과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