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김민 교수와 만나다
저는 안과에서 망막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전반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당뇨망막증, 노인성 황반변성, 망막박리, 눈 감염성 질환, 포도막염 등 일반적인 질환과 특화진료로 망막 종양을 맡고 있습니다.
#근접방사선치료에 도전하다
안구종양에 최적의 치료법인 근접방사선치료는 ‘루테늄 아이플라크(Ru-106 eyeplaque)’를 구축하고 방사선종양학과와 협진해야 합니다. 안구종양 환자 수가 적고 일반적인 질환이 아니다 보니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안구종양 치료가 가능했는데 2020년 8월부터 우리 병원에서도 근접방사선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2019년부터 1년간 세계 최고의 안구종양 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미국 윌스안과병원(Wills Eye Hospital)에서 연수하며 1만여 명에 달하는 안구종양 환자를 치료하고 돌아온 것이 계기가 됐어요.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님과 현 연세의료원 의료원장님이신 윤동섭 당시 강남세브란스병원장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진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이성철 교수님이 은퇴 후 대전 건양대병원으로 가셔서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건양대병원 이렇게 세 곳에서 안구종양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안구종양 환자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다
안구종양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진단이 어렵습니다. 안과 중등도 질환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라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보니 전문의들도 꺼리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진료의뢰를 통해 내원하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진단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하다 오는 경우도 많죠.
진단도 어렵지만 그동안 안구종양 치료법은 안구적출이 최선이었습니다. 근접방사선치료가 도입되면서 안구를 보존하면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근접방사선치료는 수술로 방사선 판을 눈 주변부에 삽입해 안구를 보존하면서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해서 종양을 소멸하는 원리입니다. 종양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시간과 선량을 계산해서 삽입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수술을 통해 제거하게 됩니다. 치료 기간은 짧게는 1~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이고 종양 크기가 큰 경우는 수술적 치료로 종양을 제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종양 세포에는 근접방사선치료를 합니다.
#안구종양의 메카를 꿈꾸다
안구종양은 100만 명당 한 명 미만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정확한 국내 안구종양 관련 데이터가 없는 상황입니다. 안구종양이 진단과 치료가 어렵긴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큰 분야라 도전하게 됐습니다.
환자들이 안과 3~4곳을 돌고 돌다가 우리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안구종양으로 진단받는 것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온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희망을 주는 마지막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접방사선치료를 시작하고 현재 10케이스 정도 치료했습니다.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종양이 의심된다며 의뢰해주는 병원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원한 환자 중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검사를 진행해 근접방사선치료가 적합한지 확인하면서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제 시작 단계이고 올해는 전체 볼륨을 좀 더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근접방사선치료가 필요한 환자뿐만 아니라 악성종양과 더불어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안과질환을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물론 근접방사선치료를 중심으로 악성종양 치료 성과를 올리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난해에 안구종양 근접방사선치료를 시작한 것에 우선 안과의로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치료를 위해 필요한 기기를 갖추고 모든 종류의 안구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발돋움할 계획입니다.
안구종양 분야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우리 병원이 아시아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종양 위치에 따라 방사선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 필요한 기기 등 하드웨어 부분을 좀 더 보강해서 세계적인 안구종양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연아 교수와 만나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안구종양, 폐암, 유방암, 위식도암 등 흉부 쪽 방사선 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중 안구종양은 우리 병원만의 특화된 치료 분야입니다. 안과와 협진해서 안구종양 치료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근접방사선치료에 관심을 두다
안구종양 근접방사선치료를 하게 된 계기는 국내 근접방사선치료의 선구자이신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성철 교수님과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님께 수련받은 덕분입니다.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브란스병원만 치료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006년 세브란스병원에서 포도막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처음으로 안구를 적출하지 않고 근접방사선치료를 했고 당시 환자는 미약하지만 시력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포도막흑색종은 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풍성한 포도막 조직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전신에 전이되면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포도막흑색종이 진단되면 안구를 적출하거나 외부에서 방사선을 안구에 조사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그러다 두 분 교수님이 근접방사선치료를 도입하고 치료를 시작해 당시 획기적인 안구종양 치료방법으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강남세브란스로 오게 됐고 안구종양 근접방사선치료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이 치료를 할 수 있는 안과의가 있어야 하고 환자 수요가 많지 않아 섣불리 세팅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민 교수님이 미국 연수를 통해 미국 안종양 전임의 과정을 수료하고 오셔서 우리 병원에서도 근접방사선치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방사선종양학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암을 다루는 과입니다. 그중에서도 저의 스승님이신 금기창 교수님이 안구종양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라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아 안구종양 치료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전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몰려드는 환자들과 안구를 보존하면서 예후도 좋은 치료법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의사로서 큰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치료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은 치료법
안구종양은 안구 안쪽 벽에 생기는 종양인데, 근접방사선치료의 원리는 안구 바깥쪽에 방사선을 방출하는 루테늄 동위원소 금속판을 부착해 방사선 조사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방사선에 민감한 수정체나 시신경을 고려해 종양만 제거하므로 시력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종양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여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는 치료 방법입니다. 다른 암에 적용하는 방사선 치료와 다른 점은 방사선을 발생하는 장치를 일정 시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접방사선치료는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2013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에서 포도막흑색종 진단을 받고 근접방사선치료를 받은 61명과 안구적출술을 받은 26명을 비교한 결과, 치료 후 5년 생존율은 근접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 84.0%, 안구적출술을 받은 환자 77.2%로 근접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근접방사선치료를 받은 포도막흑색종 환자 88명 중 80% 이상이 3년간 안구를 보존했으며, 3년 생존율도 9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근접방사선치료를 더욱 발전시키다
최근 안구종양 근접방사선치료의 효과 및 안구 보존 가능성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어려움도 있었고 많이 알려지지 않는 분야라 지금까지 오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나만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무엇보다도 안구를 적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가 악성종양인데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구종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표방하는 만큼 양성자와 같은 장비를 더 갖추고 근접방사선치료로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는 안구종양까지 치료하며 더 전문적인 안구종양센터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