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문을 연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는 개소 첫해의 가장 큰 목표인 안정적인 정착을 이뤄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검사 건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는 현대의학에서 꼭 필요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는 유전상담 클리닉을 운영하며 유전체 검사를 시행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정밀의료센터 운영은 몇 년 후로 예정된 새병원 오픈에 맞춰 빅데이터를 이용한 플랫폼과 정밀의료센터의 본격 가동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공간이 여의치 않아 양적 팽창은 제한적이지만, 인력과 장비 등 질적 업그레이드는 꾸준히 실현해 최고의 정밀의료센터를 목표로 합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종양조직에 대한 NGS(Next-Generation Sep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패널 검사, 종양에 대한 액체생검 검사로서 cfDNA NGS 패널 검사, 유전성 암 NGS 패널 검사, 심근증 NGS 패널 검사, 신경근육질환 NGS 패널 검사 등을 성공적으로 실시하며 안정적인 검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정밀의료센터는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 데이터와 결합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환자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최신 임상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해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더 많은 환자에게 맞춤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년 차를 맞은 2021년에는 정기적인 환자 케이스 미팅을 활성화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장비와 인력 보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밀의료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우리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료원 차원의 빅데이터를 지원받아 올해 안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한 센터를 운영하는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제 전문 분야(유방외과)의 연구와도 접점이 있고 저 또한 의사이자 학자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기에 기꺼이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과 마찬가지라 어렵고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초기 세팅을 잘해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걸맞은 정밀의료센터로 만들고자 합니다.

자료 분석과 유전체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어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연구에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정밀의료를 시행하면서 쌓인 많은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 병원도 이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양질의 연구를 실현해 더 많은 환자가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밀의료 시장은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2017년 474억 달러에서 연평균 13 % 성장해 2023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됩니다. 현재 주요 활용 분야는 진단, 표적치료, 질병 위험도 예측 입니다.

진단은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적인 변이를 확인하고, 치료 약품의 선택 및 치료, 예후의 판단 근거가 됩니다. 표적치료는 항암치료시에 암세포에만 주로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적인 변이를 표적으로 하여 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여 정상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백, 폐암 치료제 이레사,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등이 대표적인 약물입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의 위험도를 낮추는 예방적인 치료로 가장 잘 알려진 예는 2013년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BRCA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 후 어머니와 이모들이 난소암과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을 고려해 암 발병 전에 유방절제술을 한 것입니다.

정밀의료 기술을 통해 조기진단, 환자 맞춤형 건강 및 질병관리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고령화시대에 개인적·사회적 의료비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밀의료는 기존의 첨단기술, 장비, 신약 개발 등 의료 발전에 더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네트워크에 기반한 데이터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입니다.

동일한 질병이라도 개인별 유전체에 따라 약물 반응성과 예후가 달라지므로 개개인의 임상 양상과 함께 유전체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발병된 질병의 치료 중심 의학만큼 예방과 관리를 위한 의학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할 때부터 질병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며 동일한 질병도 유전자변이에 따라 그에 맞게 치료해 개인별 최적의 맞춤치료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병원 정밀의료센터는 가장 대표적인 유전성 암인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검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00여 명의 유방암 환자 가족에게 무료로 BRCA 유전자 검사와 유전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또 정밀의료센터의 진료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들에게 유전상담을 진행해 암 환자뿐만 아니라 암 가족력이 있는 건강한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질병의 발병 위험도를 관리하는 맞춤의료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 유전성 암증후군이 확인되면, 해당 증후군의 예후와 관련된 임상의(외과, 종양내과, 유전상담의 등)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와 가족까지 같이 상담하고 치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정밀의료센터의 진료를 활성화해 다양한 임상 정보, 유전체 정보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해 암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고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밀의료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암과 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NGS를 이용한 유전체 분석 결과와 임상 정보 등을 결합해 정확한 진단 및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암 환자의 경우, 종양에 대한 유전체 분석으로 확인되는 유전자변이에 따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유전자형에 따른 암의 분류나 예후와 관련된 최신의 임상연구 결과 등을 제공하여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것도 정밀의료센터의 역할입니다. 가족성 암이나 희귀유전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NGS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를 확인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돕고,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상담을 진행해 예방·관리 방안을 수립해 질환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돕고 있습니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임상 정보, 유전체 정보와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로, 현재 유전체 정보를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십수 년간 진행된 국제적인 암 유전체 분석 연구의 결과로 약물 타깃이 될 수 있는 암 유전자들이 밝혀지고 있고, 이 유전자들을 저해하는 약물들이 FDA 승인을 받았거나 임상시험중입니다.

최근에는 개별 유전자변이를 넘어서 종양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변이 전체에 대한 특성으로 계산되는 MSI(microsatellite instability)나 TMB(tumor mutation burden) 값의 정도에 따라서 면역치료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등 유전체 분석을 통해 맞춤 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 개별 환자에게서 검출된 유전자변이를 인식하여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맞춤형 치료백신 등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귀유전질환의 경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를 확인하여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를 더 정확하게 찾기 위해 DNA뿐만 아니라 유전정보의 전사 물질인 RNA까지도 함께 분석하는 임상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많은 희귀질환이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희귀질환 환자에게서 발견된 유전자변이를 유전자 편집 기술이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를 이용한 제어 기술로 희귀유전질환의 맞춤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 많은 환자가 유전체 분석 이후 맞춤 치료를 받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전체 분석 결과가 진단이나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결과들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임상 정보와 결합하여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되면 치료와 임상연구에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